음..... 제 자신이 너무 너무 병신같고 쪽팔린데 어디다 얘기라도 안하면 미칠거 같고 친구놈들한테 얘기하자니 너무 창피하기도 하고....
그냥 제 푸념좀 늘어놓을테니 위로든 욕이든 아무 말이나 좀 해주세요... 서론이 엄청 길겁니다...ㅋ
제가 처음 대학 들어가고 첫 여자친구를 만났습니다...
진짜 많이 '사랑'했구요 정말 서로가 전부인양 살았습니다.
아침에 일어나기만 해도 너무 행복했고 그냥 사는게 너무 행복한 나날들이었죠.
주변에 제 친구들은 너무 서로를 사랑해서 항상 붙어있는 저희를 보며 진지하게 여자친구 생기니까 친구고 뭐고 다 필요없냐고 하면서 뭐라 한적이 있었을 정도로 그 사람한테 올인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렇게 행복한 우리 둘이었지만 힘든 일이 하나 있었는데 부모님의 반대였죠.
그 사람의 어머님은 저를 무척 좋아해주셨습니다. 그사람 아버님한테는 저희 관계를 말하지 않았었구요. 또 그사람 부모님이 이혼해 계셨던 상태라 아마 아버님은 의심은 하셨을지 몰라도 저에 대해 아시진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저희 부모님이 문제였죠.... 저는 인서울 4년제 대학에 다니고 있었고 그 사람은 서울에 전문대에 다녔는데 저희 부모님은 그게 못마땅하셨습니다.
얼굴도 한번 안보고 처음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을 말씀 드렸을 때 학교만 듣고 뭐 그런애랑 사귀냐고 할 정도로요...
그 사람도 그걸 알고 있었고 그것 떄문에 몇번 다투기도 했었지만 그래도 잘 지냈습니다.
그러다 제가 사정이 생겨 우리가 주말 커플이 되었지요..
그래도 서로 잘 지내고 주말에는 모든 일 제쳐놓고 꼬박꼬박 만나고 그랬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다 보니 저도 이기적인 저의 본성이 나오더군요....
왜 난 내 친구들을 마음대로 못 만날까... 왜 나는 항상 여자친구한테 얽매여 살아야 하나...
그녀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없어진 건 아니었지만 분명 그 크기가 줄어들었고 그 사실을 스스로 느끼기 시작한 저는 그녀를 만나면서 단점을 찾기 시작하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그렇게 한 한달? 정도를 그녀를 괴롭혔을까요..
결국 저는 그녀에게 헤어지자고 했습니다.
그렇게 변하기 시작한 제 모습을 발견한 저는 결국 언젠간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이 완전히 없어지게 될 거고 그러면 그사람이 더 힘들어질거라고 자기합리화하며 제가 맞는 일을 하는 양 스스로에게 옳은 일을 하는 거라고 계속 말했습니다.
저의 이별통보에 그사람은 그 자리에서는 담담히 받아들이더니 며칠후에 울면서 전화를 하더군요.
자기가 다 잘못했다고 제 말은 다 듣겠다고 제가 하고싶은거 다 하게 내버려두겠다고 헤어지자는 말만 하지 말라고....
전 제 스스로를 합리화 시켰던 말을 그녀에게 그대로 전하여 또한번 상처를 주며 이 이별은 되돌려선 안되는 것이고 나도 아직 너를 사랑하는 마음이 완전히 사그라든건 아니기에 나도 힘들다고 미안하다고 되도 않는 위선을 떨었습니다. 마치 제가 슬픈 영화의 주인공이라도 된거처럼요.
지금와서 생각하면 제 자신이 얼마나 위에서 말한거처럼 병신같고 얼마나 이기적이고 쓰레기 같은지.....
그녀를 그렇게 매몰차게 뿌리쳐놓고 그녀의 허전함을 견디지 못했던 저는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팅을 시켜달라고 들들 볶았습니다.
전 여자친구의 성격을 나열하면서 이 반대인 여자면 된다고 얼굴도 뭐도 상관없다고
그렇게 소개팅을 받고 그 사람이 첫 여자친구와 정 반대라는점 딱 하나만 보고 사귀기로 했습니다.
