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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근한 변화도 뜨겁다는 한국 보수층'(반전 있음)
게시물ID : sisa_21418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피터제길슨
추천 : 0
조회수 : 33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07/14 01:18:09

주요 후보가 잇따라 대선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선언문을 보면 좋은 말은 다 있다. 간추리면 이렇다. '지금 정부가 못했다. 나는 다르다. 나에게 한 표를!'

정치부 기자들이 대단한 '이야기꾼'이다 싶을 때가 있다. 감동 없는 연설문에서 어떻게 '심중'을 읽고, 향후 정국까지 예측하는지 말이다. '추상 언어의 이면'을 찾는 데는 우파 논객들도 대단한 재주를 가진 것 같다. 박근혜 의원의 발언과 태도를 두고 비판이 잇따라 쏟아진다. "과거에는 국가의 발전이 국민의 행복으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같은 대목이 국가와 국민을 분리하는 좌파적 발상이라는 것이다. '문재인·김두관이야 그렇다 쳐도, 박근혜마저도' 하는 심정이 분명하다.

그래서, 지극히 사적인 호기심으로 박근혜·문재인·김두관 후보의 연설문을 뜯어봤다. 문재인 후보는 200자 원고지 44장, 김두관 후보는 34장, 박근혜 후보는 30장 분량이었다. 평소 '침묵'과 익숙한 박근혜 후보는 원고량도 적었다.

박근혜(이하 호칭 생략)는 '국민'이란 단어를 이 짧은 연설문 중 76번(소제목 제외) 말했고, 김두관이 24번, 문재인이 21번 말했다. 이 중 문재인은 좀 특이했다. 연설문에는 '국민' 21번 외에 '시민'이란 단어가 4번 나온다. 이런 대목이다. "이제 저는 국민과 함께 높이 날고 크게 울겠습니다"란 문장이 있고, "제가 추구하는 '우리나라'는 정치인에게 맡겨놓는 나라가 아니라 시민이 직접 정치와 정책 과정에 참여하는 나라입니다"란 말도 있다. 국가와 국민을 분리하는 수준이 아니라 '국민'과 '시민'을 분리하는 것이다. '각성하는 시민' '시민 정치'를 강조한 건 고 노무현 대통령이었다. '업그레이드 노무현'이라더니, 결국 '무지한 국민 vs. 각성한 시민'의 이분법을 추구하는 셈이다.

성장 담론이 더 이상 먹힐 수 없는 요즘 세태를 보면, 재벌과 경제를 대하는 태도는 주요 이슈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가까운 타깃은 대기업과 재벌이다. 김두관은 재벌 10번, 대기업 1번 등 11번에 걸쳐 이 단어를 말했고, 문재인도 재벌과 대기업을 3번씩 6번 언급했다. 김두관은 또 특권(4번), 기득권(3번)도 자주 말했다. 문재인도 못지않아, 특권(5번) 기득권(1번)을 비슷하게 자주 썼다. 문재인과 김두관의 언어는 '우리 편과 적군'을 명확하게 구분한다.

그렇다면 박근혜는? 재벌·대기업·특권·기득권이란 단어는 단 한 번도 쓰지 않았다. 대신 그는 '영향력이 큰 기업'이란 표현을 썼고, 전반적 상황을 그저 '경제 민주화'라 표현했다. 박근혜의 연설은 패기가 없고 어정쩡하고 두루뭉술하다. 그런데도 보수 진영은 '재벌 때려잡자'는 야당 후보 대신 박근혜의 우회 화법에서 더 강한 '한기(寒氣)'를 느낀다. 세금을 올릴 수도 있다는 뉘앙스, 대기업에 대한 태도, 경제 민주화란 단어가 거슬린다는 것이다.

4·11 총선을 앞두고 여당 의석이 3분의 1도 힘들다는 얘기가 나왔을 때, 보수 진영에서는 '변하지 않으면, 많이 포기하겠다고 결심하지 않으면, 다 죽는다'고 야단이 났다.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성형수술해 겨우 살아났다. 국민은 '성형 미인'이라도 일단 믿어보자는 자세다. 그러나 일부 여당 의원과 보수 진영은 알량한 승리와 종북(從北) 사태에 기운을 얻어 "난 원래 미인이다. 더 고칠 건 없다"고 버티고 있다. 이게 겨우 살아난 새누리당과 보수의 현실이다.

- 박은주 문화부장

 

 

 

 

 

 

반전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7/13/201207130257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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