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의 무더운 여름날(무더운 가을이었나) 공용화기 훈련떄였음
공용화기 훈련이라 함은 개인화기를 제외한 사격훈련을 하는 것인데
60미리 k-3 k-201 81미리 k-4 팬저 등등을 쏴보는 훈련임
그 중에서 내가 싫어하던 선임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데 k-3사수였음 (얌생이처럼 생겨서 맨날 후임들 비꼬면서 갈굼...)
k-3 사격장은 비탈진 경사면 위에 있고 언덕위에 서너계단 정도 올라가는 사격대가 있음. 사격거리는 400m 였음
6발짜리 탄을 받아서 끼고 드르륵 갈기면 끝인 단순한 훈련임 (한발만 맞아도 명중인데 거리가 멀어서 맞추기는 쪼끔 힘듬)
그런데
이 인간이 그냥 차분히 사격대로 올라가면 아무것도 아닌데, 지딴에는 그게 멋있는 줄 알고
총이랑 탄을 들고 사격대 위로 점프를 하다가 그만 실탄을 경사면 아래로 던져버림 (에어조단의 포즈를 연상하면 이해하기 쉬움)
그떄부터 우리 중대의 고난이 시작되는데
병사 간부 할것없이 중대원 전체가 주말까지 일주일 내내 새벽부터 해질떄까지 실탄 수색 작업을 벌임
그와중에 사격대가 있던 언덕 경사면의 나무와 풀이 모두 사라짐. 그냥 흙으로 변함
사단에서 지뢰탐지기 두대까지 빌려서 수색했지만 헛수고였음 (잠깐이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지뢰탐지기 써봄ㅎㅎ)
그 선임의 낙오한 표정을 볼때 내심 통쾌했음. 정의는 살아있음을 느낌.
중대내에서는 징계문제로 시끄러웠음
어쩄든 수색 일주일째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일요일 저녁,
드디어 잃어버렸던 실탄이 찾아지게 되었는데
신기하게도
백번은 넘게 뒤졌던 언덕아래 나무 밑둥에서 1소대 부소대장이 발견했다고 외침
우리 모두는 거기에 실탄이 있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서 눈이 휘둥그래졌지만
어쨌든 으쌰으쌰 잘 끝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px에서 회포를 풀었음
다른 중대 아저씨들이 병신같다고 쳐다보던게 기억남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런 경우에 대비해서 간부들이 몰래 실탄을 보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됨
알고보니 행정병(교육계,병기계)들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실탄을 짱박는다는 사실을 알게 됨
여튼 그 사건 이후로 그 선임이 설치는 꼴을 안봐서 좋았음 (그 선임은 몇달 뒤에 후임 녀석의 성기를 만져서 영창갔다가 전출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