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보니 민영보험회사에도 환자의 진료기록을 공개한다고 하더군요. 드디어 걱정했던 의료보험 당연 지정제 폐지의 첫 시발점이 시작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전 한 종합병원에서 레지던트 2년차로 근무하는 의사고요. 밝히는 이유는 건보 민영화에 대한 생각을 객관적으로 알리고 싶어서입니다.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할지 막막합니다.
많은분들이 공감하실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는 상당한 의료선진국입니다. 그 이유부터 설명하자면...... 의료 체계는 크게 생각해서 미국식과 영국식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각 의료의 장단점이 있는데요.
미국은 말 그대로 민영보험제이죠. 비싼 사보험을 들고 의료혜택을 받으며 보험을 들지 않고선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할만큼 비싸다고 들었는데요. 정확한 수치는 모르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몇 배 또는 몇 십배 이상의 의료비를 지불하고 있다 할 수 있겠죠. 그래서 의사 입장에서는 수입이 꽤 되기 때문에 하루에 10~20명만 보고도 유지가 됩니다. 그만큼 미국의 의료의 질은 높겠고요.
반대로 영국은 의료제도에 있어 사회주의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의사는 공무원의 개념이라고 보면 되죠. 나라에서 의사에게 월급을 주고 환자를 보게 하기 때문에 국민들은 적은 돈으로도 의료혜택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의료혜택을 받는게 만만치 않다는겁니다. 의사들이 의욕이 없다보니 칼퇴근에 환자를 잘 안보려 한다는 것이지요.(어차피 월급 나오니까요.) 실제로 CT 한 번 찍으려면 2~3주 기다리는건 예사라더군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절묘하게 두가지 장점을 모두 갖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의료보험은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고 전 국민은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죠. 그리고는 의료 행위에 대한 수가를 낮게 잡아서 적은 의료보험비로도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만들었고요. 그리고 의사 입장에서도 환자를 봐야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왠만하면 전문의를 따고 환자를 유치하려 노력하고요. 실제로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처럼 전문의가 많은 국가를 볼 수 없습니다.(그리고 사람들도 전문의 아니면 의사가 아닌 것처럼 무시하는 분위기고요.) 그런 낮은 의료수가의 폐해로 의사는 하루 평균 60~70명의 환자(보험 환자를 기준으로요.)를 봐야 의원 운영이 되는 실정입니다. 그것보다 못 볼 경우에는 폐업을 하는 경우도 근래 허다합니다.(소위 망하는 의사들이 요새는 많습니다.)
그러니 3분 진료다 뭐다 하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고요. 이러니 의사 사회에서도 그간 적정한 의료 수가 인상을 계속 주장해 왔지만 나라에서는 들어주지 않았죠. 그러면 국민들의 의료보험료가 올라가기 때문에요.(그나마 보험재정 파탄난다는 얘기가 많기도 했고요.)
한마디로 적은 돈으로 양질의 의료(영국식과 비교해 보면 금방 느낄 수 있죠.)를 받을 수 있는 한국은 의료선진국이라 할 만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나라에서 의료보험 당연지정제를 폐지한다 합니다. 당연지정제란 한마디로 말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무조건 의료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이 제도를 폐지하는게 왜 문제냐 하면은......
(그에 앞서 보험은 꼭 들어야 한다는 전제(사보험이라도)에 말씀드립니다. 참고로 병원에 흔히 오는 응급수술 케이스인 충수염(맹장염으로 흔히들 아시는)이 의료보험 혜택을 받으면 수술부터 입원까지 총 30만원 정도의 본인 부담이면 됩니다. 그런데 보험이 안되면(가끔 외국인들도 오죠.) 300만원을 받죠.(우리병원이요.) 그리고 보험이 안되면 병원이 부르는게 값입니다. 그러므로 의료보험 없이는 살 수 없다는겁니다.)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은 보험금을 많이 내고 적게 버는 사람은 적게 내고 어려운 사람(보호1종, 보호2종)들은 안내고 무료로 의료혜택을 받는게 우리나라의 제도이죠. 쉽게 얘기해서 많이 버는 사람이 어려운 사람의 의료비를 부담해주는 제도라고 쉽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의료사회주의라 봐도 무방하죠.
그런데 당연지정제가 폐지되어 전국민 의료보험가입 의무화가 사라진다면 잘사는 사람들(돈 많은 사람들)은 의료보험을 가입하지 않습니다. 그대신 사보험(민영보험)을 들겠죠. 사보험이 비싸겠지만 훨씬 좋은 서비스를 보장할테니까요. 실제로 종합병원 와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시장바닥과 크게 다를바가 없습니다. 입원실에 환자는 많은데 의료진은 많이 모자른 실정이죠. 그러므로 돈많은 사람들은 돈 더내고 좋은 서비스를 받고 싶은 것은 당연합니다.
저도 들은 얘긴데 삼성의료원과 계열병원(2차, 1차 병원) 및 삼성생명보험이 사보험화 하여 높은 가격에 좋은 써비스를 위한 브랜드 전략을 세우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삼성의료원은 한마디로 서민들은 가기 힘든 병원이 되는거죠.
잘 사는 사람들이 의료보험에서 빠져나가면 의료보험 재정의 파탄은 불보듯 뻔하고 보호 1종, 2종같은 사람들의 의료비 혜택은 어려워질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나라에서 시행하는 보험제도 자체가 사라지고 미국과 같은 사보험 시대가 개막되는 것이죠.
의사 입장에서는 사보험 제도가 여러모로 좋기 때문에 한나라당의 당연지정제 폐지 공약을 지지했고 이명박을 밀었죠. 근데 이 공약을 아는 서민들은 거의 없었다는게 문제라면 문젤까요? 하도 조중동에서 5년간 까대니 무조건 한나라당을 밀고 본거겠죠. 그래서 요즘 MB의 정책들을 보며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답답한 점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사보험이 되면 돈있는 사람들은 더 좋은 환경에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민간 보험회사의 매출도 엄청 올라갈 것이기 때문에 경제성장 면에서도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으니 시장경제에 입각한 한나라당에서 미는겁니다. 반대로 돈없는 서민들만 불쌍해지는 결과가 나오는거고요.
시장경제를 살릴거라고 하자 시장에서 장사하는 분들이 다 MB를 뽑았다고 우스갯 소리로 사람들이 말하는데 시장경제의 진정한 무서움을 사람들은 아직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 제도화 되지도 않았고 저도 느껴보지 못했지만 건보민영화가 이뤄진다면 엄청난 의료비에 왠만한 감기로는 병원에도 잘 오지 못할겁니다. 그렇다고 보험제도가 바뀐다고 아플 사람이 안 아플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대운하와 이번 건보민영화의 문제에 대해 국민들이 올바른 비판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총선이 더욱더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