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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한국 애니계가 희망이 있다고 말하는 건 굉장히 조심스러운 일입니다.
게시물ID : animation_21293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CPA회장
추천 : 13
조회수 : 440회
댓글수 : 22개
등록시간 : 2014/03/24 14:52:55
차라리 희망이 없어! 라고 불평하는 편이 낫습니다.

...


꿈 하나 믿고 애니 회사에 들어갔는데 한 장에 몇 백원하는 그림 손이 기형이 될 때까지 야근하고

돌아오는 건 한 달에 100만원도 간당간당한 박봉... 결국 무리하다가 혹은 깊은 회의감에 빠져서

퇴사하는 경우를 엄청 많이 봐왔습니다. 

심지어 그 분들은 그림 그리는 일 외에는 생각한 적이 없기 때문에

다른 일을 구하는 것도 힘듭니다. 기껏해야 편의점 알바나 구하는 거죠. (다른 분들은 모르겠지만 제가 봐온 경우엔 그랬습니다.)

그런 분을 앞에 두고

아무런 비전 제시도 없이

'낙담하지 않으면 희망 있어요!' 하는 건 상처를 들쑤시는 것 밖에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자본 주의 사회에서 '꿈 하나 가지고 이끌어 가렴!' 하는 사회를 같이 비판해주는 게 차라리 낫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이도 잘했단 건 아니지만)

...

애니 강국인 일본도 애니 시장에 엄청난 흑역사가 있었습니다.

데즈카 오사무, 만화의 신이라는 평과 함께 애니 산업을 3D 산업으로 만들었다는 양면적인 평을 받는 데즈카 오사무 이후

일본 애니계는 적은 돈으로 작품을 뽑아내는 제작법 (이 때 초당 24프레임이 나왔죠.)이 유행하게 됩니다.

물론 돈이 적게 들어간 만큼 저질스러운 작품들이 많았고 인건비조차 안되서 애니메이터들은 야근을 하면서도 돈을 못 받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그것도 일본 특유 장인 정신같은 게 있어서 가능한 거였지만...)

이에 화가난 어떤 사람이 만화의 신으로 추앙받던 데즈카 오사무를 신랄하게 까내리기 시작합니다.

심지어 장례식에서 까지.

'애니메이션 저임금화로 생활고에 시달리게 만들어 하청 제작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로 만들어 놓았기에 애니메이션의 발전에 극악을 끼친 점이 있습니다.'

라면서 말이죠.

그게 미야자키 하야오 였습니다. 그도 이런 시절 데즈카 오사무의 영향을 받으며 자랐지만 이런 식으로 가면 애니 산업이 망할 것을 알고

데즈카 오사무를 대표로 60~70년대 애니 산업을 비판하며 동시에 후배를 양성, 애니 산업 전체적인 인식 변화와 환경 개선을 위해 힘써왔고 

그렇게 해서 일본은 80~90년대 호황기를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뭐...지금의 비판 여론과는 별개로) 비판으로써 애니 산업을 키워온 대표적인 사례인 셈이죠.

...

딴 일하면서 쓰는 거라 글이 난잡하긴 합니다만...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진정 한국 애니계의 미래를 바란다면 보이지도 않는 희망을 잡고 달려가라 할 바엔 차라리 어떤 점이 희망이 없음을 비판하고 더 나아가서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 구체적인 제시를 생각하는 것이 더 바람직 할 것이란 겁니다.





뭐 일본이 경기 불황 이후 다시 예전 연출 방식으로 돌아가는 건 함정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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