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이명박 정부 들어 작년까지 보상금이 100조562억8800만원 풀린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지난해와 비슷한 17조원 규모가 보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현 정부의 5년간 보상금은 117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참여정부의 보상금 규모인 98조5743억9900만원보다 18%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보상비 규모는 직전 정부보다 커졌으나 투자와 경기진작으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이란 지적이 많다. 유럽발 재정위기 사태로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부동산 불패신화가 사그라들면서 벼락부자들의 투자패턴도 달라진 때문이다.
◆MB정부 4년간 100조원 보상= 국토해양부 등에 따르면 2008~2011년 중 각종 개발사업에 따른 보상금 지급규모는 100조562억8800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2008년 22조4980억원 ▲2009년 34조8554억원 ▲2010년 25조4372억원 ▲2011년 17조2654억원 등이다.
종류별로는 보상금의 80%를 넘는 토지보상금이 2008년 17조7453억원에서 2009년 29조7051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4대강 사업, 보금자리주택 사업 등이 시작된 영향이다. 이어 ▲2010년 20조8393억원 ▲2011년 14조5309억원이었다.
지장물 보상은 갈수록 줄어드는 모양새다. ▲2008년 3조8264억원 ▲2009년 3조9159억원 ▲2010년 3조7279억원 ▲2011년 2조168억원 순이었다. 영업보상, 농업보상, 어업보상 등 국가사업으로 개인의 영업이 중단될 경우 보상하는 권리보상금 역시 ▲2008년 6173억원 ▲2009년 8194억원 ▲2010년 7293억원 ▲2011년 5578억원 등으로 축소되는 추세다.
올해는 한국토지주택공사의 경영개선 등에 힘입어 약 8조7000억원 가량이 보상금으로 지급될 예정이다. 지난해 보상금 7조원 대비 1조7000억원 가량 늘어난 수치다. 통상 지자체의 토지보상금이 LH의 보상금보다 약 3조~4조원 가량 적다는 점에서 올해는 12~15조원 사이의 보상금이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권리보상 등 기타 보상금을 포함하면 지난해 수준의 보상금이 풀릴 것이란 전망이다.
◆돈은 더 풀려도 투자는 '…'= 올해 보상금을 제외해도 현 정부의 보상금 규모는 참여정부 전체보다 1조4818억원 가량이 더 많다. 참여정부 때는 98조5743억9900만원이 보상비로 나갔다. 연도별로는 ▲2003년 10조0352억원 ▲2004년 16조1849억원 ▲2005년 17조2615억원 ▲2006년 29조9185억원 ▲2007년 25조1741억원 등이다.
보상비는 현 정부 들어 더 풀렸지만 경기침체로 인해 보상비를 활용한 투자는 잠잠한 상태다. 대내외적으로 악재가 거듭되면서 돈을 움켜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은 "토지보상금이 많이 풀렸지만 실제적으로 어느 지역에 풀렸는가가 중요하다"며 "4대강 사업, 보금자리주택 사업 등으로 보상금이 지급돼 수도권 대신 지방 주택시장이 살아난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방에서는 신규 주택분양과 기존주택 매매가 모두 활기를 띠고 있다. 미분양 주택도 감소했고 토지가격도 올랐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 팀장은 "예전에는 보상금으로 강남3구 아파트를 사는 게 대세였으나 최근 수익형부동산 투자 수요가 늘었다"며 "집값 상승에 따른 차익, 재건축 투자 수익 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