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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의 뼈, 스누피란 놈 (인상적인 시들)
게시물ID : readers_2144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일점돌파
추천 : 2
조회수 : 49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8/22 00:50:04
 소리의 뼈 / 기형도
 
 
김교수님이 새로운 학설을 발표했다
소리에도 뼈가 있다는 것이다
모두 그 말을 웃어넘겼다. 몇몇 학자들은
잠시 즐거운 시간을 제공한 김교수의 유머에 감사 했다
학장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교수님은 일학기 강의를 개설했다
호기심 많은 학생들이 장난삼아 신청했다
한 학기 내내 그는
모든 수업 시간마다 침묵하는
무서운 고집을 보여주었다
참지 못한 학생들이, 소리의 뼈란 무엇일까
각자 일가견을 피력했다
이군은 그것이 침묵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군은 그것을 숨은 의미라 보았다
또 누군가는 그것의 개념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모든 고정관념에 대한 비판에 접근하기 위하여 채택된
방법론적 비유라는 것이었다
그의 견해는 너무 난해하여 곧 묵살되었다
그러나 어쨌든
그 다음 학기부터 우리들의 귀는
모든 소리들을 훨씬 더 잘 듣게 되었다.
 
 
 
 스누피란 놈 / 성미정
 
스누피란 놈은
찰리 브라운이 점찍어 둔 예쁜 소녀를
늘 자신이 차지한다
차지한다고 해야 고작 그 애의 집에서 쿠키를 나눠 먹는 것뿐이지만
그게 스누피에겐 중요한 거다
찰리 브라운은 한이 맺혀서 나간다
난 걔를 진짜 사랑해 넌 쿠키나 얻어먹으려고 찾아간 것뿐이잖아
진짜 사랑을 원하는 사람에게 진짜 사랑을 주는 건
쿠키를 나눠 먹는 것보다 힘든 일이다
그래서 소녀들은 쿠키를 먹으러 오는 스누피가 부담 없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진짜 사랑 보다는
쿠키를 나누며 싹트는 사랑이 더 깊어질 수 있다
스누피는 그걸 아는 놈이다
그래서 개집에 사는 게 아니라
개집 지붕 꼭대기에 누워서 빈둥거리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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