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상소문 내용처럼 고구려랑 1:1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상소문 주장대로 그 당시 국제 질서의 논리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사대주의가 비난받는건, 조선이 그런 외교를 해서가 아니라 점점 외교적인 사대주의를 떠나서 정치 경제 문화의 사대주의가 실행되었기 때문입니다.
외교적인 문제만 뚝 자르고 보면 사대주의 자체에 비난을 가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게 국가 전체적인 흐름에 영향을 주고 지배층의 사고방식까지 영향을 준 것이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중국이 강국이니 사대하지만, 우리도 언젠간 강국이 되서 사대받고 싶다 랑 중국이 강국이니 사대하면 , 중국이 알아서 다 해주실 꺼야는 같은 사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마어마한 차이입니다.
불행히도 조선 중간 이후에는 점점 후자가 되어갑니다. 예를들면, 임진왜란을 순전히 명나라만의 공으로 생각하는 사료들. 광해군의 중립외교 정책에 대한 비난,단순히 도장을 못 받아서 끌려다니는 외교, 숭명배금 정책,기자조선 찬양,소중화 사상 등등등....사대주의의 폐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사대주의가 외교의 측면에서 시행되었다면 비난할 거리가 못됩니다. 조선보다 명이 강국인건 객관적으로 알 수 있는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외교가 아닌 정신적으로 의존하는 사대주의는 격렬한 비난을 받아도 할 말 없다 생각합니다..
외교만 뚝 짤라서 사대주의가 문제없는 건 사료 취사선택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렇게 한쪽 측면만 뚝 짤라서 보면 안 좋은 게 어디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