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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70주년 글짓기 공모전에서 입상했어요
게시물ID : readers_213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DoubleKiss
추천 : 15
조회수 : 604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5/08/15 18:45:25


안녕하세요, 시드니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있는 남징어입니다.

오늘 15일에 열린 광복회 호주지회에서 주관하는 광복절 70주년 글짓기 공모전 시상식에서 '소녀상'이란 시로 영광스런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같이 출품했던 '광부'는 아쉽게도 1인 1상 규칙에 따라 입상에 실패했지만, 유독 애착이 가는 작품이라 같이 올려봅니다.

(수줍으니 본명은 지웠습니다)





소녀상

 

내 얼굴은 언제나 붉었다.

울고 있는 엄마를 뒤에 두고 집을 떠날 때도

이역만리 짐승의 날들을 견딜 때도

나는 울음 대신 얼굴을 붉혔다.

 

내 얼굴은 언제나 붉었다.

댕기 머리 잘리던 날도

저고리 고름 뜯기던 날도

죽음 대신 나는 얼굴을 붉혔다.

 

내 얼굴은 언제나 붉었다.

고아는 울지 않는 법

조국은 나를 잊고 나는 나를 잃고도

나는 탄식 대신 얼굴을 붉혔다.

 

오욕을 뿌린 자는 부끄러움을 모르고

꽃이었으나 꽃이 되지 못한 여인들이 맨발로 바늘 위를 걷는다.

들린 발꿈치 사이로 청춘이 지나가고

빈 세월 옆에 앉아

오늘도 나는 얼굴을 붉힌다.

 

붉은 내 얼굴은

용암 같은 분노

천둥 같은 절규

내 얼굴은 언제나 붉었다.





광부-하시마 문화유산 등재에 즈음하여

 

너무 깊어서 깊이를 알 수 없는 곳까지 내려간다.

노동은 마른 몸뚱이를 바닥으로 눕혀 정을 들고 어둠을 쪼개 한다.

딱딱한 어둠은 더디게 떨어져 나와 내 몫의 공기를 들이마시고

폐 속 가득 들어차는 더운 기억들.

정작 내가 쪼고 있는 것은 내 살점과 나의 뼈

쌓인 어둠 위로 바다가 거칠게 지나가고

해독 불가능한 언어들 속에서 나는 더러운 냄새들.

남루한 옷조차 사치가 되는 곳에서

드러나는 치부들은 차라리 빛처럼 환하다.

너는 죽어서 햇살 속으로 갔지만

나는 죽지 못해서 지하 일천 미터에서 죽음 같은 어둠을

어둠 같은 죽음을 캔다.

깻묵을 씹을 때 남은 삶이 거칠게 씹혀서

울지도 못하고 숨이 막히곤 했다.

 

너의 죽음과 나의 연명이 나란히 힘겹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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