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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자본구조 자체가 독식형이고, 이게 그대로 게임판에 적용된 거죠.
게시물ID : gametalk_21353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세금계산서
추천 : 10
조회수 : 337회
댓글수 : 13개
등록시간 : 2014/10/06 12:08:29

(스압주의)

"독창성이 없다?"
"다양성이 없다?"

이건 게임 게발진의 문제가 절대로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그보다 근본적인 곳에 있습니다.

먼저 요악하자면.

1. 자본의 부족 = 소비력의 부족
2. 대기업 독식
3. 투기성

이 세가지가 원인이라고 생각이 되네용...
주욱 설명해볼게요.

(주: 여기서 말하는 문화예술에는 당연히 게임도 포함됩니다. 영화 등을 예시로 드는게 더 쉬울 것 같아서 그냥 싸잡아 썼습니다.
물론 일반적인 문화예술과 게임은 차이가 좀 있는데, 이부분도 설명드림.)



1. 자본의 부족 = 소비력의 부족

"독창성이 없다?"
"다양성이 없다?"

자, 생각해 보세요..
방송이든, 영화든, 연극이든, 출판이든, 만화든..... 대한민국 문화예술은 죄다 이 소리 듣고 있습니다 .

왜일까요?
돈이 없으니까.ㅋ 투자받아서 본전치기라서.ㅋ

영화?
해외에서 여러번 상을 받은 유명한 감독들도 예술영화 찍으려고 투자 받기가 하늘의 별따깁니다.
연극도 그렇죠.
유명 작품 재탕 삼탕에 "왜 한국에선 독창성 있는 작품을 안 하냐" 같은 소릴 듣죠.
결국은 투자자들 비위에 맞추기 위해 대중에게 팔리는 거 찍습니다.
그리고 빚 갚으면 끝 ^0^ 남는 게 없죠.
결국 하나 대박 터트리고 난 다음 투자자들에게 "야, 다음 영화는 내 뜻대로 할테니까 터치하지마라." 같은 말로
간신히 "독창성 있는 다양한 쟝르의 영화"를 찍을 수 있는거죠.
이조차 태클이 많습니다.... 
관객들은 상상도 못할 정도로 제작하는데 장애가 많아요.

어차피 거대자본이라는 건 돈 되는 데에만 투자하는 놈들이니,
나라에서나마 중소규모의 문화예술 업체에 지원해야 합니다..
설령 컨텐츠 하나가 실패한다 하더라도 받쳐줄 만한 기반이 있는 등의 국가적 제도가 기반되지 않는다면
독창적인 문화 컨텐츠는 나오지 않습니다.

그런데 문화예술이 돈이 없는 건, 비단 이 이유만이 아닙니다.
문화예술이 다양한 컨텐츠를 제공하려면 기본적으로 전제되어야 하는 게 있습니다.

시장규모가 커져아 합니다 = 소비자들이 돈이 많아야 합니다!!! 


/

Q. 왜 한국엔 독창성 있는 문화 컨텐츠가 없어?
A. 회사에 자본이 없거든. 투자자로부터 받는 건데 투자자들이 돈 되는거 아니면 투자를 안 해.

Q. 왜 투자를 받아야 해?
A. 응. 솔직히 돈만 좀 벌면 투자자로부터 어느정도 자유롭겠지. 근데 돈이 안 벌려.ㅋ 국민들이 문화예술에 돈을 안 써.

Q. 왜 국민들이 문화예술에 돈을 안 써?
A. 국민들이 임금수준이 X나 낮거든. 당장 내 먹고 살 돈 없는데 게임 현질 하겠냐? 하지만 유희는 즐겨야하고, 복돌짓이나 하는거지.

Q. 에이~ 그래도 늬들이 좋은 게임or영화or연극 만들면 다 살 거 아냐? 좀 도전해 봐.
A. 씨풋? 이번 게임or게임or연극 실패하면 백수되는데 그건 니가 책임지고? 취업하기도 어려운데 좀 개소리 마라.;

Q. 그럼 니가 기업 차려! ^^ 너 돈 벌어놓은 거 있지? 그걸로 뜻맞는 사람들이랑, 인디게임부터 차근차근! ^^ 
A. 편의점 알바로 한 달에 100벌어 가면서 너 같으면 게임 만들고 있겠냐?.......아니 그것보다 너 한 대 맞을래요?

/

...국민이 가난하면 가장 먼저 축소하는 지출 분야가 문화예술이죠.^^

줄여야 먹고 살고,
딱히 줄인다 하더라도 생존에 치명적이지 않거든요.

일본을 보세요..
일본이 저렇게 다양한 제품을 낼 수 있고 다양한 컨텐츠를 만들어 내는 건,
그들이 기본적으로 여유롭기 때문이에요.

