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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와 사진,,
게시물ID : humordata_21361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오이업ㅂ다
추천 : 5
조회수 : 613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05/01/16 22:40:19
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 보고 싶어 황정순 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 보고싶어... 가능 하다면 꽃밭이 있고 가까운 거리에 숲이 있었으면 좋겠어.. 개울 물 소리 졸졸거리면 더 좋을 거야.. 잠 없는 난...당신 간지럽혀 깨워 아직 안개 걷히지 않은 아침 길 풀섶에 달린 이슬 담을 병 들고 산책해야지.. 삐걱거리는 허리 주욱 펴 보이며 내가 당신 하나 두울~~ 체조시킬 거야.. 햇살이 조금 퍼지기 시작하겠지... 우리의 가는 머리카락이 은빛으로 반짝일 때 나는 당신의 이마에 오래 입맞춤 하고 싶어.. 사람들이 봐도 하나도 부끄럽지 않아.. 아주 부드러운 죽으로 우리의 아침 식사를 준비 할거야.. 이를테면 쇠고기 꼭꼭 다져넣고 파릇한 야채 띄워 야채죽으로 하지.. 깔깔한 입 안이 솜사탕 문 듯 할 거야.. 이 때 나직히 모짜르트를 올려 놓아야지.. 아주 연한 헤이즐럿을 내리고 꽃무늬 박힌 찻잔 두 개에 가득 담아 이제 잉크 냄새 나는 신문을 볼 거야.. 코에 걸린 안경 너머 당신의 눈빛을 읽겠지 ... 눈을 감고 다가 가야지... 서툴지 않게 당신 코와 맞닿을 수 있어... 강아지처럼 부벼 볼 거야.. 그래 보고 싶었거든... 해가 높이 오르고 창 깊숙이 들던 햇빛 물러 설 즈음... 당신의 무릎을 베고 오래오래 낮잠도 자야지.. 아이처럼 자장가도 부탁해 볼까.....? 어쩌면 그 때는 창 밖의 많은 것들...... 세상의 분주한 것들...... 우리를 닮아 아주 조용하고 아주 평화로울 거야.. 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당신의 등에 기대 소리내어 울고도 싶어.. 장작불 같던 가슴... 그 불씨 사그러들게 하느라 참 힘들었노라.. 이별이 무서워 사랑한다 말하지 못했노라.. 사랑하기 너무 벅찬 그 때... 나 왜 그렇게 어리석었을까 말할 거야.. 겨울엔 백화점에 가서 당신의 넓은 가슴 덥힐 스웨터를 살거야.. 잿빛 모자 두 개 사서 하나씩 쓰고 강변 찻집으로 나가 볼 거야.. 눈이 내릴까....? 봄엔 당신 연베이지빛 점퍼 입고 나 목에 겨자빛 실크 스커프 매고 이른 아침 조조 영화를 보러갈까..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같은... 가을엔 은빛 머리 곱게 빗어 넘기고 헤이즐럿 보온병에 담아 들고 낙엽 밟으러 가야지.. 저 벤치에 앉아 사진 한번 찍을까.. 곱게 판넬하여 창가에 걸어 두어야지.. 그리고...그리고... 당신 좋아하는 서점에 들러 책 한아름 사서 서재로 가는 거야.. 난 당신 책 읽는 모습보며 화폭속에 내 가슴속에 당신의 모습 담아 영원히 영원히 간직 할거야.. 나 늙으면 그렇게 당신과 함께 살아 보고 싶어....... 얕은 사랑을 진정한 사랑으로 알고 금방 갈라서는 사랑보다는.. 이 사랑이 더 아름답다고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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