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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단편/ 아이(가제)
게시물ID : readers_2154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김밥천국만세
추천 : 2
조회수 : 372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5/08/27 22: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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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전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아빠도 좋은데 아빠는 저랑 자주 안 놀아주니까 2번째로 좋아요. 그런데 엄마가 그러는데 아빠가 저랑 안 놀아주는 게 아니라, 아빠도 저를 사랑하는데 밖에서 해야 할 일이 많아서 못 놀아주는 거래요. 제가 가지고 노는 자동차 장난감 씽씽이도 아빠가 밖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사줄 수 있었던 거래요.
 

그래서 원래는 씽씽이가 2번째로 좋았는데, 엄마 말을 듣고 나니 아빠가 2번째로 좋아졌어요. 이제 씽씽이는 제가 세상에서 3번째로 좋아해요.
 

제가 왜 엄마를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느냐면요. 엄마는 항상 저랑 놀아주고, 제 옆을 떠나지 않고 절 돌봐주세요. 밖에 나갈 때면 언제나 제 손을 잡아주세요. 엄마의 손은 제가 가진 어떤 인형보다 부드럽고 따뜻하기까지 해요. 항상 엄마 손을 잡고 싶은데 집 안에서는 바쁘다고 잘 안 잡아줘요. 그래서 전 엄마랑 밖에 나가는 시간이 정말 행복해요.
 

그리고 엄마는 언제나 환하게 웃으며 절 바라보시는데 그 모습이 정말 예뻐요. 가끔 아빠가 TV를 보면서 거기 나오는 누나들보고 우와, 예쁘다. 그러시는데 제 눈에는 아무리 봐도 엄마가 더 예쁜 거 같아요.
 

그런데 엄마가 항상 절 좋아하시는 건 아니에요. 가끔 제가 잘못이라도 한다면 엄마는 예쁜 표정을 지우고 엄청 무서운 얼굴로 절 혼내기도 하세요. 근데 제가 잘못해서 혼나는 거니까 엄마가 싫거나 그러지는 않아요. 그냥 엄마가 다시는 절 향해 웃어주지 않으실까 봐 그게 무서워서 항상 혼날 때마다 울음이 나요.
 

하지만 다행히도 엄마는 혼내고 난 뒤에는 언제나 다정하게 안아주세요. 그럼 전 더더욱 눈물이 나와요. 다시는 엄마 품에 못 안길 줄 알았는데, 엄마가 먼저 안아줘서 정말 좋아요.
 

전 세상에서 엄마 품이 제일 좋아요. 따뜻하고, 포근하고, 향기로워요. 그리고 엄마 품에서는 정말 좋은 향기가 나요. 가끔 아빠가 엄마한테 꽃을 사다 주실 때가 있는데, 그때 맡았던 어떤 꽃향기보다 엄마한테서 나는 냄새가 더 향기로운 거 같아요.
 

그래서 전 낮잠을 잘 때면 항상 엄마 품에 안겨서 잠드는 걸 좋아해요. 혼자서 잠들려고 하면 무언가 허전한 느낌이 들어서 잘 잠이 안 오는데, 엄마가 안아준다면 언제 잠든 지도 모르게 잠들어 있어요. 물론, 일어났을 때는 옆에 엄마가 없어서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괜찮아요. 저는 아니지만, 엄마는 집에서 해야 할 일이 굉장히 많거든요.
 

그리고 우리 엄마는 요리도 굉장히 잘하세요. 가끔 밖에서 무언가 사 먹는 것보다 엄마가 만든 게 훨씬 더 맛있어요. 그래서 전 엄마랑 밖에 나가도 군것질거리 사달라고 조르지 않아요. 그럴 때마다 엄마는 기특한 표정으로 절 쳐다보시는데 전 그럼 표정을 볼 때마다 정말 흐뭇해요. 그래서 더더욱 엄마가 만든 음식만 더 좋아하는 건지도 몰라요.
 