1. 소비자들이 돈이 많고, 
2. 그러니까 자기 취향대로 다양하게 지출할 수 있고.
3. 이런 다양한 취향을 공략할만한 다양한 시장이 형성되고. 

문화예술은 기본적으로 국민이 부유해야 흥합니다. 
지금처럼 내수가 말라붙은 마당에,
게임? 영화? 연극?
고로.... 지금 한국 문화예술 시장을 놓고서 "개발자들이 도전정신이 부족해서 다양하지 않다"를 운운하는건 굉장히 잔인한 소립니다.
(물론 게임회사는 돈 없어서 살기 힘든 다른 문화예술들과는 조금 상황이 다르긴 합니다.
수입은 있는데 대기업 독식과 투기성이 강한거라... 이건 다음 장에 설명.)

이런 전례들을 보면, 게임도 영화와 비슷하게 흘러갈 겁니다.
어느 개발자가 게임 하나 대박치고 
그 돈으로 "내 뜻에 맞는 게임을 만들겠어!"하고 회사 하나 차리지 않는 한 힘듭니다.

물론 이게 성공하리란 보장은 없죠!
망하면 그냥 게임 오버....... 다시 투자자를 찾아 굽실거리며, 입맛에 맞는 게임을 만들어야겠죠...
그러면 유저(관객)들은  말하는거죠.

"헐, 기대했더니 또 똑같은 게임(영화) 나왔네. 이 개발자(감독) 되게 유명한 사람인데, 왜 이렇게 흔한 걸 만들었지?"



2. 대기업 독식

그런데 국내 게임은 일반적인 문화예술과는 비슷하면서도 또 미묘하게 다릅니다.
일단 돈이 많아요.
다른 문화예술 따윈 쨉도 안될 만큼 돈을 엄청나게 많이 법니다...
사실 돈 없어서 다양하게 못 만든다는 소리는 못하는 곳이죠....
그런데도 불구하고...
돈을 엄청나게 많이 벌고 시장이 엄청나게 큰데에도 불구하고... 다양하진 않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원인은 대기업 독식입니다.
시장을 장악해서 이것저것 다 사들인 다음, 자기들이 먹지 못한 곳은 말려죽여서, 시장 자체를 없애는 놈들이죠. 

국내 게임 초창기를 기억 하실겁니다.
외국 게임들로 가득찬 한국에서, 뜻맞는 사람들끼리 뭉쳐서 게임 만들던 그 시절이요.
유명한 온라인 게임들을 만들면서,
자기들이 돈을 벌고, 게임을 기반으로 회사를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던 시절이 있었죠. 

근데... 그들이 악역이 되었어요. ^^

리스크를 감당하며 게임 개발하는 것 보다, 그냥 잘 만들어진 게임 사는 게 더  돈벌기 쉽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지금도 독창적인 게임 만드는 회사는 있습니다.
다만, 
손 빨면서 좋은 게임의 틀을 만들면 악덕으로 유명한 모 몇몇 대형회사들이 낼름 사버리죠.ㅋ
그리고 각종 엿먹을 컨텐츠를 추가해서 잘만든 게임을 말아먹습니다...ㅋㅋㅋ

이놈들 특징이 일단 다양하게 사들입니다. 각 영역별로. 
그리고 그 한놈을 최대한으로 피둥피둥 키워서 유저들을 그 입맛에 길들입니다.
인디들이 어떻게든 새 게임을 만들어내지만, 이미 적응해버린 유저들은 다른 방식에 적응도 안 할 뿐더러,
진출할 틈 자체가 너무 좁은 거죠.
결국 대중의 입맛 = 기존 대기업의 공식에 비슷한걸 만들어 냅니다.

그러면 유저들은 말하죠.

"뭐야, 참신한 줄 알았는데 결국 또 똑같아네!"



3. 투기성 자본

국내 게임 시장은 굉장히 급속하게 커진 케이스입니다. 
이 과정에서 게임의 정체성에 대한 철학이 굉장히 미비하고 기반도 없었죠.
하지만 어쨌든 돈은 벌렸죠.
그렇다보니 아주 질낮은 벌레들이 많이 꼬였습니다......
바로 투기성 자본입니다.

이놈들은 게임을 문화예술로 생각 안 해요... 이놈들은 오직 돈 버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있죠.

결론적으로, 한탕 노리고 사업 하는 게 게임시장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렇다보니 요새 젊은 자본가들이 돈 벌려고 가장 많이 투자하고 뛰어드는 곳이 게임업계죠..

"집에서 물려받은 돈은 많은데, 딱히 쓸 곳은 없고, 요새 게임이 돈이 된다던데 회사나 차려볼까. 
적당히 개발자 몇 데려오고 프로그래머랑 디자이너 데려오면 되겠지?" 

