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제가 직접 겪은 일입니다. 어제 학교를 마치고, 언제나 그랬듯이 집으로 향하는 마을버스 제일 뒤에 앉았습니다. 노량진역 쯤에서 키가 몹시 큰 젊은여자가 제 옆에 있는 빈자리를 향해 누구에게 자리를 뺏길새라 후다닥 달려와 앉더군요. 손에는 먹다남은 토스트가 들려 있었습니다. 그걸 우걱우걱 쩝쩝 소리내면서 먹더라구요. 그리고는 전화가 왔습니다. 그런데, 그 목소리는 그야말로 화통을 삶아먹은 목소리였습니다. 사람 가득한 버스 안을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버스안에 자기 혼자만 있는 것 처럼... 그렇게 3분 정도 통화하더니, 전화를 끊고, 다시 먹기 시작하더군요. 그리고는 '에이, 심심해.'하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습니다.
'어! 언니? 뭐해? ...(중략)...무슨 테러가 나냐? 야야..테러 안나...'
정말 쓸데없는 통화를 그렇게 다른 사람 다 들으라는 듯이 그렇게 크게 얘기할 필요가 있을까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결국 저는
'저기요. 조금만 작은 목소리로 통화해 주시면 안될까요?'
정중히 얘기를 했는데, 완전 쌩이였습니다. 사람들 시선이 모두 버스 제일 뒷자석들로 모였습니다. 목소리는 점점 더 커져가고, 까르르~~하는 웃음소리가 쩌렁쩌렁 울립디다. 꾹 참다가 한번더 침착하게 말을 건네었습니다.
'저기요. 목소리 좀 낮춰서 통화하라구요.'
그러자 그녀는 전화통화를 계속 하면서
'어? 아, 아냐. 신경쓰지마. 옆에서 뭐라고 떠들고 있어서...'
드디어 뚜껑 열린 무적 502!!! 순진무구한 저를 결국 겁없게 만들어버린 그녀!
'야, 이 XX년이. 너 혼자 탔어? 니만 주둥이 살았냐? 내가 정중히 얘기했지. 어유, XX! 진짜~ 너는 지금 나만 무시하는게 아니라 여기 있는 사람 다 무시하고 있는거야. XX아~~~ 아~~~ 졸라 좋게좋게 넘어갈려고 그랬더니 진짜.'
그러자, 그녀가 눈을 크게 뜨고 뭐라고 말하려고 하는데 제가 가로막고
'조용히해. 무슨 할 말 있다고, 니가 잘 한거 있으면 애기해봐. 나는 잘한거 있냐고? 나 없다! 왜! 하지만, 나는 공공장소에서의 기본적인 예의는 안다. 왜 반 말이냐고? 대접받고 싶으면 니부터 그런 행동하며 살아라. 평소에도 다른 사람 신경안쓰고 그 지랄하면서 전화 받고 토스트 먹겠지.'
사람들은 다들 토끼눈으로 흥미롭게 뒷자석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이렇게 말하고 있는 제 자신이 신기했습니다. 하지만, 속은 후련하던데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그 여자가 뭐라고 대들려고 하자 옆에서 지켜보시던 아저씨께서...
'댁이 시끄러운건 맞잖수. 귀 따거워 죽는 줄 알았는데...'
저도 욕하고 반말한 잘못은 있지만 사람들이 대체로 제 편을 들어주더라구요. (그 정도로 시끄러웠으니까요.) 다음 정거장에서 그 싸가지 없는 키 큰 여자는 씩씩거리며 내렸습니다. 좀체 폭발하지 않는 제 성격이 모처럼 활활 타오른 날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