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은 모두 같아. 고장난 비행기에 함께 탄 것처럼 말이야. 물론 운이 좋은 녀석도 있고, 운이 나쁜 녀석도 있겠지. 터프한 녀석이 있는가 하면 나약한 녀석도 있을 테고, 부자도 있고 가난뱅이도 있을 거야. 하지만 남들보다 월등히 강한 힘을 가진 녀석은 아무데도 없다구. 모두가 같은 거야.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는 자는 언젠가는 그것을 잃게 되지 않을까 겁을 집어먹고 있고, 아무것도 갖지 못한 녀석은 영원히 아무것도 가질 수 없는 게 아닐까 걱정하고 있지. 모두가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빨리 그걸 깨달은 사람은 아주 조금이라도 강해지려고 노력해야 해. 시늉만이라도 좋아. 안 그래? 강한 인간이란 어디에도 없다구. 강한 척할 수 있는 인간이 있을 뿐이야."
무라카미 하루키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중에서
가슴에 와닿았던 부분입니다. 한 번 쯤 읽어볼 만한 소설..'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완벽한 문장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아. 완벽한 절망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책을 펼치고 처음 나오는 문장으로 저에게 색다른 인생을 주었던 문장입니다.
이 소설은 주인공의 방황하면서도 삶을 달관한 듯한 젊은 시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누구에게나 젊은 시절이 있고, 세월이 흘러감을 아쉬워하지 않는 사람도 없을겁니다. "모든건 스쳐 지나간다. 누구도 그걸 붙잡을 수는 없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이 말 역시 책에 나오는 말입니다. 모든건 지나가고, 지금 이 순간조차도 생각하는 순간 이미 지나간 시간이 되고말죠. 그리고 언젠간 오늘 이 날도 먼 과거로 기억될테고요. 인생이란 그렇게 생각하면 바람과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 책을 읽으며 느낀것은 바람의 노래소리에 귀를 귀울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생 그 자체를 하나의 노래로 생각하고, 인생을 자체로서 느끼고, 즐겨야 한다는 것이죠.
인생에는 정답도 없고 정해진 길도 있을 수 없겠죠. 각자가 자신의 인생의, 바람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현재의 순간순간을, 스쳐 지나가는 매 순간을 노랫소리로서 들을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말이 지치고 검이 부러지고 갑옷이 녹슬었을 때, 강아지풀이 무성한 풀밭에 누워서 조용히 바람소리를 듣자. 그리고 저수지의 바닥이든 양계장의 냉동 창고든 어디든지 좋다. 내가 가야할 길을 가자. 나에게 있어서 이 한때의 에필로그는 비에 노출된 빨래 말리는 곳처럼 매우 사소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다 그런 것이다."
방황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길을 잃고 헤매는 많은 사람들이 모두 바람의 노래소리를 들으며 자신의 길을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