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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저런 리플들이 나오네요'??
게시물ID : readers_2137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랫파이
추천 : 7
조회수 : 664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5/08/17 03:37:53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humordata&no=1624375

새벽에 갑자기 빡쳐서 횡설수설 책게에 글을 올립니다. 지금 멍한 상태라 논리가 잘 안맞을 수 있단점 양해해주시길 바랍니다.

sugar.png

이 글을 보신 분은 알겠지만 원작이 소설입니다.
야마다 에이미의 [저녁식사]라죠. 한국에는 슈가 앤 스파이스라고 번역되어 출판되었고 저는 안 읽어봤지만 그건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겁니다.
어쨌든 그래서 몇몇 분들은 문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세속적으로만 보니까 작품을 비난하게 된다는 말씀들을 하시는데요

하도 어이없어 책게에 글을 씁니다
저는 오히려 당신들이야말로 문학이 뭔지 개뿔이나 아냐고 묻고 싶습니다.

'소설가'는 인간이 만들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를 구상해낼 수 있어야 하지만
반대로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파렴치하고 악독한 짓거리도 생각해 날 줄 알아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생각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일이죠. 세속의 규제에서 벗어나 마음껏 생각하며 이 지구 위에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일을 상상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하얀 종이 위에 한 줄이라도 써내려 갈 수 있으며 천쪼가리 같은 소설의 흐름을 비단처럼 매끄럽게 이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여기까지만 생각한다면 당신은 좋은 소설가가 될 수 없습니다.
진정 위대한 소설가는 가장 추악한 행위를 가장 고결한 행위로 '속여서' 독자에게 전달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 모든 화려하고 유려한 문체와 절묘한 플롯, 아무도 생각해내지 못한 구성을 통해서 말이죠.

롤리타.png

이 테크닉에 대해서 가장 모범적인 책을 꼽자면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를 들 수 있죠.
이 책을 읽으면서 맹랑한 롤리타가 순진한 중년 남성인 험버트 험버트를 유혹했고, 결국 어쩔 수 없이 넘어간 험버트 험버트는 최소한 나쁘진 않다고 생각하셨다면 당신은 블라디미르와 험버트의 새빨간 거짓말에 속은 겁니다. 
애초부터 이 책의 내용은 롤리타를 강간하고 그의 애인을 죽인 험버트 험버트가 자신의 죄를 가리기 위해 쓴 글이고, 그 수려한 문체에 껌뻑 속으신 거라면 내 면전에서 크게 비웃어드리죠. 왜냐면 나도 예전에 그랬으니까. 

요점은 [롤리타]든 [저녁식사]든 각각 저마다의 '터부'를 지니고 있고,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최대한 그것에 대해 변명을 지껄이고 있습니다.
마치 벌거벗은 임금님을 본 사람들처럼요. 하지만 어느 한 아이가 '와, 저것 봐! 임금님이 벌거벗었어!'라고 말한다고 한들 당신들은 거기에 피의 쉴드를 칠 이유도 없을 뿐더러 명분도 없는 겁니다. 임금님은 벌거벗었고, 꼬맹이는 그 통찰력있는 눈으로 직감했을 뿐이에요. 아무리 슬쩍 언급을 피하고 안보이게 살짝 덮어놓아도 유아강간은 유아강간이고 불륜은 불륜입니다. 

하지만 문학을 비난할 순 없어요. 그게 문학의 본질이니까요. 사람들이 언급조차 피하는 터부를 가장 창조적이고 감동적인 스토리로 만드는 것, 그러한 스토리를 만드는 '사기꾼'들이 여러분들이 그토록 찬양해 마지않는 위대한 소설가들입니다. 0부터 시작하는 하얀 종이에 뭐라도 쓰려면 가장 좋은 건 누구나 껌뻑 죽는 거짓말과 사기로 점철된 이야기를 쓰는 것이죠. 이걸로 기분나빠하실 필요도 없어요. 당장 제가 한 말을 소설가 분들한테 토씨 하나 안틀리고 말씀드려도 그분들은 손뼉을 치면서 좋아하실 테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벌거벗은 임금님을 가리킨 분들 역시 비난 할 순 없습니다. 사기꾼들이 어떻게든 사기를 치려 해도 그분들은 본질을 본 것이니까요.

여기서 제가 눈쌀을 찌푸리는 분들은 사기꾼들의 혀에 휘둘려서 터부를 인정하라고 발버둥을 치는 사람들입니다. 자기가 사기를 당한 줄도 모르고 '이게 무슨 불륜이야! 이게 무슨 강간이야!'하시는 분들은 차라리 양반이죠. 진짜 악질인 분들은 '니들이 문학을 아느냐'라면서 스스로 문잘알 완장을 달고 거들먹거리는 분들이죠. 제발 부탁인데 책 몇 권 읽었다고 하루 한 권 책을 못 읽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는 안중근 의사 코스프레는 하지 마세요. 

출처에 있는 글이 받을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찬사는 '쓰애끼, 불륜 주제에 혓바닥이 꽤 기네?' 정도입니다. 여기서 더도 덜도 말아야 해요. 하지만 너무 기분나빠하시진 마세요. 아까도 말했들이 이 문장을 그대로 번역해서 일본인 원작자분께 전달해주셔도 그분은 정말 좋아하실 겁니다. '사기꾼'은 소설가의 알파요 오메가니까요. 
출처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humordata&no=1624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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