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년전 그시절 근 100키로의 거리를 출퇴근할 때, 눈이오거나 비가많이오거나하는 날을 제외한 대부분의 날을 집에서 직장까지 고속도로로 30키로쯤가고 20키로쯤은 약간은 사람이많이사는 시골길로 가고 나머지 50키로쯤은 강이 보이는 길을 따라 갈대밭 구경하며 온갖 철새들 구경하며 다니던 그때..그때는 운전이 재미있고 운전중에 차안에서 듣는 음악이 마냥 좋기만했었는데....한적한 시골길을 운전하고 가다보면 때론 약간은 몽롱한 기분에 살짝 조는듯한 기분이 느껴지곤해서 창문을 열고 달리기도하고 너무 잔잔한 음악대신 좀 리듬이강한 음악을 들어보기도하고..그렇게 다녔는데... 길게 벗은 시골 신작로를 달리던 어느 해질녁무렾..노을이 참 아름답고 철새들이 떼지어 유유하게 잘곳을 찾아 돌아가는 풍경속에서....길가에 두명의 남자가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다..한적한 시골길에서 그정도 중장년의 남자들을 보는것이 쉬운 풍경은 아닌지라 백미러로 흘핏 다시 돌아보니...그사람들은 마치 영화의 한장면처럼 서서히...먼지처럼 천천히 사라져가기 시작하고.. 허..내가 뭘 잘못봤나 눈을 비비고 다시보니...어느새 마지막 형체마저 다 사라지고있는 마지막 순간....
그렇게 두남자가 걸어가는 모습을 그 다음에도 몇번 더 비슷한 시각..퇴근녁의 해질무렾에 보곤했는데..자세히 살펴보면 뭐랄까 반쯤 투명한 모습...남자이고 잠바를 입고 보통 우리같은 모습이긴한게 어딘지모르게 창백한 반투명의 모습이 신기할뿐...
그길에 들어설때면 그들이 또 나타나진않을까 기다려도보고..잊어버릴만하면 다시 또 보이고... 그들을 본날은 혼자서 미소짓고 저사람들?(아님 다른 존재들?)은 왜 이시간에 이길을 걷는걸까 생각해보게되고..마음속으로 인사도 건내보고.....
그시골을 떠나 도시에서 새롭게 진료하기 시작한 몇년전 예술고등학교를 다니는 남학생이 엄마와 함께 내 진료실을 찾았는데..근심스런 표정의 엄마가 자기 아들의 상태를 걱정하며 우리애가 자꾸 귀신이 보인다고 그런것도 치료가능하냐고 묻길래..좀 마르고 키크고 뭐랄까 약간은 여성틱한 면도 있는 그남학생에게 어떤 귀신이 보이냐고 물었더니..약간 변두리에 위치한 예고에서 집에오는 버스안에서 언덕마루쯤에 신호등이 걸리는 곳이 있는데 그신호등에 차가설때 건널목쪽을 보면 남자둘이 서있다가 갑자기 희미하게사라지곤하는데 자기 친구들의 눈에는 안보인다고....
허~! 남자두명? 혹시 한사람은 키가 보틍이고 한사람은 약간 작은 중년남자들이니?하고 내가 물었더니.. 그 남학생은 물론이고 그엄마마저도 좀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내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던데..
그학생이 남자둘을 봤다는 지역과 내가 출퇴근하던 시골길은 꽤 멀리떨어진 곳이었지만 보이는 것이 남자둘이라길래 그랬다고 사연설명하고선 그 남학생에게 넌 남자면서 무용(발레전공)을 하는 조금은 다른 감성을 지닌 특별한 존재이다.남자가 발레를 선택한다는게 쉬운건 아닐텐데 넌 그쪽으로 분명 엄청난 재능을 타고난거구, 그런 예리한 감수성이 남과는 다른 존재들을 볼수있는 힘이 될수도있는거다..그냥 보이면 보이는대로 인정하고..웃어넘기면된다..나도 사실 초등학교1학년때부터 별별거 다봐왔고 그게 그리 나쁜 경험들은 아니란다...충고해주고 약 한재져줬더니..너무나 좋아하는건 그 엄마! 자기 애가 귀신을 본다는것이 어쩌면 좀 정신적으로 문제있는건 아닌지 그런 걱정만 하던 입장에서, 그게 장점일수도 있다는 내견해에 만족감을 표하면서 그날이후 그집 식구들은 내 단골이되었는데.....
그 남학생이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여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다 찾아와서 진료받고가면서 불쑥 남긴말 한마디....
원장님..근데 그때 진짜 귀신들 보셨었어요?.... .................
그럼 뭐야? 너는 안봤다는거야? 그럼 사춘기의 네가 일종의 엄마에 대한 반항감? 엄마에게 비싼 잠바나 운동화를 안사줄때 그런 귀신을 봤다는 말로 엄마에게 충격을 주는 일종의 반항심 이런거였다는말이야? 네 말에 엄마가 당황해하면서 그때마다 네가 갖길원하는 신발이며 옷가지며를 사주는 도구로 귀신이야기를 언급했었다는거야?....
이런 내말에 그애는 그냥 장난스런 미소를 지으며 도망치듯 내 진료실을 나가던데..
그렇다면 저애는 그동안 나를 미쳤거나 거짓말장이라고 생각해왔다는건지..머리가 혼란했던 기억이.... 케이블 티비에서 개그콘서트 지난거 방영해주는 발레라는 코너를 보고있노라니 문득 떠오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