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성인이 되기 전 까지
밥상에 고추장 찌개가 올라 오는 것을
별로 달가워 하지 않았다.
미묘한 달큰함도 싫었고 매운맛도 싫었다.
정말 먹을게 없으면 감자만 집어 먹는 정도...
그래서 우리 어머니는 항상 고추장 찌개에
고기와 감자를 듬뿍 넣어 주셨다.
얼큰한 음식과 술을 즐길 줄 아는 삼십대가 되고
최근 고추장 찌개 맛있게 만드는 비결을 알게 된 뒤
이녀석을 자주 찾게 되었다.
어린 시절에 왜 이걸 그렇게 싫어 했나 싶을 만큼...
큼직한 고기는 쌈으로 즐기고
찬밥에 감자와 호박, 그리고 국물을 잘박하게 담아
사극에 나오는 마당쇠 마냥 쓱쓱 비벼 먹다 보면
밥 한공기는 금세 뚝딱이요
소주 두병은 기본이다.
아아... 2인분을 끓였는데
냄비 바닥 까지 싹싹 긁어 먹고 말았다.
JEICH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