그런데 한 가지, 전 오이를 싫어했어요. 가끔 엄마가 만들어준 음식 중 오이만 골라낼 때면 엄마는 절 혼내기도 하시고, 안타까운 눈빛으로 쳐다보기도 하시지만, 오이는 정말 맛이 없었어요. 이상한 맛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엄마가 만들어준 요리에 오이가 들어있었대요. 그래서 우리 가온이 이제 오이도 잘 먹네~ 하고 칭찬해주셨어요. 근데 전 오이가 있는 줄도 모르고 맛있게 잘 먹었어요. 정말 신기해요. 엄마가 마법을 부린 건가요? 맛없는 오이를 맛있게 만드는 마법인가 봐요. 전 그 날 이후로 오이를 먹을 수 있게 됐어요. 이제는 엄마가 마법을 부리지 않아도 오이를 잘 먹어요.
 

한 번은 엄마가 제 볼에 입 맞춰주시며 이런 말을 하셨어요. 우리 아기 천사 가온이 태어나줘서 정말 고마워. 라고 말이에요. 저는 천사가 무슨 말인지 몰라서 엄마한테 물어보니 이렇게 설명해주셨어요. 천사는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고 착한 존재란다. 전 그 말을 듣고 생각했어요. 천사는 엄마를 두고 만들어진 말이구나. 전 천사 엄마를 정말 사랑해요.
 

아빠 이야기도 할게요. 아빠가 저랑 자주 놀아주지는 않지만, 가끔씩 밖에 안 나가고 집에만 계실 때가 있어요. 주로 침대에 누워서 안 일어나지만요. 그래도 제가 아빠한테 가서 놀아달라고 막 조르면 그 날은 하루종일 저랑 재밌게 놀아줘요.
 

전 그런 날이 자주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빠는 엄마랑 달리 저랑 막 뛰어다니면서 잘 놀아주거든요. 엄마랑 놀 때는 하면 안 되는 것들도 아빠랑 놀면 다 할 수 있어요. 아빠는 제가 재밌어하는 것들은 다 해줘요. 제가 좋아하는 만화에서 나오는 기술들을 써서 아빠를 쓰러트릴 때는 정말 재밌어서 웃음이 멈추지 않아요.
 

그럴 때는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람이 되기도 해요. 아빠랑 단둘이 밖에 나가는 날은 엄마랑 하지 못했던 것들을 다 할 수 있어요. 엄마는 손을 잡아주지만, 아빠는 제가 원하면 절 안은 채로 다녀줘요. 아빠 품은 또 달라요. 아빠 품은 엄마 품보다 더 높이 올라가요. 그래서 더 멀리까지 잘 보여요. 아빠 품은 조금 딱딱하지만, 엄청나게 넓어서 소파에 누워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들어요.
 

그리고 아빠는 제가 사달라는 건 다 사줘요. 제가 세상에서 3번째로 좋아하는 씽씽이도 아빠랑 단둘이 나왔을 때 산 거에요. 항상 집에 돌아갈 때는 아빠 손에 제 장난감이 가득해요.
 

그러나 집에 들어가면 아빠는 항상 엄마한테 혼나요. 아마도 제 장난감을 사줘서 그런가 봐요. 제가 걱정스러운 얼굴도 아빠를 쳐다보고 있을 때면 아빠는 엄마 몰래 저를 보더니 웃으면서 한쪽 눈을 깜빡거려요. 웃는 모습을 보니까 마음이 놓여요. 아무래도 아빠는 엄마보다 저를 더 좋아하는 거 같아요. 아빠가 맨날 맨날 집에만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최근에 배운 말 중에 슈퍼맨이라는 말이 있어요. 슈퍼맨은 힘이 엄청나게 세고, 엄청나게 착하고, 엄청나게 잘생기고 못하는 게 없는 사람이래요. 전 이 말을 듣고 아빠가 생각났어요.
 

아빠는 힘이 정말 세요. 저를 하늘 높이 들어 올리기도 하고, 무지무지 커다란 물건을 들어서 옮기기도 해요.
 

