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펌][듀어든] UAE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
게시물ID : humorbest_2151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dhdyf
추천 : 22
조회수 : 1996회
댓글수 : 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8/10/15 23:04:34
원본글 작성시간 : 2008/10/15 15:42:16
우리 모두 축구를 좋아하지만 빅매치를 앞두고 나오는 ‘분위기 조성’ 기사들은 좀 지겨울 때가 있다. 매일 훈련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고 선수들은 똑 같은 답변만을 반복한다. 언론은 언론대로 어떤 포메이션에서 누가 출장할지에 대한 끝없는 추측을 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기자, 감독, 선수에게 축구의 미래를 알아 맞추는 능력이 있었다면 모두들 부자가 되었을 것이다. (선수들과 감독은 이미 부자지만 나와 같은 기자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매번 보는 비슷한 기사들에 지루함을 느낀 나는 ‘UAE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한 상상을 펼쳐봤다.

시나리오 1- 편안한 승리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모인 팬들은 모두 일어서서 환호하고, 이영표는 특유의 헛다리 페인트로 UAE의 측면을 활보한다. 이때 이근호가 2골을 잡아내며 한국에 리드를 안긴다.

박지성이 유니폼 속에 프리미어리그 우승 메달을 걸고 나왔음을 알아챈 UAE 선수들은 프리미어리그 우승 메달을 한 번이라도 구경 위해 정신이 없다. 신영록이 이 기회를 틈타 3번째 쐐기 골을 터뜨린다.

3-0 완승과 함께 바람결에 날리는 김치우의 머리칼은 그 어느 때보다도 멋져 보인다. 웃음꽃을 피우며 경기장을 빠져나가던 64,000명의 관중들은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되는 치킨(정말 맛있음, 여러분도 꼭 맛보시길)과 함께 더욱 즐거워한다.

허정무 감독은 “영국에서 온 그 대머리 녀석은 축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며 “내가 한국을 남아공으로 이끌 적임자다!”라고 포효한다.

들뜬 언론은 “한국이 남아공에서 8강에 갈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정몽준 회장은 “이번 경제 위기는 정부의 좀 더 강력한 개입을 필요로 합니다”라고 말할 뿐이다.

시나리오 2- 간신히 이긴다

한국은 전반전 내내 UAE문전을 압박했으나 골을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머리칼에 눈을 찔린 김치우는 정확한 프리킥을 날리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함께 경기를 시청하던 이운재, 김상식, 이동국은 전반전이 끝나자 “게임이 좀 지루하지?”라며 서울 시내 모처로 출동한다.

전반전이 끝나자 선수들은 짜증이 난다. 박지성은 포르투갈어를 쓰는 자신의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이제 어쩌지?”라고 물어본다. 원하는 답을 얻은 박지성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피어난다.

경기 종료 2분을 남긴 상황, 페널티 에어리어로 돌진하던 박지성이 수비와 스치자마자 번개같이 넘어진다. 그리고는 허리를 웅크린 채 주심을 바라보며 페널티를 요구한다. 주심의 얼굴에 망설임의 분위기가 보이자 박지성은 친구에게 배운 ‘마법의 윙크’를 날린다. 결국 주심은 페널티스폿을 가리키며 페널티킥을 선언한다.

허정무 감독은 “승리는 어쨌거나 승리”라며 “박지성이 넘어진 상황은 페널티가 분명하다. 그렇게 의심이 가면 퍼거슨 경에게 물어보라”라고 말한다.

언론은 “우리가 16강에 갈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던지고 이에 정 회장은 “오늘 마포구의 교통 상황이 끔찍하군! 그냥 여의도 사무실에서 남은 업무나 처리할걸!”이라고 말할 뿐이다.

시나리오 3- 운이 따르지 않은 무승부

2006년 9월과 10월에 있었던 아시안컵예선 이란, 시리아전의 홈경기 무승부를 기억하는가?

비슷한 상황이 일어난다. 한국은 전반전에 리드를 잡았으나 경기 막판에 나온 끔직한 수비 실수로 1-1로 비긴다. UAE는 최근 중동에서 발간됐다는 “서울에서 간신히 무승부를 기록하는 방법”을 몇 달간 정독했음이 틀림 없다.

허정무 감독은 “비록 결과는 무승부지만 긍정적인 장면이 많았다”고 말한다.

언론이 “아쉽다x100”을 외치는 동안 정 회장은 “2010년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는데 다들 왜 그래? 다음 대선은 2012년일세, 이 사람들아~”라고 말할 뿐이다.

시나리오 4- 패배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결과다. 한국이 경기를 지배했고 박지성은 그라운드 곳곳을 누비며 팀을 리드한다. 그러나 헛다리 페인트를 너무 많이 구사한 나머지 현기증을 느낀 이영표가 들것에 실려나가며 불행이 시작된다.

UAE골대 근처에서 경기를 관전하던 조재진은 자신의 셔츠를 벗어 흔듦으로써 골키퍼를 방해하려 한다. 그러나 UAE의 골키퍼는 조재진의 훼방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모든 슈팅을 막아낸다. 경기 종료 2분을 남긴 상황, UAE수비진이 무작정 길게 내지른 공이 이스마일 마타르에게 연결되고, 노마크의 마타르는 여유 있게 득점에 성공한다.

허정무 감독은 “두바이에 가서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오겠다”라며 경기장을 빠져나간다. 이에 언론들은 헤드라인을 “박찬호, 다저스의 대반격 이끌까?”로 수정한다.

한편 정 회장은 “한국이 UAE의 손에 놀아났다는데, 기름 값이 다시 오른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거요? 어서 우리 현대 직원들에게 알려야겠군”이라고 말할 뿐이다.

=존 듀어든은 런던 정경대학(London School of Economics) 을 졸업했으며 풀타임 축구 저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가디언, AP 통신, 축구잡지 포포투(영국, 한국), 골닷컴에 아시아 축구에 대한 심도 있는 기사를 송고한다. 현재 서울에 거주 중인 그는 호주 ABC 라디오와 CNN에서도 활약하는 국제적인 언론인이다. 

http://cafe.empas.com/duerden
==================================================================================================
ㅋㅋㅋ
현란한 언어의 유희~ (번역하시는 분도 센스쟁이~)
오늘 예상결과에 당신의 선택은?
난 시나리오 4번~ ㅠ.ㅠ
ps) 과연 이운재, 김상식, 이동국은 어디로 간 것일까?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