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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신 백일장] 등신불
게시물ID : readers_2133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비공간합니다
추천 : 2
조회수 : 35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8/14 23: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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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 죽어도 멋져 보일 책을 항상 읽으라- P.J 오루크

자살당하는 사건이 많은 이때 당신은 무엇을 준비하고 있습니까?

얼른 하드를 삭제하고 책게로 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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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마을에 등신이 하나 살고 있다.

날 때부터 그랬는지 어릴 때 머리를 다쳐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보다 조금 모자란 정신에 마을 사람들은 모두들 그를 등신이라고 불렀다. 등신은 몸이 불편한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면서 동네 사람들의 일을 도와주고 먹을 것을 얻어 생계를 꾸려갔다.

나무 밑에서 꼼지락대고 있는 등신 뒤로 애들이 수군대다 낄낄거린다. 그리고 뭔가를 등 뒤에 숨겼다.

등신아, 배고프지?”

, 배고프다.”

이거 먹어.”

등뒤에 숨겼던 것은 아직 익을 때가 되지 않아 시퍼런 땡감이었다. 꼬맹이가 실실 웃으며 등신한테 땡감을 쥐여 준다. 등신이 시퍼런 땡감을 한 입 깨물었다.

으아 이거 맛없어. . .”

등신이 걸쭉한 침을 흘리며 괴로워하자, 꼬맹이 놈들이 좋다고 낄낄거리며 지랄발광이다.

야 너 이거 다 안 먹으면 엄마한테 말해서 다음부터 너한테 먹을 거 주지 말라고 한다?”

등신이 땡감을 버리려고 하자, 꼬맹이가 협박을 한다.

안돼, 안돼 우리 엄마 배고프면 안 된다. 우리 엄마 먹을 거 맨날 먹어야 한다고 의사 선생님이 그랬다.”

땅바닥에 버려질 뻔 한 땡감은 등신이 입으로 들어갔다.

이놈들아 저리 안 꺼져?”

멀리서 마을 청년하나가 소리 지르며 달려오자 꼬맹이들이 우르르 도망갔다.

야 등신아 그거 버려. 왜 먹고 있는 거야.”

청년이 등신 손에서 땡감을 뺏어 던졌다. 등신은 땡감 때문에 침을 질질 흘리면서도 웃고 있었다.

넌 뭐가 좋다고 맨날 헤실헤실 웃고 있냐?”

등신은 언제나 웃고 있었다. 청년이 어렸을 때 물에 휩쓸려 죽을 뻔했을 때 기절했다가 가장 처음 본 것은 등신의 웃음이었다. 또 가끔 마을 사람들이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등신한테 화풀이를 하거나 동네 개구쟁이들의 놀림감이 되어도 등신은 항상 웃고 있었다.

웃는 거 좋다. 우리 엄마가 웃으면 복이 온다고 맨날 웃으라고 했다.”

그놈의 복이 참도 많아서 이 모양 이 꼬라지로 살고 있냐?”

마을 청년은 등신이 또 헤프게 웃자 속이 터졌다.

이거 아까 강가에서 몇 마리 잡았다. 어머니 드려라.”

청년은 자기가 잡은 물고기 중 가장 큰 걸로 두 마리 골라 등신한테 넘겼다.

 

등신은 힘이 좋았다. 장정 두 세 명이 달라붙어서 할 일도 혼자 거뜬히 해내어 마을 사람들은 등신을 참 좋아했다. 게다가 삯을 많이 주지 않아도 그날 먹을 음식만 푸짐히 안겨주면 등신은 불만이 없었다. 다만 겨울에는 마을 전체에 일이 별로 없어서 등신은 음식을 구하러 이웃마을까지 가야했다. 찬바람에 생나무가지가 뚝뚝 끊어지는 이른 아침에 등신은 이웃마을에 일거리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집을 나섰다. 간밤에 어머니의 기침소리가 더 커진 것 같아서 어머니 약도 구해야 했다. 화로에 마른 장작을 충분히 놔두고 등신은 옆 마을로 향했다.

그날은 마을 지주의 손주가 첫돌이 되는 날이었다. , , 돼지를 잡고 마을 전체에 풍악이 울려 퍼졌다. 마을 사람들은 진심으로 지주를 축하해주며 먹고 마시고 놀았다. 등신은 하루 종일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도 어머니를 드릴 음식을 따로 챙겨 놓았다. 돌이 뭔지 생일이 뭔지도 잘 몰랐지만 등신은 지주의 손주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주었다. 어머니께 음식을 가져다 드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었다.

잔치가 다 끝나고 등신은 한 손에는 잔치 음식과 한 손에는 약을 들고 어머니가 계신 오두막을 향해 달렸다. 손이 무거운 만큼 발은 더 빨랐다.

멀리 오두막이 보이기 시작할 때 등신은 더 빨리 뛰기 시작했다. 손에 들고 있는 것은 전부 내팽개치고 비명도 아니고 신음도 아닌 소리를 지르며 등신은 불타는 오두막으로 뛰어 들어갔다. 누군가 그를 불렀던 것도 같았지만 등신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등신이 들어가고 오두막은 무너져 내렸다. 불타 무너진 오두막에는 누구도 들어가지 못하고 나오지도 못했다. 근처 불을 끌만한 물도 전부 얼어붙어 버려서 자연적으로 불이 꺼질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잔불이 남아 있는 잔해를 마을청년은 미친 듯이 파헤쳤다. 흩날리는 불씨들 사이에서 시꺼멓게 탄 사람형상 하나를 찾아냈다. 손발이 오그라붙고 등도 구부정하게 꺾였지만 얼굴 표정은 웃고 있는 모습이었다.

에이 등신아, 이런 등신아. 거길 왜 들어가. 너희 어머니는 내가 구했는데 넌 뭣 하러 거기 들어 갔어. 왜 내가 불렀는데 못 듣고 거길 들어가. 이런 귀머거리 쪼다 새끼야. 야이 멍청한 놈아.”

 

날이 풀리고 밭일을 시작했을 때 마을 사람들은 일 잘하고 불만 없는 등신이 없는 게 조금 불편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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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건이 조금 불편하고 만 일이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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