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때부터 내성적이고 조용한 아이라는 평을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중학교, 고등학교때부터 외향적인 녀석들이 너무나도 멋있어 보이더군요. 앞에 나가서 자신의 의견도 표출하고, 재치도 있고 말도 잘하고 사교적이고 인기도 많은 녀석들.. 그래서 저도 외향적이 되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서먹서먹한 첫대면에서 먼저 떠들기도 하고, 옆자리에 누군가 앉으면 내가 먼저 말을 걸어보기도 하고 말이죠. 스스로 많이 외향적이 된 것 같다라고 느끼고 있습니다만, 문제는 완벽하질 않다는 것입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성격이 두개로 나눠져 버린것만 같아요. 의욕이 샘솟을 때도 있지만 너무 축 처져서 수업을 빼먹는 경우도 있네요.. 축쳐질때면 항상 생각하는게 내성적으로 혹은 후회하는 그런쪽으로 그냥 우울증처럼 도져버리네요. 다른 외향적인 녀석들 보면 마치 그런 우울한 면모 없이 친구들과 놀고 대화하고 하는데.. 저는 그렇게 되질 않아요. 매번 집에 있을때면 저런 우울한 모습이 나와서 저를 괴롭히고.. 그 우울한 모습을 조용히 시키고 외향적으로 행동하고 사고하기 위해서 너무나도 많은 에너지를 쓰고.. 또 그게 잘 되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이런 고민으로 인한 것인지.. 공부도 손에 잡히질 않구요.
아주친한 고등학교 동창 몇몇아이들을 제외하곤, 1:1로 사람 만나는 것이 꽤 두렵기도 합니다. 막상 만나보면 아무일도 없지만.. 대화를 하다가 정적이 이뤄지면 마치 "아.. 너랑 있으니깐 따분해"라고 말하는 것만 같아요. 그렇지만 더 이상 공통화제는 말할 거리가 없고, 떠오르지도 않고, 결국 내가 더 필요 없는 말을 많이하고, 필요없는 말이다보니 더 이어지지도 않고, 더 자주 끊기고 하다보니 제가 너무 불안합니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가끔 모임자리를 피하기도 합니다. 술자리에서도 거의 그냥 조용히 있다가 한마디 정도 툭툭 던지는 정도랄까요.. 지금 인기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말을 잘 하고, 도대체 말하다 정적같은건 존재하지 않는지.. 만약 생긴다면 또 그걸 어떻게 생각하고 해결하는지.. 너무 의문입니다. 게다가 그런 외향적인 것에 강박관념을 느껴서인지 누군가에게 "쟤 쾌활하고 좋아 ㅋㅋ"라고 인정받고 싶어 오바하며 떠든다거나 인상찌푸려지는 개그를 한다거나 하는 일도 어느정도 있는것 같습니다. 마치 세계를 향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랄까요.. 너무나도 힘이 듭니다. 본래 내 모습은 조용하고 진지하고 그런 사람인데.. 사실 그런 사람은 인기 없잖아요. 놀러간다거나 해도 있으나마나한 그런 사람이잖아요.. 공식 자리에서도 그렇구요. 이제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나는 외향적이다"라는 가면을 쓰고 다녀야 할지, 그냥 원래 살던대로 과묵하고 조용히 주변에 만나는 사람들만 몇명만나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후자는 정말 그렇게 하기 싫지만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