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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신백일장]몸이 굳어간다.
게시물ID : readers_2132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앨리님
추천 : 0
조회수 : 19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8/14 22:3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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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등신백일장] 몸이 굳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이미 책게시판 글을 정독하러 오고 있다!


점심시간이 다 되어 잠에서 깨어 몸을 일으켜 세울려니 어제와 다른 컨디션이다. 몸이 쉽게 움직여 지질 않는다.
힘겹게 일으켜 세워 머리도 긁어보고, 가슴도 긁어보고 아랫도리도 긁어 보았지만 쉽게 잠에서 깨지 못하였다.
어정쩡하게 구부러져 있는 다리를 온 힘을 짜내여 펴고 손을 무릎에 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치 좀비가 된

기분이다. 비틀비틀 거리며 혼이 빠진 듯 부엌으로 걸어가서 냉수 한잔을 마시었다. 현재 컨디션은 새벽 늦게까지

혹은 아침 일찍까지 마우스로 총을 쏜 덕뿐일 것이다.


냉수가 온 몸에 퍼진다.
다시 방으로 돌아와 의자에 등을 기대고 다리를 쭉 뻗고 한 손으론 턱을 받히고 나머지 손은 컴퓨터 전원을 킨다.
몇 시간 전에도 보았던 인터넷 게시판은 새로운 글들이 이전 것들을 밀어내고 있지만 그 와중에 돋보이는 글들은
티비 채널을 돌리다 한번 보았던 방송처럼 무의미하게 보듯 관심 없는척 다시 또 읽으며 시간을 흘리고 있다.

아깝다.

대단한 인생의 비밀도 아니고 부자가 되는 방법도 아닌 이 곳에 하루의 대부분을 투자하며 보내고 있다니.
이내 의자를 책상 쪽으로 끌어 당기고 팔꿈치를 책상 위에 올려 놓고 약간 목을 뺀 상태로 모니터를 주시한다.
전방에 수류탄을 던지고 잠시 기달렸다가 달려가 총을 쏘고 문 앞엔 연막을 터트리고 다시 달려가 폭탄을 설치한다.
몇초후 폭탄은 터지고 나는 승리하였다고 귓가에 녹음된 목소리가 말한다.

나는 승리 하였는가?
현실 속 나는 몇분전에 읽은 글 내용도 생각 나지 않았는데, 게임 속 나는 승리한 삶을 살고 있었다.
계속 승리한다. 내가 던진 폭탄에 적군이 죽고 총알에 적군이 죽고 칼로도 적군을 죽인다.
승리가 지겹다. 아마 가짜 승리이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게 지겨워 마우스와 키보드를 밀어놓고 침대위로 올라와 천정을 바라본다.
순간 자각하지 못했지만 찰나의 순간 난 내가 원하던 사람이 되어있었다.
모든 부와 명예를 가진 사람.

하지만 이상하다.
짧은 순간이지만 굉장히 길게 느껴진다.
난 모든걸 다 가진 사람인데, 음식 앞에 모든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음식?'
'무슨 음식이지?'
'킁킁'

엄마가 치킨 먹으라며 거실에서 나를 부른다.

분명 컨디션이 난조였는데, 치킨은 나를 세운다. 일으켜 세운다.
치킨을 한 입 무는 순간, 나는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승리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치킨을 먹으며 엄마가 말한다.
'게임 그만하고 하던 공부마저 해야 시험 때 후회하지 않아'
'나도 알아, 엄마가 치킨 사줬으니깐 감사히 잘 먹고 나머지 공부 열심히 할게'
치킨을 다 먹고 자리를 정리하고 방으로 돌아와 책상 앞에 앉았다.
배가 부르니 아무것도 신경쓰고 싶지 않다. 굳이 필기를 하지 않고 눈으로만 봐도 공부가 되는 것 같다.
어정쩡하게 엉덩이를 의자에 걸치고 다리를 쭉 피고 한 손은 턱에, 한손은 마우스에 올린채.
잠이 오기 시작한다. 다시 난 침대에 누웠다. 천정을 바라보며 시험에 대해 생각을 했다.
'오늘은 공부를 얼마나 했지?'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아침엔 컨디션이 별로였고, 오후엔 게임을 하고 낮잠을 자고, 자다 일어나서 치킨을 먹고 동영상이나 뒤적거리다가
잠을 잘려고 누워있다니... 지금이라도 불을 키고 나머지 공부를 하는게 좋다고 생각했다.
헌데 아까 치킨 먹고 의자에 앉은 뒤부터 몸은 굳어가고 있었고, 침대에 누은 이후부터 핸드폰을 만지는 손과 눈을 빼고 전부 굳어 버렸다.
이 상황을  곱씹으면 곱씹을 수록 이보다 더한 등신은 없었다.
지나가는 계절처럼 변화에 대해 내 마음은 계속 굳어만 있다.

 



 “우리는 세월호를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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