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친구가 남자 선배가 자기 친구가 자꾸 소개팅 시켜달라 조른다고 주위에 소개팅 해줄 애 없냐고 물어봤다면서, 소개팅 해볼래? 이러길래 많이 외로웠던 나는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좋다고 했음.
친구도 그 사람이 누군지 몰랐음. 나중에 같이 사진보니까 완전 시망 ㅋㅋㅋㅋㅋㅋ 물리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음. 근데 친구들이 사진보고 거절하는건 예의가 아니라며 그냥 나가서 밥먹는다 생각하고 갔다오라고 함.
이때도 좀 찌질했는데 이 남자가 사진을 선글라스 낀 사진을 보내고 나보고 사진을 보내달라 함.(자기는 선글라스로 얼굴 다 가리고 나한텐 멀쩡한 셀카 보내달라고?) 그래서 나도 선글라스 낀 셀카 보냈더니 남자가 미안하다고 다시 제대로 된 사진 보내달라고 했음.
여튼 소개팅에 아무 기대도 없이 나갔음. 정말 발걸음이 천근만근............. 근데 정말 아무기대를 안해서 그랬는지 생각보단 괜찮? 이랬음.
근데 첨만난 그 남자가 맛있는거 사준다면서 나를 X우동으로 데려감... ㅋㅋㅋ 슈ㅣ발 ㅋㅋㅋㅋ (X우동은 김밥천국이랑 비슷한 거)
의자도 불편하고 난 거기가서 모밀을 시켜 먹고 엄청 배가 고팠음... ㅋㅋㅋㅋㅋ 솔직히 친구들이랑 김밥천국이나 그런데 간단히 분식 먹으러 많이 가지만, 소개팅날 그건 진짜 아니었음.
근데 그남자는 그게 잘 한건줄 알음.
자기는 선보는 것도 아니고 첫만남부터 딱딱하게 스파게티 같은거 먹는게 싫대 ㅋㅋ 걍 메뉴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어서 여기 왔다고 함. 장소도 소개팅 한다니까 친구가 여기가 좋다고 추천해준거라고 함.
그 친구랑 무슨 원수졌나...........
글고 스파게티가 무슨 패밀리 레스토랑도 아니고 엄청 비싼줄 알고 있음. 돈 부담되면 걍 더치하면 되는데. 나도 스파게티 엄청 좋아하는것도 아니고 그렇지만, 왠지 X우동은 뭔가 진짜..... 하다못해 그냥 다누끼 같은 일식집이라도 갔으면 진짜.. 같은 값이라도... -_-
커피값은 내가 냈는데, 배고파서 허니브레드랑 칼로리 높은 커피 시켰더니 밥값보다 더 나옴.
영화볼때도 헌혈하고 받은 영화표랑 이것저것 쿠폰은 다 챙겨와서 둘이서 영화를 육천원에 봄.. 참으로 알뜰살뜰한 사람이었지....
길가다가 이 사람이 핸드폰줄을 사줌. 원숭이 모양이었는데, 핸드폰에 직접달아줌. 나는 핸드폰에 아무것도 안달고 다니는 애라.. 그닥이었지만, 그래도 성의는 있어보여서 달고 다녔음.
여튼 그남자 외모랑 그런건 별로였지만 영화 취향이 나랑 비슷하고 말이 잘 통해서 기대치보단 괜찮았음.
난 내가 맘에 안들어서 X우동간건가 했는데.. 원래 그런 사람이었나 봄.
문자하다가, 계속 바쁘다고 하니까.. 어느날 갑자기 주말에 우리 학교에 찾아온다고 함.
한번 밖에 안만났는데.. 완전 당황. 계속 돌려서 거절했는데, 그래도 계속 온다고 우김.
내가 울 학교 진짜 볼꺼 없다고 오지 말라고 이랬는데, 나 학교보러 가는거 아니거든요? ^^ 이런식으로 계속 느끼하게 문자를 보냈음.
저런 문자.. 좋아하는 사람이 보내면 설레겠지만 맘에 들지도 않는 사람이 저러면 울렁거림.
정말 황당그자체였지만, 그 사람은 반대를 무릅쓰고 왔음.
