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의료 시스템의 실상을 고발하는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식코(SICKO)>가 대단히 감동적이었다.
이 영화에서 돈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와 그 가족들의 모습이 안타까운 것에 대해선 물론 더 말할 나위없다. 하지만 기본은 불합리한 체계 안에서 서로에게 가해자가 되고 있는 선한 사람들의 모습이 더 자극적이다.
보험회사의 이윤을 위해 환자의 청구를 부당하게 기각했노라고 고백하는 의사의 얼굴에 드러난 자괴감, 병원비 걱정을 덜었다는 생각에 좋아라하는 환자 가족에게 보험 지급 거절이라는 청천벽력의 메시지를 전해야 했던 전화 상담원의 눈물, 약관 위반을 찾기 위해 사건조사검사처럼 환자들을 쫓아다니던 자신의 과거를 혐오하는 추심인의 냉소, 세계 최고 부자 나라에서 돈 때문에 환자를 내다버리고는 어쩔 수 없노라고 변명하는 병원 경영진의 애매한 표정, ‘거부처리 비율이 큰 의사는 보너스를 탄다.’는 형식의 시스템이 굴러간다는 보험회사 의학고문의 실토...
이들 중 어느 누구도, 아픈 이들과 그들 가족의 몸과 마음에 상처를 주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한 돈만 밝히던 보험회사의 이익추구의 징검다리 역할을 반복하고 싶은 의사도 없었을 것이다. 이들이 이웃과 동료들에게는 왜 나쁜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그들은 그저 자기 맡은 일에 성실했을 뿐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과는 관계없는 것처럼 보이는 제도나 체계가, 바로 이 사람들의 평범하고 안정한 마음에 심한 상처를 남기며 때로는 천사로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제도나 체계를 선택하고 만드는 것도 결국 사람이다.
이상과 같이 본 미국 의료시스템은 한국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산업화 정책이 바로 이 미국 의료 시스템을 본보기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선한 사람들을 악한 시스템의 도구로서 움직이게 하는 위선의 복지정책은 우리나라에서만은 실행되지 않기를 바란다.
- 학교 과제라 작성했는데요 오유님들과 공유하고 싶네요 오유님들은 식코를 보시고 어떤 느낌을 받으셧나요?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