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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같은 삶을 사는 친구 이야기
게시물ID : bestofbest_21408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성성2
추천 : 193
조회수 : 44074회
댓글수 : 24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5/07/16 22:59:30
원본글 작성시간 : 2015/07/15 10: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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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어렸을 때 부터 영화와 기타를 좋아하던 나는 대학 시절 영화동아리 생활을 했다. 내가 있던 동아리는 크게 세 파로 나뉘어 있었다. 
영화를 보고 비평하는 평론가파, 그리고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연출, 연기 등을 하는 제작파, 마지막으로 9살 때 슈퍼맨을 본 뒤 등에 
빨간 보자기를 걸치고 다녔던 동심을 잃지 않은 철부지파. 물론 나와 내 친구는 철부지파 였다. 

신입생 시절 동방에 모여 다 함께 레옹을 봤을 때, 로리타 콤플렉스 이야기와 게리 올드만의 신들린 연기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영화 소감을 묻는 선배의 질문에 나는 "레옹 내용 뭔 내용?" 이런 쓰레기 같은 말을 날렸고, 친구는 "선글라스를 사야겠어요."라고
짧게 말했다. 그 뒤 녀석은 여름이 다가오는데 검은색 비니를 쓰고 알이 동그란 선글라스를 끼며 어디선가 구한 검은색 롱코트를
입고 다녔다. 그리고 시도 때도 없이 우유를 마셨으나 다행히 화분은 들고 다니지 않았다.
그런 녀석은 자신이 레옹처럼 보이길 원했으나, 80년대 가요톱텐 5주 연속 1위를 했던 전설의 댄스가수 나미와 붐붐의 오른쪽에 
계시던 분으로밖에 보이질 않았다.

그리고 술자리에서 소주 병뚜껑을 내게 건네주며 

"마틸다가 주는 마지막 선물이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버려."

나이가 들어도 녀석의 영화를 보면 한동안 그 영화의 등장인물에 빠져 사는 건 변하지 않았다. 
007의 화려한 부활을 알린 카지노 로얄을 본 뒤 녀석은 갑자기 술을 먹다 말고 "마이 네임 이즈 본드, 제임스 본드"라고 한 뒤 

"아랫도리가 간지러운 데, 좀 긁어줘."

이 자식이 도대체 뭐하는 거야. 녀석은 의자에 앉아 제임스 본드가 고문당하는 장면을 연출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얼굴에 핏줄을 잔뜩 세우며, 나를 향해

"아악! 거기 말고 오른쪽, 그래 거기 예스! 예스!"

녀석을 제임스 본드가 아닌 병상에 누워 계신 심영 선생님으로 만들어버리고 싶었다. 아니면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이라는 시를 떠올리며,
마초적인 제임스 본드를 서정적이고 가슴저린 '외부랄 물고기'로 만들어 버리고 싶었다. 

그리고 2012년 절대 세상에 나와서는 안 될 영화 한 편이 개봉했다.
녀석에게 전화가 왔다. 그리고 전화를 받자마자 이미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이 씹뽜뽜 부라더~ 우리 소주나 한 잔 빨아야지~"

"안돼. 오늘 나 야근이야.."

"나랑 술 먹지 말라고 너희 사장이 시키드냐?"

"닥쳐. 죽기 딱 좋은 날로 만들어버리기 전에."

"알았어요~ 부라더는 이 형만 믿고 술 마시러 오면 되는거야~"

그리고 녀석이 있는 술집으로 갔을 때 나를 보자마자 큰 소리로 

"드루와 드루와"

"이거 나가리네.."를 외치며 그냥 집에 가고 싶었다. 

'내가 왜 니 부라더인데' 하는 생각과 내 옆에 부라더 미싱이 있다면 녀석의 입을 밥 먹을 때만 쓸 수 있게 반 박음질해버리고 싶었다. 
녀석은 그동안 본 영화 중 최고이며, 명대사 퍼레이드와 같은 영화라며 <신세계>를 찬사를 보냈고, 지금까지도 신세계 대사를 읊고 다닌다. 
그리고 담배를 피우지 않는 녀석은 담배만 피웠으면 더 많은 명대사를 날릴 수 있는데 하며 아쉬워하고 있다. 

심지어 접촉사고나 입원한 녀석을 병문안 갔을 때, 아픈척하며 손으로 나를 오라 한 뒤 녀석이 처음 한 말은 

"독하게 굴어...그래야 니가 살아...." 였다. 

내가 만일 지금 영화 속 누군가가 될 수 있다면 <미저리>의 그녀가 되어 아주 독하게 머저리 같은 녀석의 성한 나머지 발 하나도 
부러뜨리고 싶었다. 

그리고 녀석은 감귤 주스를 쪽쪽 빨아 먹으며 내게 주스 한 병을 건네며 말했다.

"먹어.. 먹어.. 이 주스 시원하고 좋아. 게다가 제주산이야.."

미저리로는 부족할 거 같다. 지구 아니 최소 서울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뻐꾸기 둥지로 날아간 새>의 잭 니컬슨 처럼 평생 병원에 
가둬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리의 정청, 카리스마의 이중구, 반전의 인물 이자성, 치밀한 두뇌의 강과장??"

녀석은 내게 자신이 <신세계>의 어떤 캐릭터와 비슷하냐고 물었다. 1+1이 2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 듯이 답은 정해져 있는데 저런 쓸데없는
질문을 하다니...

"연변 거지. 넌 그냥 거지 같아."

그 뒤 연변 거지 같은 녀석은 <매드맥스>를 봤는데, 남들이 하도 많이 하길래 자신만의 독창성이 떨어진다고 흉내 내지 않는다면서
데오드란트를 얼굴에 왜 뿌려대는 지 모르겠다. 하지만 <스파이>를 본 뒤 내가 술자리에 나가지 않겠다고 하면 

"술먹으러 오지 않으면 거시기를 떼서 이마에 붙인 뒤 유니콘으로 만들어 버리겠다"고 협박한다. 

르 치프레에게 고문당해 고자가 된 주제에..
출처 자신이 정청, 강과장, 이중구, 이자성을 혼합한 인물이라 착각하고 있는 연변거지

하지만 열받으면 거시기를 떼서 이마에 붙힌 뒤 유니콘으로 변신 할 수 있는 능력자이기 때문에
조심해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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