그래서 우리 학교를 소개시켜주면서, (우리 학교 진짜 볼꺼 없고 할꺼 없음.) 음악관가서 피아노 쳐달라 해서 쳐줬는데.. 완전 좋아함 -_- 캐논 쳐줬는데 완전 신기해 하면서 좋아함. 여자들 나중에 피아노 쳐주는거 한번 해보길..
그러더니 자기가 피아노 쳐준 답례로 선물을 준비했다면서 조그만 머리핀을 머리에 꽂아줌. 나냔은 이런게 익숙하지 않은 POWER 철벽녀라 정말 느끼했음.
음악관에서 나와서 미술관 옆 의자에 앉아서 얘기를 함.
근데 얘기하다보니.. 휴.. 이 사람은 객관적으로 말해서, 이런말 하면 안되지만, 못생긴 사람이었음.
근데 문제는 자기가 못생긴 줄 모름... 그래서 정말 답답했음. 걍 가만히 있으면 되는데 자기가 보통애들보다 괜찮은 것처럼 포장해서 말하니까.
그런데 정말 결정적으로 정 떨어졌던건.
그 사람이 사준 핸드폰줄 원숭이 인형이 입고 있는 옷에 알파벳 E자가 써 있었음. 그랬더니 그 사람이 "E자가 무슨 약자지?" 이러거임.
그러더니 '애니멀?' 이랬음.
난 정말 그때까지만 해도 얘가 장난치는 줄 알았음 ㅋㅋㅋ 그래서 걍 미소를 지었음. 근데 얘가 진지하게, '애니 타임?' 이러는거임..
그제서야 난 장난이 아니었구나.. 깨닫고 썩소만 흘러나왔음. ^^
그리고서 가만히 있으면 되는데, 자기가 요새 영어공부를 열심히 한데. 순간 박차고 일어날 뻔함. ㅋㅋㅋ
그러더니 느닷없이 자기가 손금 보는걸 배워왔다고 함. 손금 본닥 그럼 뻔함... 손 잡자는 거지.
그래서 난 잡기 싫어서 손금 봐준닥 할때 손 내 다리 위에 딱 붙이고 있었음. 그랬더니 얘가 자기가 생각할때 남자들이 손금봐준다는건 다 핑계고 다 여자 손잡고 싶어서 그런거라고 하면서 내 손을 떼서 잡으려 하는데,
난 웃으면서 뭐에요~ 하며 얼른 손을 뺐어. 진심으로 잡고싶지 않았음.
남자들은 왜 맨날 손금 타령일까... 이제껏 한 모든 소개팅에서 모든 남자들이 손금 봐준다고 함. 이것은 시조새 파킹하던 시절부터 해오던 수작.
그래서 난 손금봐준다고 할 때 나도 손금 볼 줄 안다면서 내가 내 손 가지고 막 설명함. 내 손금 원숭이 손금이라 부자되는 거라며 나불나불.
여튼 그리고 나서 밥을 먹었는데, 밥먹으면서 이 사람이 얘기하는게 자꾸 자기랑 나랑 이미 사귀고 있는 줄 착각하는게 눈에 보임. 말하는데 이미 결혼까지 진도 다 나갔음. 동생 얘기 나왔는데 내 동생 키크고 운동 잘하고 몸 좋다 하니까 나중에 동생 만나서 자기 키 작아서 꿀리는 것까지 다 걱정함. 그쪽이랑 내 동생이랑 영원히 만날 일 없을텐데.
어이없었음..
그날 그렇게 헤어지고, 문자 몇번 하다가 내가 계속 바쁘다는 식으로 문자를 잘 안함. 실제로 바쁘기도 했고. 시험끝나고 바로 실습이었기 때문에. 그랬더니 약간 따지는 식으로? 문자가 왔음.. 시험 끝나고도 문자왔는데, 2번 씹어버렸더니 문자가 없고 그뒤로 나는 실습나가고 모든게 끝남.
나는 외모가 중요하지 않은 줄 알았는데.. 외모부터 맘에 안드니까 그냥 그사람 모든게 맘에 안들었음. ㅠㅠ 아, 옷도 엄청 못입음. 촌스러운 땡땡이 셔츠 입고 나왔었는데..
그리고 자꾸 착각하는것도 싫고, 무식한것도 싫고, 자기가 괜찮은척 포장하는 것도 싫고, 별로 만나지도 않았는데, 이미 사귀는것처럼 행동하는것도 싫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