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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사랑
게시물ID : readers_2158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압정깔고앉음
추천 : 2
조회수 : 18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8/30 21:5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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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에 들었으면 다른 사람 맘에도 들었겠지'란 마음으로 그냥 친구로 남기로 했다. 그 애는 내 친구랑 잘 되는 것 같아 보였다. 마음이 씁쓸했다. 어렸을 때부터 친했던 애라 나도 내 친구를 엄청 아끼고는 있지만, 그 애랑 사귄다고 생각하니 맘속에서 질투가 독사 대가리 치켜들듯 올라왔다

 

하지만 난 그 애에게 내 마음을 한 번도 털어놓은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난 내가 참 답답하다 못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나도 내가 왜 이렇게 찌질 하게 구는지 잘 모르겠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 가지 자각은 하고 있었다. 내가 지금 와서 그 애한테 내 속마음을 털어놔보았자 바뀔 일이 하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내가 걔에게 내 속마음을 털어 놓은 후 그 애가 나를 부담스럽게 여겨 지금보다 사이가 더 어색해질 수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계속 외부인으로 남아있는 것이 좋았다. 

  둘 사이에 괜히 껴있는 눈치 없는 애가 되지 않도록 나는 무슨 일만 있으면  그 둘만의 시간을 마련했다. 내가 일부러 그러고 있다는 걸 눈치 챈 친구 녀석은 살짝 당황스러워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곧 익숙해져 갔다. 좋은 현상이었다. 그렇게 그것이 일상이 되어갈 무렵, 어느 날 그것 때문에 일이 일어났다.

 

 그날도 눈치 없는 애가 되기 싫어, 급식실 줄에 그 둘만 있도록 내버려두고 자리를 피한 날이었다. 나는 복도를 괜히 어색하게 서성이다 창가 옆 기둥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배는 고팠지만 그 둘이 내 앞에서 다정히 마주 앉아 웃고 떠들 걸 생각하니 입맛이 뚝 떨어져 밥이 먹고 싶지 않았다. 그날따라 외롭게도 학생들이 모두 다 급식실로 내려가 있어 교실과 복도는 그저 고요할 뿐이었다. 항상 이 시간까지 교실에 있다가 뒤늦게 돌아가는 애들이 있을 법도 한데 말이다. 

아마 오늘 급식에 아이스슈랑 망고샐러드가 나왔던가. 애들이 평소보다 일찍 급식실로 갈만 했다. 자칫 잘못해서 맨 마지막에 가면 반찬을 한 가지씩 받지 못하는 불상사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난 여기서 대체 뭘 하는 거지...'하고 생각이 들 무렵. 복도 저 멀리서 익숙한 형체가 나에게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나는 그 애랑 내 친구에게 다른 애랑 같이 먹는다며 둘러댔던 것이 떠올라 얼굴이 확 붉어졌다. 나는 그 애가 오는 방향으로가  최대한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면서 서둘러 지나치려고 애썼다. 어색한 분위기의 이 복도를 난 최대한 빨리 지나쳐야 했다. 내 붉어진 얼굴을 어서 숨기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나, 걔 별로 안 좋아해."

그 애와 내 어깨가 일직선이 되어 만날 즈음, 그 애가 나 들으라는 듯이 중얼거렸다. 난 순간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애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 애는 나에게 몹시 실망한 표정이었고, 난 그 자리에 멈춰 섰지만 그 표정을 보고 쉽사리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애는 지나갔다. 슬로우 모션을 취한 듯, 그 순간이 매우 느리게 느껴졌지만 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며칠 뒤, 그 애와 내 친구가 사귄다는 소식이 내 귀에 들려왔다. 나는 그저 허탈하게 웃는 일 밖에 하지 못했다. 이렇게 나의 첫사랑이자 짝사랑은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출처 내 맘에 들었으면 다른 사람 맘에도 들었겠지

어디서 들은 말인데 누가 말했던 말인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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