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짜장면 한 그릇 사주고 싶어요.
게시물ID : bestofbest_21574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aWlpa
추천 : 737
조회수 : 44228회
댓글수 : 83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5/08/05 03:17:47
원본글 작성시간 : 2015/08/04 21:31:49

수능시험을 본 지도 벌써 10년이 흘렀네요.
또 한 번 쉽지 않은 아홉수를 보내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10년 전 오늘이 생각났어요.

원하는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아서
정말 많이 울었던 날이었어요.
그날은 몸 상태도 좋지 않아
다른 친구들보다 일찍 학교를 빠져나와
버스에 올랐는데 
아무 생각 없이 집을 지나쳐버렸죠. 
정신차리고 허겁지겁 내려보니 코엑스더라구요.
지금과는 많이 다른 모습인데
전 아직도 그곳이 또렷하게 생각나요.

정처없이 걷다보니 슬슬 배가 고팠어요.
점심도 건너뛴 터라 주변을 돌아봤는데
갑자기 짜장면이 너무 먹고 싶은 거예요.
눈에 들어오는 가게에 무작정 들어갔죠.
손도 닦고 물도 마시고 한숨 돌리곤 
메뉴판을 쓱 훑어봤는네 
그 가게, 정말 비싼 고급 중식당이었던 거예요.

꼬깃꼬깃 돈을 세 봤는데
그걸론 어림도 없었어요.
안그래도 서러운데
고개를 푹 숙이고 황급히 뛰쳐나와
다시 터덜터덜 걷기 시작했어요.

한 100미터쯤 걸었을까.
누군가가 학생 학생 부르더라구요.
뒤를 돌어보니 아까 그 중식당 직원이었어요.
다시 가게로 돌아가자구요.
돈이 없단 말은 차마 못 하고 
그냥 배가 고프지 않아져서 나왔다고 하는데도
일단 같이 가자며 저를 막무가내로 데려갔어요.
다시 가게로 들어가니
제가 앉았던 자리 옆에 계시던
노부부가 제게 손짓을 하더군요.

먹고 싶은 거 다 시키라면서
돈 신경쓰지 말고 
아까 고르려던 거 그대로 시키라면서
할아버지가 아주 어렸을 때
한 가게에 들어갔다가
저처럼 그냥 나온 적이 있는데
그때 가게에 계시던 한 아저씨가
밥값을 다 계산해주셨다면서..

베풀 기회를 줘서 고맙다고 그러시더라고요. 
지금이 가장 힘든 시기처럼 느껴지겠지만
이 때가 그리워질 때가 올 거라고
부디 좋은 때를 속상하게만 보내지말라고
어깨를 토닥토닥 해주셨어요.
그날 속상함에 그리고 고마움에 
참 많이도 울었네요.

여러분도 많이 힘들죠. 잘 알아요.
부담감도 클 거예요.
그래도 잊지 말아야  할 게 있어요.
여러분은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시기를  보내는 중이고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사랑받고 존중받아야 마땅한 존재라는 걸요.

오늘도 수고 많았어요.
오늘 눈물 흘린 누군가와
꼭 중국집 어딘가에서 마주치길 바라요.
내가 어깨 토닥이며
맛있는 음식 잔뜩 사줄게요.

 
출처 10년 전 요맘 때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