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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신 백일장] 점점 멀어지네.
게시물ID : readers_2132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양고구마
추천 : 3
조회수 : 234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5/08/14 18:4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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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신 백일장] 점점 멀어지네.
 

**책이 있다고 모두 책을 읽는 것은 아니다.
**게을러 보이는 사람이 모두 책을 안 읽는 것도 아니다.
**시간이 흐르면 사람들로부터 채울 수 없는 깊음을 갈구하게 된다.
**판별하기 어려운 깊음! 책 게시판에서 알아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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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언제나처럼 예상할 수 없었다. 마음이 가랑비에 옷 젖듯이 조금씩 스며들어 나의 전부가 되었다.
작년, 아니 재작년인가 시작된 마음이 그 때는 단순히 호감일 뿐, 그 이상을 넘지 않았었다. 하지만
해가 저물고 다시 떠오를 때마다 그 사람을 더 많이 보고 싶었고, 바라보고 싶었다. 그렇지만 코앞에서
볼 수 있을 만큼 그 사람은 가까운 사람이 아니었다. 너무 부족해 보이는 내 모습이 마치 한 마리의
까마귀가 된 것처럼 너무 검어서 밝은 곳으로, 밝은 그 사람 곁으로 다가갈 용기를 내지 못 했다.
 

공기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 사람의 연기를 보는 순간 사방에 고요함이 널뛰었다.
부드러운 움직임에 눈이 먼저 멀어버리고, 차분히 고요함을 깨고 나오는 목소리에 귀도 멀어버렸고
가만히, 그리고 슬며시 웃음 지어 보이는 입술에는 결국 마음이 가만히 고이지 못하고 흘러 넘쳐버렸다.
업이란 게 있다면, 정말로 전생의 업이란 게 있는 거라면. 지금 난, 내가 받은 업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넘치는 마음을 받아주지 못한 사람이었다면, 전부를 흘려보낸 사람이었다면. 지금의 내가 이렇게
되어버린 이유로 충분하지 않을까.
어디에도 담지 못 한 마음이, 그 사람의 빛이 있는 그 어디에도 흐르지 못 한 마음은 계속 넘치고 있다.
 

취하고 싶었던가? 모습에 취하고 싶었는지, 마음에 취하고 싶었는지, 목소리에 취하고 싶었는지. 조금도
미묘한 차이를 모를 만큼 이미 완벽히 취해버렸는지. 술 한 잔 하지 않은 마음은 담기지도 않고 하물며
가벼이 흐르지도 못하면서, 마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들끓던 다가가지 못할 뜨거운 용암처럼 진득하니
아슬아슬하게 마음과 이성의 경계를 지워가고 있다. 술 한 잔으로 마음을 식혀 이성을 차리려 할수록
니플헤임의 안개 숲에 갇혀서 방황하는 사람처럼, 마음은 이성을 품에 안아 꽁꽁 숨기려 한다.
게으르다할까? 숨어버린 이성이 나를 내버려두는 동안 그 사람은 나에게 게으르다고 할까? 아니면
되려 기운 빠진 모습에 걱정이 된다고 신경 써주진 않을까? 아니, 괜한 걱정이다. 마음에서 나온 이성은.
니가 그 사람이 가진 빛 옆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아? 니가? 새까만 까마귀밖에 되지 않는 니가?
 

 

점멸하는 전구 아래서 엎드려 잠이 들었나보다. 그리고 또 꿈을 꾸었나보다, 깨어나면 기억하지도 못할.
점점이 젖어있는 소매를 보니 또 한바탕 울었나보다. 고개를 돌리고 잤으니 눈가에 자국도 남았겠지.
멀어져가는 잠깐의 꿈처럼 숨어버린 이성은 천천히 돌아오고, 넘치던 마음은 다시 담기겠지.
어물쩍 이렇게 하루가 또 지나고. 처음부터 아닌 것처럼 넘쳤던 마음을 이성의 저편으로 보내버리고
지금까지 점멸하고 있는 전구를 멍하니 바라보겠지. 그러면 마음은 인식하지 못 할 말을 던질 거야.
, 전 까마귀에요. 하지만 전 이카루스의 날개가 되어 떨어지더라도 그 사람의 빛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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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직 세월호를 잊지 않았습니다.”
출처 키보드 치는 손과 중얼거리는 입과 빠질것같은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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