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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지휘관 만난썰.
게시물ID : military_2151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이고이런
추천 : 10
조회수 : 946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05/13 14:46:12


일단 저는 포병대대 출신입니다.


바로 이야기 들어가겠습니다. 그리고 음슴체.


포대장 스팩

- 장기복무를 원함.

- 이번 포대장을 잘 끝내면 상급부대 & 진급

- 결혼해서 가족이 있음. 아이도 있음.


보통 이런 스팩이면 병사들을 커피 볶듯이 볶음. 그러나 우리 포대장은 그렇지 않음.


그렇지만 상명하복을 중시함. 까라면 까야함. 그러나 독단 50% 간부 30% 병사 20%의 의견을 적극 반영함.


작업지시, 임무 하달 등에는 합리성을 중요시 하려고함.


그러나 더 상부에서 내려온 명령은 어쩔 수 없이 이행함.


예를 들면 제초작업.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제초작업을 왜 해야하는 지 모르겠다며, 길만 트면 되지 않냐며 병사들 사이에 볼멘소리가 나옴.


그러자 전병력 집합 크리 불호령이 내림.


그리고 제초작업이 필요한 일장 연설을 하심.


"높으신 분이 마음에 들도록 한다고 생각하지 마라. 전투에 필요하기 때문에 제초작업을 하는 거다.

 적병이 잡초 사이에 숨어버리면 어떻게 할 것인가? 너희들이 아무리 경계를 잘 해도 적병은 숨어든다.

 우리는 잡초가 없어도 우리 부대이기 때문에 숨을 곳을 잘 안다. 

그런 경우를 대비해서 적병의 숨을 곳을 없애려는 것이 제초작업이다. 

그리고! 풀속에 너희들이 가리면, 내가 너희들을 못 보잖아. 너희들이 보여야 내가 너희들을 못살게 굴지."


예를 들면 제설작업.


"너희들 말대로 제설작전을 하루 안 해봐서 알겠지만, 하루만 지나도 땅이 언다. 빙판길에서 어떻게 작전수행을 하려고 하나?

 밥 먹으러 가는 것도 위험하다. 그렇기 때문에 눈이 오는 즉시 치우는 거다.

 그리고 왜 소금을 적극적으로 사용 안 하는지는. (.......) 미안하다. 너희들에게는 나쁜 말이지만 하겠다.

 높은 사람들 입장에서 볼 때는, 너희들은 작업을 많이 하든 안 하든 고정지출이다. 그리고 소금은 쓰면 쓸수록 지출이다.

 소금 한 포대가 너희들 월급보다 비싸다. 

 이건 내가 어떻게 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마음 같아서는 내가 소금공장을 하나 사버리고 싶은데, 나도 애딸린 아빠라는 입장이라서 돈을 많이 못 쓰겠다."



이런 식으로 늘 그럴싸한 이유와 농담으로 우리를 독려해줌. 상급부대 지시사항으로 하달받은 내용은 어떻게 해서든 이유를 가져다 붙여서 우리에게 지시함.

깨어있는 병사들은 모두 툴툴거리지만 열심히 작업함.



[작업편]

 작업 시간도 정확히 정해짐. 친구 이야기를 들어보면 작업을 빨리 끝내면 새로운 작업이 주어진다고 함. 그러나 우리 포대는 그런 거 없음.


포대장 입회하, 분대장과 행보관의 작업량 배틀이 열림.


분대장 : 우리반은 지금 작업가용 인원이 몇명뿐이고 그나마 몇명은 일이등병이라 작업 할당량을 정해진 시간 내에 하지 못합니다.

행보관 : 일이등병들도 쉽게 할 수 있는 일이야. ㅁㅁ시간 내로 끝내. 그리고 전에 보니까 빨리 끝내더만.

분대장 : 그때는 ~~상병이 작업인원에 있어서 그런 겁니다. 그래도 힘쓰는 일인데 1시간 작업 15분 휴식은 있어야합니다.


뭐 이런식으로 대충 실랑이 하다가 적정선에서 마무리되고 각 반별로 작업하러 감. 

그리고 목표 할당량 빨리 끝내면 끝내는 대로 휴식. 절대 추가 작업 없음.

대신 개인 주특기 훈련 해야함. 작업보다는 편하니 대부분 빨리 작업 끝내는 쪽으로 함.


[훈련편]

영내 훈련은 기본 위주로 반복숙달 훈련 함.

영외 훈련은 보는 눈도 있기 때문에 조금 다름.


그렇지만 우리는 훈련 때 뺀질거리지 않았음. 모두들 열심히 훈련에 참여함.


훈련 전에 포대장의 일장 연설이 있기 때문임.


"영화 한편 찍으면 하루는 작업 훈련 없는 날 선포한다.

 그리고 이번에 군단장님이 보러 오신다니까 내 진급에 도움되게 열심히 해줘"


그래서 우리는 높은 사람 없을 때는 워밍업 수준으로 하고 있을 때는 영화 한편 찍는 명배우가 되었음.


그리고 우리는 작업 훈련 없는 날을 얻었고, 포대장이 없는 틈을 타서 행보관이 눈에 띄는 인원을 데리고 작업 함.


[내무생활 편]

포대장이 진급이 눈 앞임. 본격 "사고없는 포대, 선진 병영"을 슬로건으로 내걸었음. 


악폐습 완전히 차단했음. 걸리면 바로 군기교육대 or 영창임.

"내가 잡아서 보내는 것은 오히려 진급에 도움이 된다. 다만 상급부대에서 검열 나와서 걸리면 진급에 해가 된다."라는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설명과 함께 실시했음.


일과가 끝나면 선후임따윈 없음. 일이등병도 걍 누워서 TV봄.

 일이등병도 전우조 and 보고만 충족하면 PX 갈 수 있음. (단 이등병끼리는 안 됨.)


그렇다고 짬대우가 없는 것도 아님. 일과 후 작업에는 점수제임.

 (병장 5점, 상병 3점, 일병 2점, 이등병 4점)

각 개인별로 매주 채워야하는 점수가 있음. 할당 점수 못 채우면 행보관에게 끌려가는 거임. 끌려가면 점수 못 얻음. 자진해서 나가야 점수 얻을 수 있음. 그리고 행보관이 가산점 줄 수 있음.


심부름권도 있음.

선임이 후임에게 개인적인 일을 시킬 때 반드시 심부름권을 사용해야함.

선임일 수록 심부름권을 많이 줌. 그리고 많이 사용할 수록 작업점수 할당량이 높아짐. 

그리고 이등병은 특정 시간 면책권을 줌. 


생각해보니 지극히 행정보급관님 편의주의였음.


아, 그리고 후임이 선임에게 개겨도 군기교육대&영창임.


[청소편]

청소는 포대장님이 수술하지 않았음.

이것까지 수술하면 병사들의 낙이 없어진다고 했음.

대신 말년병장도 뭔가를 하긴 해야함.

짱박히다가 당직사관에게 걸리면,


 다음날 야간근무에 군인이 가장 잠을 못 잔다는 2번초 순찰근무에 투입됨.


[결론]

그리고 포대장은 진급을 하였고 상급부대로 감.

지휘관 교체식 때, 나는 처음으로 우리 포대원들의 우렁찬 경례소리를 들었다.

평소에는 절대 저렇게 큰 목소리 안 냈는데..

맨날 목소리 작고 폐기 없다고 한소리 들었었는데...

뇌까지 근육일것 같은 포반장이 우는 것을 처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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