그리고 무엇이든 어려운 게 있을 때, 아빠한테 가져가면 아빠는 금방 해결해줘요. 제 장난감이 부서졌을 때도 아빠가 잠깐 만지더니 고쳐졌어요. 제가 가지고 놀던 공이 갑자기 쪼끄맣게 되면서 힘이 다 없어졌을때도 아빠가 잠깐 기다리라고 하더니 공이 다시 살아서 돌아온 적도 있어요. 이것도 마법인가요? 정말 신기했어요. 아빠는 못 하는 게 없는 사람이에요.
 

제일 신기한 건 따로 있어요. 아빠는 한 번도 아픈 적이 없어요. 저는 주사 맞는 게 제일 싫지만, 아파서 주사 맞으러 간 적이 많아요. 엄마가 아파서 주사 맞으러 갈 때, 따라간 적도 있고요. 그럴 때마다 저도 괜히 무서워서 맨날 울었어요. 그런데 아빠는 아파서 주사 맞으러 간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아빠는 정말 엄청난 사람인 거 같아요. 아빠는 슈퍼맨이에요. 전 슈퍼맨 아빠를 정말 사랑해요.
 

전 저를 항상 사랑해주는 엄마랑 아빠가 정말 좋아요. 엄마랑 아빠는 항상 저에게 이런 말을 해요. 아프지 말고 이대로만 자라나 주래요. 저도 주사 맞는 게 무서우니까 절대 안 아플 거에요. 그런데 이대로만 자라나 주라는 말은 싫어요. 전 빨리 어른이 되고 싶거든요.
 

한번은 엄마가 저한테 이런 말을 했어요. 엄마가 좋아? 저는 품에 안기며 네. 라고 대답했어요. 그러니 엄마는 제 머릴 쓰다듬어주시며 엄마랑 아빠랑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자. 라고 말했어요.
 

물론이에요. 저는 천사 엄마랑 슈퍼맨 아빠랑 함께 맨날 맨날 같이 놀 거에요. 그게 제일 행복하고 기분 좋은 일이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아빠가 저랑 놀아주지도 않고, 저를 향해 웃어주지도 않기 시작했어요. 하루는 아빠가 저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저리 가 라고 말했어요. 저는 너무너무 슬퍼서 엄마에게 달려갔더니 엄마가 울고 있었어요. 저는 천사 엄마가 울고 있는 모습에 더더욱 슬퍼져 엄마 품에 안겨 계속 울었어요. 엄마도 저를 끌어안고 미안해. 미안해. 하며 한참을 울었어요.
 

아빠는 저뿐만 아니라 엄마를 대하는 모습도 바뀌었어요. 한때는 엄마보다 저를 더 좋아하는 아빠였었는데, 지금은 저도 싫어하고 엄마는 더더욱 싫어하는 거 같아요. 예전보다 집에 들어오는 횟수도 더 줄어들고, 집에 있을 때는 엄마한테 맨날 화만 냈어요.
 

엄마는 처음에는 뭐라고 말하는 듯싶더니 이내 말을 멈추고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어요. 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기고는 아빠를 쳐다보며 엄마를 괴롭히지 말라며 막 울었어요.
 

예전 같으면 미안하다고 사과하면서 저도 안아주고 엄마도 안아줄 아빠였지만, 지금은 달랐어요. 아빠는 엄청 무서운 표정으로 저를 노려보고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어요. 저는 아빠의 그런 표정은 처음 봤어요. 충격에 잠시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데, 엄마의 손길이 느껴졌어요. 엄마는 또다시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하며 연신 눈물만 흘렸어요.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건지 모르겠어요. 예전엔 엄마가 항상 아빠를 이겼는데, 지금은 왜 맨날 지는지도 모르겠고, 왜 맨날 우는지도 모르겠어요. 아빠는 왜 저랑 엄마를 싫어하는 거죠? 왜 이제는 집에도 잘 들어오지 않는 거죠? 제가 뭘 잘못했나요? 예전에 아빠가 먹다 남겨놓은 아이스크림을 엄마가 저에게 주었는데, 그거 때문에 아빠가 화난 건가요? 제가 잘못했어요. 용서해 주세요. 아빠. 슈퍼맨 아빠로 다시 돌아와 주세요.
 

