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유 눈팅 3년차? 정도에 접어드는 대학교 1학년생입니다. 
저는 서울에서 소위 명문대라는 데 다니는 학생인데요, 근데도 비싼 등록금 내고 별 배우는게 없는것 같아 한학기를 다니고 휴학한 상태입니다. 그냥 기계처럼 수능 하나만 보고 하라는 공부 하다가 셤치고 점수맞춰 들어온 대학 공부가 무슨 의미인지도 사실 모르겠어요. 뭐 등록금 낼 돈도 제가 벌어야 하지만요. 근데 이건 지금 말씀드릴 게 아니고.. 

저희 어머니가 한달 전부터 이마트에서 알바? 를  하십니다. 집안 사정이 그리 여의치 않아서이지요. 기륭전자나 KTX 등등 비정규직이라는 말, 많이 듣고 심각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솔직히 큰 관심은 가지지 않고 살았습니다. 근데 지금은 저희 어머니 때문에 확 와닿네요. 샐러드 코너에서 판매를 맡고 계신데 뭐 소위 실장? 이란 사람이 (몇몇 코너를 총괄하는 사람이라네요. 서른 즈음 되었을까. 저희 어머니는 벌써 쉰살을 바라보고 계시네요 휴,,) 파트타임 아주머니들을 쉽게 쓸수 있는 무슨 물건 다루듯 한다시네요. 엄니는 다른사람한테 싫은소리 못하시는 타입이라, 저한테도 그냥 웃으면서 아 아줌마들끼리는 다 욕하면서도 자기한테 피해가 갈까봐(짤릴까봐; 안그래도 며칠 전에 한 파트타이머 아주머니께서 짤리셨다네요. 실장이 요구한 추가근무? 를 거부했다는 이유랍니다. 자기 업무 할당량 외의 업무가 하기 싫어서 안하신건데, 그게 해고사유가 된다더군요. ㅎㅎ 아주머니 사정상 못하겠다고 했더니'아주머니가 안하면 어쩌라고요?'이런 식의 대답이 돌아왔다네요. 어머니께서는 이게 세상이다 이런식으로 받아들이시더군요.직장인들도 직장상사 씹는 게 허구한날 하는 거라고.) 앞에서는 아무 말도 못하신답니다. 
근데 어머니께도 이 실장님이란 분이 냉동실 청소를 요구하셨답니다. 업무가 물건 팔기 하나인줄만 아신 어머니는 안할순 없어서 그냥 했다고 하시는데.. 닦고 닦아도 잘 지지 않는 때는 뭐 그렇다 쳐도요.청소 후에 어머니 담당 코너로 돌아가서 업무를 보고 있는데 실장이 오더니 바닥에 얼음이 끼었다고 제대로 하라고 했답니다. 물걸레로 닦으니까 당연히 냉동실 바닥에 성에는 조금 얼겠지요..근데 어머니는 그걸 뭐라고 하시지도 못하고 고민끝에 집에 있던 고등학생 동생한테 전화를 걸어서 드라이기를 가져오라고 하셨다네요. 동생은 영문도 모른채로 드라이기를 가져왔고 어머니는 그걸로 바닥을 녹여서 닦으셨답니다.하.. 하라는 대로 안하면 짤리니까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왜 자기 업무 이외의 것도 시키면 다 해야 하는지요. 그러다가 밉보이면 기륭전자가 그랬듯 문자 한통, 전화 한통으로 잘려야 하는지요. 이게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인가요? 윗사람 말 안들으면 짤리니까 마지못해 하는게 어른들의 세상인가요? 우리 어머니 허리도 다리도 안좋으신데 돈 버신다고 고생하는거 안쓰럽기만 한데 이제 또 일주일에 6번씩 나가실까 고민하신다네요. 하루에 9시간씩 서 계셔야 하는데. 제가 휴학하고 과외를 몇개씩 해서 돈을 보태드리기는 하구요.. 가뜩이나 어머니 보기 미안한데 위에서 이것저것 잡무 시키시고 어쩔수 없이 하신다는 말 듣고 너무 화가나서 (해고된 아주머니들을 중심으로 라던지..)비정규직 아주머니들께서 모이셔서 한 목소리를 내셔야 하지 않냐 이런얘기 막 했네요. 저도 오늘 과외를 세개 하고 온지라 피곤한데 그 얘기까지 들으니 답답해서 혼자 술도 먹고 했네요. 다음주에  한번 찾아가서 어머니 일하시는 것 몰래 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두서없는 글인데 항상 마음을 두고 있는 사이트가 여기 오유이기때문에 올려 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말 답답하네요... 아무것도 모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ㅁ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