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알다시피 벌들은 집단생활을 한다. 하루종일 쉴새없이 꽃의 꿀과 화분(花粉)을 옮기는 벌들은 태양이 떠있는 동안에는 그 활동을 멈추지 않는다. 사람들은 흔히 부지런한 생명체에 벌과 개미를 들곤 하지만 여기에 벌을 포함하면서도 인간은 슬픈 벌들의 사연을 모르고 있다.
벌은 태생적으로 체내에서 젤라토닉마그네슘화인이라는 물질을 분비한다. 마그네슘은 물에 닿으면 발화 비슷한 현상을 일으키고 인은 공기중에서 발화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잘 알고 있을 터. 그 두가지 성분이 특이하게 조합된 이 물질은 벌의 체내를 흐르는 체액의 온도가 일정한 점을 유지또는 하회하는 상태에서만 아무 이상을 일으키지 않는다.
벌의 생체 순환기는 상당히 단순하여, 계속해서 날개를 움직이고, 몸을 움직이는 상태에서는 (마치 엔진의 수냉식 냉각장치처럼) 일정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벌이 움직이지 않을때는 그 냉각장치도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여 대기의 온도와 비슷한 수준으로 벌의 체온은 오르거나 떨어진다.
다행히 밤이 되어 벌이 활동하지 않는 시간에는 대기의 온도가 낮보다 훨씬 낮기에 젤라토닉마그네슘화인은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고 대기의 온도가 올라가는 여름의 낮과 같은 경우, 벌이 계속해서 움직여주지 않으면 체내의 온도가 급상승하여 젤라토닉마그네슘화인이 체온에 반응하고, 벌은 그자리에서 자기 몸속의 발화로 인해 타죽어버린다.
실제로 벌이 저 화학반응으로 인해 죽을때를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해보면 희미한 불꽃이 일어난다고 하며, 어릴때부터 죽은 벌 중에 속이 텅텅 빈 놈을 많이 본 것 같기도 하다.
벌도 생명체. 힘이 떨어지면 자연히 움직일 수 없고, 계속해서 바쁘게 일하는 동료와는 달리 쉬어야만 하겠지만.
....그 휴식은 잠시가 아닌 그 벌에게는 영원한 휴식이 되는 것이다.
Bee Burn.......벌이 탄다...
산업혁명기는 노동자들이 휴식을 거의 꿈도 꿀 수 없을만큼 바쁜시기였고, 그때 쉬는 날이 있다는 것은 그의 실직을 의미했다고 한다.
자신의 옆에서 항상 일하던 동료가 어느날 보이지 않을때 고용주에게 그의 행방을 물으면 고용주는 밉살스럽게도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Bee burn."
지금이야 한번 타오른 후 끝나는게 아니라 푹 쉰 후 다음날 또 출근하는.....오히려 좋은 단어가 되어버렸지만 실제의 비번은 죽을때까지 움직여야만 하는 벌의 슬픈 숙명을 등에 업은 끔찍한 단어인 것이다.
우리 역시도 burning하지 않기 위해 끝까지 일을 해야만 하는 작은 존재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