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남의 술판이란 며칠에 한번씩 열리는 온라인게임의 '주말이벤트' 같은 것이다.
장비라고는 별볼일 없지만 재료라고도 별볼일 없지만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효율을 뽑아내
참가자들로 하여금 술값을 부담케 하고 나는 노동의 부담만 지는것이 목표인 이 행사는...
간단한 요리를 하는것부터 시작된다.
첫번째 요리는 요리라고도 부를 수 없는 스크램블 애그&스팸구이다.
이건 사실 오늘 먹은 2차 안주다. 준비해놓은 부대찌개가 모두 동이 났기 때문에 급조한 안주인데,
이것만으로도 네명을 먹여 다 먹이고도 스팸 두개가 남았다고 한다.
오병이어의 기적.
두번째 안주가 나오기 전 만든 두부부침과 군만두.
만두의 비주얼을 보시면 모두 알겠지만 이건 단순한 고향만두이다.
2+1 행사때 사온 만두와 마감임박에 가까운 할인두부로 괜찮은 사이드메뉴를 만들었다.
오늘의 메인디시였던 부대찌개.
부대찌개라고 쓰고 잡탕찌개에 가까운 이것은...
일단 돼지고기 200그람을 파와 함께 볶아 중간에 간장을 넣으며 계속 볶는다.
거의 탄다고 생각할 때 쯤 청주를 부으면 단향이 나면서 냄새가 확 오르는데 이때 불을 조금씩 줄여주면서
숨을 죽이고(?) 물을 부어 나머지 재료를 넣고 끓이기 시작한다.
재료는 다음과 같다. 비엔나 소세지 김밥햄 파 양파 다진마늘 비밀의 라면스프(유어스 오모리찌개라면 스픜ㅋㅋㅋㅋ)
기타 잡다한 만두와 양지살 남은것(이건 거래처 갈비탕집에서 사와 남은것) 등등을 넣고 끓이면 뭐 대충 맛있다.
원래는 내일 아침 남은걸 가지고 밥을 말아먹을 생각이였는데 다쳐먹고갔다 아오 ㅆ
이건 이사온지 얼마 안돼서 만들었던 닭도리탕과 모듬전이다.
국물요리 하나만 내오면 성의없어 보일 것 같아 전을 좀 부쳤는데 다행히 둘다 분위기가 좋았다.
닭을 두마리나 했는데 모자라서 지코바 치킨에서 한마리를 더 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이날도 뭔가 엄청 만들었는데
정신없이 만드느라 사진이 전부 없는건 참 슬픈일이다.
닭도리탕은 내가 좋아하기도 하지만 만들기 쉬운 메뉴중 하나다.
원래 사람이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을 잘하지 안좋아하는건 잘하지도 못한다.
그래서 내가 버섯요리가 참 쥐약이다.
아무튼, 닭도리탕은...
만들기 전 설탕물에 닭을 담근다. 올리고당도 시도해봤는데 설탕물이 체고조넘이시다.
당분이 달달하이 설탕물에 들어가 있으면 피가 잘 빠진다. 갈비찜이 아니고서야 그렇게 목숨걸고 핏물을 뺄 필요는 없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라는게 또...
아무튼 그렇게 핏물을 뺀 닭은 잘 익지 않는 부위에 칼집을 내서 맥주와 함께 1차로 삶아주고 물을 버린다.
이때 선지처럼 된 익은 핏물을 위주로 물을 빼고 나머지 물은 조금 남긴다. 닭기름이라는게 조금 남아있어야 맛이 있다.
고추장과 미원, 청양고추 다진것과 다진마늘, 생강을 섞어 비벼 뜨거운물과 함께 부어주고 비빈다. 쒜킷바레
물과 청주를 넣으며 물 수위를 맞춰주고 미친듯이 끓이면 대략적으로 저 비주얼이 만들어진다.
맛도 나쁘지는 않다.
계란말이의 겉이 뽀송뽀송하게 되는건 아직 터득하지 못했다. 불을 줄이자니 조리시간이 오래 걸리고 조금 서둘러서 하면
저렇게 겉면이 뜨게 된다. 속에 재료를 넣고 예쁘게 만드는 법도 알지만, 급하게 만드느라 시간이 없었던건 안자랑.
보면 아시겠지만 스팸과 크래미, 분홍소세지와 남은 계란물로 만든 계란말이가 전부다.
그런데, 젊은놈들은 전 위주로 먹고 나이드신 분들은 닭도리탕 위주로 드시더라.
특히 저 크래미가 빨리 동이나는 바람에 참 곤혹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