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오유공작소의 청이라보유입니다. 본명이 아닌 닉네임으로 소개한다는게 좀 오그라드네요;
저는 주 전공이 도예인데, 도자기는 하루만에 뚝딱하고 나오는 결과물이 아니에요. 정말정말정말정말 짧게 잡아도 4일정도 걸립니다.
그래서 저는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실시간이 아닌 소장하는 사진으로 보여주려 합니다.
먼저 이렇게 흙을 반죽해줍니다. 이렇게 반죽하는 것을 꼬막밀기라고 합니다. 흙안의 기포를 잡아주고 흙에 방향성을 부여해서 물레찰 때가 좀 더 쉬워집니다.
제가 쓰는 흙은 백색 발색도가 다소 떨어지는 B급 백자토입니다. 어차피 어두운 유약으로 덮힐거라 백색의 발색은 중요하지 않아요.
꼬막을 다 밀게되면 종모양으로 굴려서 모양을 잡아줍니다.
바지가 난리가 났네요ㅋㅋㅋㅋㅋㅋ아이고
숙련된 분들은 바지에 흙이 묻지 않습니다. 저는 내공이 많이 떨어져서 거의 흙으로 만든 바지를 입습니다.
어쨌든 반죽이 끝나면 저렇게 물레 위에 흙을 붙여줍니다. 도예를 하는 상남자라면 저 정도 물레위에 붙여서 다 쓸때까지 일어나지 않습니다.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손의 느낌을 잡는다고 연습을 몇번 합니다. 그래서 그릇모양이 다른거에요. (변명)
윗 사진과 지금 사진은 다른날에 찍었습니다.
물레작업이 끝나면 이렇게 건조시켜 줍니다. 굽성형이 아직 남아있거든요.
건조되어서 약 밀크초콜릿정도로 점성을 잃게되면 굽을 깎습니다. 물레를 차면서 굽까지 만들 수는 없어요.
이렇게 건조된 기물을 물레위에 다시 올립니다. 그 다음 물레를 회전시킨 후 칼을 갖다대면 기물이 깎이면서 굽이 만들어집니다.
사진은....제가 모르는 사이에 흙안에 불순물이 들어가있는 것을 찍은 사진입니다. 말끔한 기물을 좋아하는 저는 저런 하자가 있는 기물은 버립니다.
저 상태에서 버려진 기물은 다시 흙으로 환원되어 재사용 할 수 있습니다.
하자가 있거나 제 맘에 안들면 그냥 버립니다. 이렇게 어쩔 수 없이 이별하게 되는 순간을 자주 맞습니다. 그렇게 되면서 저를 떠나가는 것들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도예가 누군가에겐 수행이 되는 이유라고 생각해요.
어쨌든 중요한건 만드는 본인이지, 떠나간 것이 아닙니다. 저는 몇개라도 다시 만들 수 있으니까요.
ㅋㅋㅋㅋㅋㅋㅋ진지해져서 죄송합니다. 사진보니 뭉클해서요. 버려서 미안해...
네, 부처가 되갑니다. 하지만 그릇이 웃고있으니 저도 웃습니다. (실성)
-전수검사중-
굽을 다 깎고 나면 저렇게 모양과 사이즈를 체크합니다. 저 기준에 맞지 않는 기물은 아까처럼 버려집니다.
하나하나 올렸을때 사이즈가 맞는 그 전율이란.....
실루엣을 수시로 체크하면서 기물의 모양을 잡습니다. 아슬아슬한 균형미와 글래머러스한 실루엣이 이 그릇의 매력입니다.
그릇도 섹시해질 수 있어요.
이후 완전 건조 뒤 800도에서 초벌을 합니다.
초벌 뒤 사포질을 합니다. 표면을 매끄럽게 해주고 유약을 입힐 때 좀 더 수월하게 해줍니다.
이 먼지를 마시며 도예가는 삶을 주고 작품을 얻습니다. 하....마스크 꼭 쓰세요.
유약을 입힌 모습입니다. 유약이 빨갛다고 해서 빨갛게 나오지는 않아요. 어떤 성분으로 만들어지고, 어떻게, 어떤 온도로 굽느냐에 따라 기물의 느낌이 정해집니다. 제가 사용한 유약은 1250도의 온도에서 완전히 녹아 검은 유리질을 형성합니다.
초벌중에 불기운에 살짝 변형되어 입술부분이 뒤틀렸네요.
저 기물은 아직 미완성이라 다른 완성품을 보여드릴게요.
유약을 입힌 초벌기를 1250도에서 산화소성합니다. 그럼 저 빨간 유약이 이렇게 검은 유약이 됩니다.
저는 주로 금을 사용한 도자기를 만듭니다. 정적인 도자기에 저렇게 에너지가 넘치는 금칠로써 도자기에 율동감을 부여합니다.
원래는 찻사발의 용도로 만들었지만, 찻사발의 공식에 맞지 않는 정체 불명의 그릇입니다.
실용성을 아예 배제한, 그저 심미성만을 추구한 작품이에요.
실제로도 정말 쓰기 힘듭니다;
도자기를 사서도 쓰지 못하게 만드는, 강제 소장하게 하는 그런 작품을 만들려고 합니다.
하지만 밑부분이 깔끔하지 않아 불량품입니다. 재벌때까지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까 가슴 졸이며 가마신에게 항상 기도합니다.
그래도 저렇게 제 기도를 빗겨간 기물이 나오기도 합니다. 열심히 만든 작품이 저렇게 잘못나오면 너무 아쉬워요.
이렇게 저는 또 부처에 가까워집니다...
뒤에는 그리다만 그림입니다. (원래는 회화를 꿈꾼 미술학도였음!)
둘다 미완성, 불량품들이라 모아서 찍어봤습니다.
이 친구는 저도 가보지 못한 프랑스에 갔다왔습니다. 거기서 좋은 주인을 만났어야 했는데, 아쉽게도 저한테 다시 돌아오게 되었네요.
마음에 드는 작품중 하나입니다.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네요.
다음에는 좀 더 재밌고 아름다운 작업으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