결론
= ....

게임에 대한 철학이 없으니 뭘 만들어야 하는지 모르고,
어느정도의 임금을 줘야하는지도 몰라서, 초반에는 어마어마한 월급으로 팡팡 때려주다가,
그만큼 수입을 못 뽑아내자
물건 하나씩 팔아 치우고,  월급 밀리기 시작하고, 급기야 셧다운...
그러면서도 자본가 본인은 결코 가난해지지 않고, 그냥 젊은 개발진들만 죽어나는 거죠.

홈페이지 사업, IT 회사들의 흥망도 이랬던 시절이 있었죠. 지금도 그렇고.ㅋ

그냥 사람이랑 컴퓨터만 있으면 되니까.
돈만 있으면 대충 할 수 있는 사업 수준인 거죠.
이런 자본가들은 직원들에게 항상 간단한 지령을 내립니다.

"팔리는 걸로 만들어 봐."

개발진들의 악몽이 시작되는 거죠.
언제든지 일 하겠다는 노비들은 많겠다.. 직원을 부품 갈아 끼우듯이 갈아치우면서... 
어차피 자기는 피해를 눈꼽 만큼도 볼 생각이 없으니까, 망할 것 같으면 손익 분기점에서 손 싹 털어버리고. 
터지면 대박...
물론 대박은 "자본을 가진 사장의 대박"이니까, 개발진들에게 돈을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놈들이 태반...
실패하면 개발자 탓..
늬들 다 나가.
다른 참신한 애들은 많거든. 

이런 판에 
인디게임이나 소규모 게임회사가 활로를 뚫어보자니...
대기업, 중소기업도 살기 힘든 마당에, 인디가 어딜? 이 되는거죠...ㅋㅋㅋ

근데 비단 게임만 이런 단계를 밟은 건 아닙니다.
대한민국 거대자본이 하는 모든 사업이 이런 식입니다. 
인디들이 죽어라고 싸워가면서 시장을 넓혀놓으면
여지없이 거대자본이 들어서서 먹어치우고 판을 흐립니다.
그리고 그걸로 투기질을 시작하죠.
정부는 이걸 구경만 합니다. 혹은 부추깁니다. ^^ 

마치 홍대 거리와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죽어라고 해서 거리를 부흥시켜 놨더니만, 거대 프랜차이즈들이 와서 건물을 사들입니다. 
처음 거리를 부흥시켰던 사람들은 높은 집세에 떠밀려 쫓겨나는 거죠.

그러면 거리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의아해하는 거죠.

"옛날에 여기 되게 독특한 곳 많았는데 왜 프랜차이즈 뿐이야?"

문화예술도 이와 똑같습니다.
관객이나 유저도 외치는 거죠.

"아니, 처음엔 되게 다양하고 괜찮았었는데 왜 점점 다 똑같아지는 거야? 좀 참신한 것 없어?"

다만 게임판을 보면서 겁나 빡치는 건,
이 거대 자본이 된 이들 중 몇몇은.... 분명히 초창기에 게임 밭을 일군 이들 당사자라는 거죠.^^
바로 그 본인들이 미래의 씨를 말리고 있으니 더 분노하는 겁니다. 


* * *


게임게의 논란은 당연합니다.
한국의 전반적인 문제기도 하고요.
이게 게임 시장으로 전이되었을 뿐이죠.

요약하자면,

대기업 독식, 횡포 + 죽어나는 중소기업 = 다양한 컨텐츠의 부족
여기에 정부가 고춧가루 팍팍★
= 수입 활성화
= 국내 컨텐츠엔 돈 쓸 가치가 없으니 걍 복돌 쓰자
= 급기야 국내 브랜드 안 사기 운동
= 다 같이 멸망, 아 물론 소수의 자본가 제외
= (...)

제 생각엔... 
개발자들이 잘못되었느니, 유저들이 잘못되었느니, 하는 것보다... 일단 문화예술계에 대한 큰 숲을 그려봤습니다....
종사자들에게 있어선, 이 문제도 정말 중요하거든요.
동시에 한국 국민 입장에서,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저기 저 "고춧가루 팍팍★" 치는 미친 놈들이 도무지 거대자본 제어를 안 한다는 거거든요.
하다못해 국민이 돈이라도 많으면,
거대자본이 저렇게 횡포를 부려도 상관 없습니다.
어쨌든 시장이 커지니까.
국민도 가난한 판에 저걸 냅두니까 더 막을 수가 없는거죠.... 그냥 총체적 난국. 노답수준이라고나 할까요.

이상 

게임계에서 일하고 싶었던 어느 문화예술 종사자였습니다. ㅠ.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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