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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와 나의 이야기.
게시물ID : humorstory_2136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여름하늘
추천 : 1
조회수 : 647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1/01/18 01:47:37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군대에서였다.(편의상 D로 칭한다.)

뭐, 동네나 학교에서 껌좀 씹는다 하던 형들이나 친구들은 고등학교때, 더 이르게는 중학교때도 첫경험을 한 사람도 있다지만 나랑은 별 상관 없는 이야기였고..

군대에 오기 전까지는 별 관심도 없었을 뿐더러 왠지 나의 순수함-_-을 훼손시키는 것 같아서 애써 외면해 왔었다.



그러던 중, 고참과 첫 외박을 나가고 나서 몇 달만에 먹는 술에 거나하게 취했을 무렵, 

역시 마찬가지로 술에 취했던 고참이 넌지시 건네던 유혹에 무슨 생각인지 대뜸 수락해버리고선, 다음날 아침에 느껴지는 죄악감에 몸서리쳤었지.



그 한번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부대에 복귀해서도 힘들고 우울할 때면 술에 취했던 그날 밤... 

D의 흰 육체와, 뜨겁게 스며들던 숨결이 잊혀지지가 않아서 일병 휴가를 나왔을 때,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곤 매일매일을 D와 함께 보냈었다. 

그리고 휴가를 복귀하던 기차 안에서 어렴풋이 깨달았다.

난 D에게 중독되었다는걸.




전역하면 D를 더이상 만나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그저 군생활이 지치고 따분할 때 달래주던 잠깐의 유희라 여겼다.

하지만 생활이 자유로워지자 오히려 내가 D에게 매달리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집에서뿐만 아니고 알바할 때나 길거리에서도 시도 때도 없이 입을 맞출 정도로 가까워 졌을 때, 전역하고 만난 친구들과 학교 선배들이 그런 나를 보며


"너같은 애들 많이 봤는데, 인생 망친 사람 한두명이 아니다, 당장 멀리 하는게 좋을거야."


라는 충고를 했지만 내 귀에는 씨알도 안먹힐 소리였다.

오히려 그 앞에서 이제야 어른이 된 듯 하다며 D를 만나는 것을 자랑스레 이야기하기도 했지.

나중에는 어머니까지 D를 만나는 것을 만류했지만 그런 어머니에게 간섭하지 말라면서 짜증내기도 했었다.



그런 나날이 햇수로 5년이다.

중간에 몇번 헤어질 위기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내가 D를 잊을 수가 없어서 먼저 찾아갔고, 결국 다시 만나기를 서너번 쯤 반복했을까.

굉장히 추웠던 어느 날 밤, 갑자기 D가 보고싶어 옷을 주섬주섬 주워입고 지갑을 챙겨 거리로 나갔을 때, 싸늘하게 내 얼굴을 할퀴던 밤바람과, 문득 열어본 지갑에 천원짜리 지폐 한장이 내 발목을 잡았다.

다시 현관을 열고 집으로 들어서면서 문득, 더이상은 D를 만나선 안되겠다는 운명의 계시같은것이 느껴졌고, 그 뒤로 D와의 접촉을 일제히 끊었다.


D는 그렇게 갑자기 이별을 통보한 나의 행동에 실망했을까..?

만약 D도 나를 생각했다면, 아마 내 결정을 축하해 주지 않았을까..

벌써 한달이 다 되어가지만,

더이상 D의 생각이 나지 않는것을 보니

정말로 잊은건가보다.

이제 정식으로 D에게 작별을 고한다.




안녕, Dunhill..







새해에는 모두, 금연하세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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