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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때 날 왕따시키려 주도하던 아이 사이다 썰
게시물ID : soda_216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침묵사이렌
추천 : 25
조회수 : 11144회
댓글수 : 23개
등록시간 : 2015/11/13 21: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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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해야 하는데 의욕이 하나도 음스므로 음슴체.


때는 중학교 1학년 갓 입학한 때였음.

나는 4학년때까지 마치 시골학교의 그것과 같이 순박하던 서울소재 초등학교에 다니다 다른곳으로 전학을 갔고,

높은 성적과 독서를 좋아하는 성격으로 쉬는 시간에 책을 읽으며 마이웨이를 걷던, 그렇다고 왕따도 아니던 그런 아이였음.

중학교 입할할 때, 다른애들이 브랜드 교복이니 교복수선이니 할 때 나는 동네 문구점에서 파는 교복을 푸대자루마냥 입고,

머리가 길어서 학교 교칙에 따라 묶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질끈 묶고 중학교 입학식을 갔음.


입학 첫날에 친해진 애들이 두 명 있었는데, A와 B라고 하겠음

A와 B랑 친해져서 얘기도 나누고 통성명도 하던 중

그러다가 내 눈에 들어온 또 한 명이 C였는데, 그 애는 그림을 그리고 있었음.그리고 나도 그림이라면 우리반에서 제일 잘그리는 애 타이틀을 놓치지 않았던 피카소의 환생이었음.(반 기준)

당연히 나는 그 애한테 가서 너도 그림그리는거 좋아하냐며 말을 걸었고, 짧게 예술에 대해서 토론을 했음.

근데 그런 나에게 A가 와서 귓속말을 하는거임.

C가 본인과 같은 학교에 다니던 아이인데 왕따였다고, 놀지 말라고.


그러나 내가 누군가, 초등학생 때 따돌림 당하던 아이를 감싸주다 재수없다 소리도 들어보고,

친구 없던 엄마친구 딸의 유일하다시피 한 친구였으며

같은 학교를 다니던 다운증후군 아이가 내 이름을 주문처럼 외고 다니게 할 정도로 열성팬을 만든,

사랑과 정의의 박애주의자(라기엔 좀 그렇고 왕따같은거 별로 안좋아하던) 였음.

아무리 예술가의 길은 고독한 것이라지만, 그건 말도 되지 않는 소리라고 생각했음.


그래서 나는 내가 할수 있는 가장 상큼한 얼굴로 웃으며 "같은반 친군데 그런게 어딨어" 라는 대사를 날림.

멋지지 않음?청춘드라마에 나올거 같지 않음?난 그렇게 생각함.


정말 내가 생각하기에 군더더기 없이 멋진 대사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애가 나를 따돌리기 시작한 건,

위에 적어놨듯이 내가 지었던 상큼한 미소, 그러니까 누구와 붙어도 지지않을 선홍빛 잇몸미소 때문이지 않을까 하고 추측하고 있음.


그 다음날부터 A는 내가 말을 걸어도 무시하고 또다른 친구인 B에게 말을 걸면 B의 팔짱을 끼고 휙 돌아서는가 하면,

다른 애들한테도 내 험담을 하고 다니기 시작함.그렇게 난 은따가 됨.(직접적인 괴롭힘이 없으니 왕따?은따?어쨌든 따가 됨.)

솔직히 힘들긴 했음. C라는 친구랑 친해지긴 했지만 다른애들의 시선과 은근히 깔보는 언행,

그리고 조별과제 할 때 들어갈 조가 없는 사람 나오라는 선생님의 말에 나가서 떨이 채소마냥 다른 조에 꾸역꾸역 끼었던 기억 등등.

(그리고 이 아이는 훗날 조별과제의 보증수표, 슈퍼캐리자, 프레젠테이션의 신이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힘든 1학년이 되었고 2학년이 되었는데, 여기서부터 변화가 생기기 시작함.


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A는 상당히 이기적이고, 거기다가 소위 조금 나대기?까지 하는 애였음.

성격은 드세고 기가 쎄지만 카리스마는 별로 없는...그런 타입이었음.

게다가 험담도 많이 하고 다니니 애들은 점점 A를 안좋게 보기 시작했고...A가 따돌림을 당하게 됨


나는 2학년들어서 친구도 생기고, 다른 애들과도 어느정도는 친해지게 됨.

그리고 A는 점점 혼자 고립이 되고 있었음.


근데 A가 대단한게, 이쯤되면 소심해지고 기가 죽을법도 한데, 어떻게든 뻔뻔하게 애들 사이에 끼려고 했었음.

그래서 나와 내 친구들 무리에 어떻게 어떻게든 끼려고 했고, 우린 그걸 대놓고 까진 않았지만 험담은 함.

(험담을 별로 안좋아함에도 당한게 많아서 했었긴 한데, 지금생각하면 그러면 안되는 것 같았음.후회함.)


그런데 애들의 따돌림 수위가 점점 심해져서, 이제 대놓고 걔를 배척하는 행동을 함.

밥을 같이 안먹는다던지, 수련회때 다른 방에 떨어뜨려 놓자고 하던지..


여기까지면 난 사이다라고 생각 안함.

내가 이 일이 사이다라고 한 이유는, 내가 애들이 이럴때 쯤에 암묵적으로 걔의 편이 되어주었기 때문임.


나는 비록 걔가 날 따돌렸지만, 친구들 사이에서 배척당하고 따돌림을 당한다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고 있었음.

그래서 앞에서 대놓고 걔 편을 들어주진 못했지만, 걔랑 문자를 하면서 위로도 해주고, 친구들의 작당 및 대처법을 일러주기도 하고,

수련회 때 걔만 다른방에 떨어뜨리자는 걸 여러가지 이유를 대면서 그냥 같은 방에 넣자고 하기도 하고 그랬음.


A는 그 이후로 나에게 의지하기 시작했고, 학창시절동안, 그리고 졸업한 이후에도 가끔 힘들 때 전화를 해서 하소연을 하고 그랬었음.

지금은 연락이 끊겨서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음.


남들이 보기엔 별로 사이다가 아닐 수도 있지만, 내가 이걸 사이다라고 한 이유는


1.나를 왕따시키던 아이가, 직접 자신이 했던 행동이 어떤 일인지 겪게 됨.

2.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애를 괴롭히는 대신 나의 신념과 양심을 잃어버리지 않는 선택을 했음.

3.그리고 그런 나 스스로의 노력과 힘으로, 날 무시하고 깔보던 그 아이의 인식을 완전히 반대로 바꿔놓았음.


그렇게 때문에 사이다라고 생각함.ㅇㅇ

사실 여기 유쾌통쾌상쾌!!한 사이다 썰들이 많아서 내껀 좀 고구마맛 사이다가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내 인생에서 인상깊은 사이다라 써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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