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끝나고 피곤에 쩔어 집으로 가는 지하철 안이었드랬다.
멀리서부터 도와주세요! 감사합니다~ 하고,
우렁찬 목소리가 자꾸 들리길래.
뭘까~? 하고 갸웃거리면서도.
최근엔 워낙 사기꾼들이 많으니 대수롭게 여기며 앞을 보고 있는데
우리쪽까지 왔다.
두손이 꽉 차도록 굳게 잡고있는 수 많은 뻥튀기 봉지.
허름한 옷차림. 약간 사시가 있으신건지, 어딜 보고있는지 조차
알수없는 흐릿한 눈동자.
척 보기에도 조금 아파보이시는 분이신데.
...무슨 일일까.
" 안녕하세요! 저는 동생이 아파 이런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습니다!! 한번만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
.
.
.
...............아.........!
나 뿐만 아니라 곱상찮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던 지하철 많은 사람
들의 시선이 동정 어린 눈으로 바뀌었을 때.
내 앞까지 오신 여자분.
" 안녕하세요! 저는.."
말이 끝나기 전에 주머니에서 5천원을 꺼내 바로 지불을 했다.
" 아, 천원 입니다. 감사합니다! "
흐릿한 눈이 나랑 딱 마추쳤다.
아..아파보인다. 어떡해요..너무 아파보여요 언니.
그만 또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는 마음을 붙들고 가만히.
" 동생...어디가 아픈 거예요? "
" ....네? "
내가 질문이 의외였는지 한번 더 물으신다.
" 동생분이요..어디가 아프신가 싶어서요. "
그제서야 좀 머뭇거리시더니.
" 어릴때부터 폐병을 앓았어요..그래서. "
표정이 슬퍼보이신다..
내 착각일지는 모르겠지만.
" 힘내세요. "
" 예? 아, 네..감사합니다! 여기 4천원이요!! "
......참 우렁차기도 하시지.
동생분은 행복하시겠어요.
이런 좋은 언니, 혹은 누나를 둬서.
자랑스러워 할 거예요.
나중에...꼭 나으면요.
신이 있다면 반드시 온정을 베풀어 주시리라고.
그렇게 그 언니는 그 날 하루 새벽 지하철을 돌며
그 수많은 뻥튀기를 파셨었을까.
안 사는 사람들에게 죄송합니다! 라고 외치는데
그게 너무도 가슴이 아프더라.
뭐가 죄송하다고...죄송해야 할 건요.
그렇게나 아픈데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이 못난 세상하고.
남에겐 그저 한푼도 아까워 하는 이기적인 사람들의 마음이예요.
폐병이면 돈이 보통 드는게 아닌데, 참 걱정이다.
거의 결핵 종류신거 같은데..약 값만 생각해도
내가 다 하늘이 노랗구나.
기적이 있다면. 세상에 사랑이란게 있다면.
좋아질거예요. 반드시.
뻥튀기 참 맛있더라.
그분의 사랑이..마음이 담겨서 그런건지.
집에 와서 사진도 찍기전에 다 먹어버려서; 저 사진은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저런식의 마카로니 뻥튀기였다.
그 날 지하철안은 그 분의 갸륵한 사랑이 가득담긴 뻥튀기를 하나씩
든 사람들로, 그 사랑들로 가득했다.
...워낙에 각박한 세상이라지만.
아직, 그래도 살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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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7월경 일할 때 쓴 글입니다
이 분 실제로 뵌 분들이 제법 계시더군요
읽어보시라고 다시 옮겨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