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난이다 뭐다 하지만, 저희 같은 중소기업은 구인난입니다.
제가 인사담당자로 있지만 정말 죽겠네요. 현업에서는 사람을 빨리 뽑아달라고 하는데, 이력서를 보면 정말 뽑을 사람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고스펙을 보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저희 회사는 포털에서 이력서를 받는 것은 아니고 나름 자체 채용 페이지를 구축하고 있긴 하지만,
영어 점수. 자격증, 인적사항 하나도 안 받게 합니다. 보는 것은 오로지 자기소개서, 딱 하나만 봅니다.
자기소개서 안에서 우리 회사에서 추구하는 인재상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자기소개서 속에서 그 동안 삶을 살면서 어느정도 고민을 하면서 살았는지는 보는 편입니다.
실무 면접에서는 현실적인 스킬들을 점검하겠지만, 어쨋든 인사팀에서 보는 서류컷은 서류평가에서
이 사람이 어떤 성향의 사람이고, 우리 회사에 얼마나 성의를 가지고 지원을 했느냐,
이 두가지만 보는 편입니다.
그런데, 오늘 이력서 접수 된 것중 몇 가지가 정말 멘붕오게 만드네요.
자기소개서가 어려운 것도 아닙니다.
1번 문항은 우리 회사에 왜 지원을 했느냐, 이거죠.
답변은? 이력서를 있는 곳에 다 집어 넣다 보니
이건 우리 회사를 깔아뭉개는거죠. 솔직함을 넘어서 무례한 겁니다.
회사가 가장 많이 투자하는 곳이 어디인지 아십니까? 바로 사람입니다. 못 믿을지 모르겠지만,
최저 임금으로 환산했을 때 못해도 1년에 2,000만원 가까이 투자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임금은 오르겠죠.
저희 회사는 나름 연봉테이블이 있어서 신입사원이더라도 3,000 가까이 드리는 편이고,
실적이 좋은 분들은 억대의 연봉을 가져가는 분들도 계십니다.
회사가 한 두명이 아니고, 2000만원씩 5명이면 1년에 1억을 투자하는거죠.
한 달에 나가는 인건비만해도 수십억단위입니다. 회사가 지출하는 자금중에서 인건비만큼 많이 나가는 비용도 없습니다.
그만큼 회사는 한 명의 인재를 볼 때도, 계속해서 찾아볼 수 밖에 없습니다.
지원자도 당연히 회사를 평가해야 하는거고, 회사도 당연히 지원자를 평가해야 합니다.
서로간에 평가를 하고 서로간에 합격점이 나왔을 때 입사가 결정되는 거죠.
그런데 저런식으로 이력서를 적어놓고 뽑아주길 바라는거면 정말 양심없는거 아닌가요.
이런 이력서가 한두번이면 말도 안합니다.
매번은 아니지만 꽤 자주 보이네요. 회사 이름을 바꿔서 적는것은 애교죠, 그냥.
지원자님들도 어렵게 회사를 선택해서 고민고민하고 이력서를 적는거겠지만,
이런 이력서를 보면 정말 불러다가 멱살 잡고 싶습니다. 이딴 이력서 보려고 내 시간 투자하는거 아니라고요.
나도 취업하기 위해서 수십, 수백군데에 이력서를 넣어봤지만
이렇게 형편없게 쓰지는 않았습니다. 한 군데, 한 군데 되지는 않을지언정 진솔하게 솔직하게 적으려고 엄청 노력했다구요.
오탈자 수정까지도 바라지 않습니다. 저도 오탈자 많이 나오니까요. 프린트해서 탈고 하지 않는 이상 모니터로 보는 오타는
쉽게 찾기 어려운 것도 있습니다. 그런데, 최소한 성의는 보여주세요. 제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