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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바다가 된 강력반 조사실…등록금 없어 절도한 대학생
게시물ID : humorstory_2150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Liverpool
추천 : 12
조회수 : 789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1/01/25 00:58:23
24일 낮 전북 전주 덕진경찰서 강력5반 조사실. 절도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A군(19)은 머리를 떨어뜨리고 말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옆에 있던 A군 어머니는 흐느꼈다. 경찰관들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핼쑥한 얼굴에 보기만 해도 중증 환자임을 알 수 있는 A군 어머니(50)는 “왜 그런 짓을 했느냐. 아무리 어려워도 남들에게 손가락질 받지 말고 살자고 했는데…”라며 아들의 등을 가냘픈 손으로 때리며 울고 있었다.

세살 많은 형(22)은 “형사님, 제 동생 전과 안 생기게 제발 좀 어떻게 해주세요. 대신 제가 벌을 받겠습니다”며 무릎을 꿇었다.

A군은 지난해 8월 전주 인후동 한 서점에서 영어 문법책과 단어집 등 3만원 어치의 책을 훔치는 등 최근까지 동네 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78만원 어치의 물건을 훔친 혐의로 붙잡혀 조사를 받고 있었다.

A군은 낮에는 대학 1학년생으로 공부하면서, 오후 2시부터 새벽 1시까지는 집 근처 작은 공장에서 근로자로 일하면서 살아왔다. 기대 곳이 없는 그로서는 스스로를 챙겨야 할 뿐 아니라 힘들게 병마와 다투고 있는 어머니를 보살펴야 하기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이혼한 채 형제를 혼자 키워온 어머니는 안 해본 일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 어머니는 수년전부터 당뇨병이 생기면서 앓아누웠다. 

10대 때부터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야 했던 형제는 그래도 꿋꿋하게 공부해 대학에 들어갔다. 형은 하루 종일 일하며 등록금과 가족의 생계비를 벌어야 했고, A군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들어 어머니의 병세는 더욱 악화됐고, 우울증까지 겹쳤다. 병원 치료비는 더욱 늘어났지만 뚜렷한 생계수단이 없는데다 기초생활수급 대상인 이들 가족으로서는 치료비와 최소한의 생활비조차 감당하기가 쉽지 않았다.

“공부가 하고 싶었어요. 2학년 1학기 등록 마감일은 자꾸 다가오는데 돈은 없고…” A군은 말을 잊지 못한 채 울먹였다. 공부에 필요한 책조차 살 길이 막막했던 그는 훔친 영어책으로 공부했고, 마트에서 훔친 외투 한 벌로 유난히 추운 한겨울 칼바람을 막았다.

오후부터 일하는 베어링 공장에 출근하면 A군은 무거운 쇳덩이를 잠시도 쉬지 않고 옮기고 쌓고 실어 날랐다. 일당 7만원 짜리 이 직업은 그에게는 놓칠 수 없는 최후의 보루였던 셈이다.

A군은 “되돌아봐도 도무지 내 자신이 용서가 안 되는 죄”라면서 “피해를 본 분들께 죄를 어찌 빌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펑펑 울었다.

사건을 담당한 형사도 그를 추궁하기보다는 힘들고 어려운 사정에 함께 굵은 눈물을 떨어뜨렸다. 담당 경찰관은 “죄는 미워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것이 이런 경우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사회복지학과에 다니며 대학 졸업 뒤에도 사회복지사가 돼 자신처럼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었다는 A군에 대해 경찰은 불구속 입건하기로 결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정이 너무 딱하고, 무엇보다 A군이 진심으로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있다”고 말했다. 

A군의 딱한 소식을 듣고 벌써 경찰서에는 “등록금과 생활비에 보태 달라”는 독지가 7명이 성금을 보내왔다. A군은 “제가 무슨 자격으로 그 돈을 받겠느냐”며 고개를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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