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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표의 발 없는 말] 오승환, MVP 후보 사퇴극은 ‘모독’
게시물ID : baseball_1455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옳은말만한다
추천 : 6
조회수 : 60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11/04 12:19:54


http://sports.media.daum.net/baseball/news/breaking/view.html?cateid=1028&newsid=20111104103113883&p=poctan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혁혁한 공을 세워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던 삼성 라이온즈의 마무리 투수 오승환(29)이 느닷없이 페넌트레이스 MVP 후보에서 사퇴한다고 발표했다. 삼성 구단은 MVP와 신인왕 투표(11월7일) 나흘을 앞둔 3일 보도 자료를 통해 '오승환이 스스로 정규시즌 MVP 후보에서 물러나겠다'며 '최형우에게 양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참고삼아 보도 자료 전문을 게재한다. 

'2011년 최우수선수상(MVP) 후보로 선정된 오승환 선수가 11월 3일, 후보 경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전했다. 오승환 선수는 "선발 투수 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어서 최우수선수상(MVP) 도전에 강한 애착을 보였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종료 후 고민 끝에 최우수선수상 후보 경쟁에서 물러나기로 결심했다. 오승환 선수는 같은 팀 후배인 최형우 선수와 MVP 경쟁을 하는 것에 부담감을 느꼈다. 또한 최형우 선수가 방출 선수 출신으로 피나는 노력으로 역경을 딛고 팀의 중심타자로 발돋움해 홈런, 타점, 장타율 등 타격 3관왕을 수상하며 팀의 우승에 기여한 공이 큰 선수로서 MVP 후보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해 후보 경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정도(正道)가 아닐뿐더러 후보 선정 자체를 모독하는 기만행위에 다름 아니다. 페넌트레이스 MVP는 한해 농사를 갈무리하는 시점에서 그 해 최고의 활약을 보인 선수에게 돌아가는 가장 영예로운 상이다. 한국야구기자회와 한국야구위원회(KBO)의 관계자로 이루어진 후보선정위원회에서 페넌트레이스 성적을 토대로 후보를 선정하는 것으로 설사 후배에게 '아름다운 양보'를 하고 싶어 사퇴할 마음이 있더라도 제 마음대로 사퇴할 수 있는 성질의 상이 아니다. 

올해의 경우 삼성에서 오승환과 더불어 최형우(28)가 후보에 선정돼 표 분산의 우려가 들 수 있기는 하다. 그렇다하더라도 어느 한 쪽이 다른 선수에게 표를 몰아주기 위해 물러나는 것은 '미덕'이 될 수 없다. 성적에 의해 투표인단의 정당한 판단을 받아야할 일이 정치판의 단일화 같은 행위로 '표 몰아주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상의 제정 취지를 정면에서 훼손하는 일일 뿐만 아니라 투표인단을 무시하는 일이다. 오히려 얄팍한 꼼수로 비치기 십상이다. 

삼성 구단은 자충수를 뒀다. 설사 소속 선수가 팀 동료에게 양보할 의사가 있다손 치더라도 말렸어야 옳을 일을 앞장서서 보도 자료로 표심을 흔들어보고자 한 것은 기만행위를 부추긴 꼴이다. 더군다나 오승환은 유력한 후보인 윤석민(25. KIA 타이거즈)과 MVP 자리를 놓고 충분히 겨뤄볼만한 성적을 올렸다. 투표에서 패하는 한이 있더라도 떳떳하게 승부를 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거늘 구단이 그런 판단조차 하지 못한 것은 한심스런 노릇이다. 

그래서 삼성 구단의 이런 행위는 예전의 아픈 사례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1984년에 삼성 포수 이만수가 한국 프로야구 최초로 트리플크라운(타율, 홈런, 타점)을 달성, MVP가 유력했으나 결과는 한국시리즈에서 4승을 거둔 롯데의 최동원에게 돌아갔다. 

정규리그 막판에 당시 삼성의 김영덕 감독이 노골적으로 이만수의 타격왕 만들기에 나선데다 한국시리즈 파트너 고르기 작전으로 롯데에 잇단 져주기 극을 펼치는 바람에 기자단에 '괘씸죄'로 걸려들었다. 김 감독은 이만수를 벤치에서 쉬게 하는 한편 타격왕 자리를 놓고 치열한 막판 경합을 벌였던 롯데의 재일동포 출신 홍문종에게 9타석 연속 볼넷으로 내보내는 등 아예 타격 기회를 원천봉쇄, 여론의 엄청난 비난을 들어야 했다. 결국 이만수가 1리 차이(3할4푼: 3할3푼9리)로 타격왕에 오르는 데 성공했으나 '선도'가 떨어진 흠결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그 해 MVP 투표는 한국시리즈 최종 7차전(10월9일) 직후에 있었다. 7차전에서 역전 결승 3점 홈런을 날린 유두열이 한국시리즈 MVP로, 혼자서 4승을 책임진 최동원이 선수권대회 MVP로 뽑혔다. 공교로운 수상자 안배였지만, 만약 투표가 한국시리즈 전에 이뤄졌다면 MVP의 향방이 달라졌을 지도 모른다. 

삼성의 아픔은 1985년에도 이어졌다. 너무 잘 한 것도 탈이라고나해야 할까. 삼성은 그 해 7할6리라는 사상 최고의 승률로 전, 후기 통합 우승을 일궈내며 한국시리즈 자체를 무산시켰다. 이만수가 홈런, 타점, 승리타점 등 3관왕, 장효조가 타율과 출루율 2관왕에 올라 팀내 다툼을 벌이는 상황이 됐으나 결과는 홈런 공동 1위, 장타율 1위를 따냈던 해태 김성한이 MVP상을 받았다. 표 분산 탓도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매너'면에서 후한 인상을 준 김성한이 어부지리를 얻은 것이다. 

KBO는 오승환의 사퇴 결심 보도와 관련, "MVP 후보는 선거처럼 입후보 하는 게 아니라 시즌 성적을 참고로 후보자 선정위원회가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후보를 사퇴하거나 그럴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못 박았다. 따라서 예정대로 투표가 이루어질 것이다. 

오승환의 아름다운 양보? 이건 아니다. 정정당당하게 투표인단의 선택을 받아들이는 게 마땅하다. 

홍윤표 OSEN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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