헤어진지 두달만에요.
그러고 나서도 첫 여자친구한테는 끝없이 상처만 줬습니다.
저는 새 여자친구가 있는 상황에서도 술을 마시고 취하면 전화를 걸었습니다. 다음날 일어나면 정말 제 손가락을 부셔버리고 싶을 정도로 제 자신이 미웠지만 정말 다행인건 그녀가 한번도 받지 않았습니다. 사실 몇번 그녀가 받지 않았을때부터는 '어차피 받지 않을 거니까....'라는 생각으로 전화한 것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또 술을먹고 전화를 했는데 그녀가 받지 않아서 그냥 엎드려 잠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잠결에 전화를 받으니 그사람이 다시 전화를 했더군요.... 왜 전화했냐고 물었습니다.
보고싶다고... 그러자 그 사람이 저한테 그랬습니다. 니 지금 여자친구도 이러는 거 아냐고 도대체 나한테 왜이러냐고 왜 이렇게 날 비참하게 만드냐고....
그래서 그냥 미안하다고... 보고싶어서 그랬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그사람이 그러더군요 다시 자기랑 만날 생각이 있으면 내일 오후 여섯시 까지 우리가 항상 만났던 카페로 오고 그렇지 않을꺼면 다시는 연락하지 말아달라고....
그렇게 전화를 끊고 다음날 저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미안하다고 이건 아닌거 같다고 자꾸 마음 흔들어서 미안하고 상처줘서 미안하다고 다시는 이런 연락하는일 없을거라고...
저는 사실 그렇게 문자를 보내놓고도 제 자신이 얼마나 나쁘다고 느꼈는지 그 사람이 전화로 하던 문자로 하던 저한테 쌍욕을 보낼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녀한테 온 장문의 문자는 정 반대의 내용이었습니다.
알겠다고 나도 이제 너 덕분에 새로운 사람 만날 수 있을거 같다고. 너랑 있었던 시간이 너무 행복하고 소중해서 못보내고 있었는데 이젠 서로 진짜 정리를 해야되는 때인것 같다고... 그동안 잘해줘서 너무 고마웠고 소중한 추억 줘서 고마웠고 술많이 먹지 말고 담배 끊고 아프지 말고 잘지내라고...
진심이 담긴 문자였습니다. 너무 고마웠고 미안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젠 술을 먹어도 연락하지 않고 그냥 잘 정리하게 됐다고 그녀가 착해서 이렇게 쓰레기 같은 나와 그녀의 관계였지만 그녀덕분에 좋은 기억으로 남길 수 있게 됐다고 스스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200일정도 새 여자친구와 사귀고 새 여자친구가 그러더군요 그만 만나자고. 자기가 절 힘들게 하는거 같다고. 그리고 좋아하는 마음이 점점 더 커져서 앞으로 더 힘들게 할거 같다고....
전 그냥 덤덤하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냥 아 이사람이랑도 이제 끝이구나 하는 느낌. 그게 다였습니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새로 만났던 여자친구가 이 이야기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일 수도 있다는거...
하여튼... 서론이 길다고 말씀드렸는데 여기까지가 서론입니다.
본론은 지금부터네요.. 그렇게 더이상 그녀한테 연락은 하지 않았지만 저는 가끔 그녀의 미니홈피에 들어가봅니다. 뭐 병신같은건 변함이 없지만 투데이가 1 오른다고 그녀가 내가 방문했다는걸 알진 못할테니까요..
그러다 오늘 그녀의 미니홈피를 봤는데 그녀한테 남자친구가 생겼네요....
말도 안되게 길고 횡설수설하는 서론에 비하면 너무 어이없는 내용이지만 그녀한테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이 제 나름대로 너무나 충격적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이 올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던거도 아니고 모든 일을 알고 있는 친구 한명이 저한테 너 그러다가 걔 남자친구 생기면 어떨거 같냐고 물어볼때면 '나한테서 벗어나서 좋은 사람 만나면 기뻐해줘야지'라는 말도 안되는 위선을 떨었었는데 저는 너무나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냥 그렇다구요......
글 쓰면서도 스스로 욕먹을 부분이 너무 많다고 생각됐었으니 제 3자 분들이 보실때는 오죽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