한참 후에 아빠가 큰 가방을 여러 개 사서 들어왔어요. 전 아빠에게 잘못했다고 말하려고 다가가는데 아빠는 제가 귀찮은 듯 가방으로 절 밀더니 방으로 들어갔어요. 전 가방에 밀려 넘어져 엉덩이가 아팠지만, 울지 않고 아빠를 지켜봤어요. 아빠는 그 커다란 가방들에 아빠 옷이랑, 책을 포함한 아빠의 물건들을 다 담기 시작했어요.
 

가족끼리 여행을 간다는 말은 들은 게 없었는데, 왜 갑자기 짐을 싸는 거죠? 그리고 엄마는 왜 짐을 싸지 않고 주저앉아 울기만 하는 거죠?
 

아빠는 그렇게 아빠의 모든 물건을 가져갔어요. 이제 집에서 아빠의 향기가 나는 것은 아빠가 맨날 누워있던 소파를 포함한 몇 개밖에 남지 않았어요. 이제 다시는 아빠를 볼 수 없나요?
 

엄마는 겨우 울음을 멈추고 저를 껴안아 소파에 앉았어요. 그리고는 왜 이렇게 됐는지 설명을 하기 시작했어요. 제가 모르는 말도 막 나오고, 엄마가 또 울음을 터트려서 제대로 듣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알아들었어요.
 

제가 아빠 아들이 아니래요. 그런데 엄마 아들은 맞대요. 이게 어떻게 된 거죠? 아빠랑 엄마랑 결혼해서 제가 생긴 거라고 예전에 들었는데, 왜 전 아빠 아들이 아니죠? 알아듣긴 했는데 이해는 전혀 되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전 아빠 아들이 아니기 때문에, 아빠도 아빠가 아닌 건가요? 너무 어려워요.
 

그렇게 떠난 아빠는 다시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어요. 저는 엄마랑만 집에서 지냈어요. 이제 집 안 어느 곳에서건 아빠의 향기는 찾을 수가 없었어요. 아빠가 정말 보고 싶은데, 엄마에게 보고 싶다고 말할 수가 없었어요. 엄마가 우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은데, 아빠 이야기를 하면 울 것 같았어요.
이제 저와 천사 엄마와 슈퍼맨 아빠가 다 같이 이 집에서 잘 수는 없는 건가요? 싫어요. 그런 거 싫어요.
 

그러던 어느 날, 엄마도 짐을 싸기 시작했어요. 아빠와 마찬가지로 엄마도 저에게 아무 말도 없이 짐을 싸고 있으니 엄마도 갑자기 혼자 나가버릴 거 같아서 불안했어요.
 

그런데 다행히도 저를 데리고 함께 어디론가 향했어요. 엄마 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제가 좋아하는 장난감 가게도, 과자도 아무것도 없는 산골에 세워져 있는 건물 앞이었어요.
 

자세히 보니 건물 밖 운동장에는 저와 비슷한 아이들이 아주 많았어요. 아빠를 볼 수 없으니 친구라도 많이 만들어 주려고 데려온 건가 봐요.
 

엄마는 그 건물에서 제일 나이가 많아 보이는 아줌마랑 얼마간 이야기를 하더니 저를 아줌마 앞으로 데려갔어요. 그리고 주저앉아 저와 눈높이를 맞추더니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말했어요.
 

가온아 여기 아줌마랑 그리고 친구들이랑 재밌게 놀고 있다 보면 엄마가 아빠랑 같이 다시 데리러 올게. 그때까지만 기다려줄 수 있지? 우리 아기 천사 가온이 정말 사랑해.
 

아빠랑 같이 온대요. 조금만 놀고 있으면 이제 다시 천사 엄마랑, 슈퍼맨 아빠랑 같이 집에 갈 수 있대요.
그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저는 엄마랑 아빠를 정말 사랑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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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소설이지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지적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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