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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게시물ID : humorstory_26237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리리로로
추천 : 25
조회수 : 197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1/11/15 18:56:26
나는 감기에 잘 걸린다. 일 년 365일 중 미세한 감기기운은 200일쯤 달고 살고, 그 중 심한 독감은 50일쯤. 폐렴도 일 년에 두 번 정도는 걸려줘야 아 죽지않고 살아있구나 느낄 수 있다. 이제는 하도 감기에 걸려서 집에 웬만한 감기약은 증상별로 항상 구비해두는데, 구비만 해둘 뿐 잘 먹지는 않는다. 감기에게 스스로 이기고 싶은 마음도 있긴개뿔, 콜라 아니면 약을 먹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냥 물로 알약을 넘기다가 토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비위가 약한 것은 아닌데. 인도가서 남에 응가보고도 바로 뒤돌아 응가색 카레를 맛있게 먹던 나인데. 이상하게도 약은 먹지 못한다. 특히 가루약은 아무리 숨을 참고 코를 막고 콜라랑 마셔봐도 목구녕에 넘어가는순간 쿠어허어ㅓㅓ거허어가거 하며 집안 바닥에 빈대떡을 부치곤 한다. 그러면 양복 입은 신사가 요릿집 문 앞에서 매를 맞다가 달려와서 빈대떡을 냠냠먹긴 개뿔 엄마한테 약대신 욕을 한바가지로 먹고나면 감기약없이도 기침이 멈추는 기적을 몸소 체험할 수 있다. 일전에 감기가 너무 심해서 병원에 간 적이 있었다. 병원은 한여름 에어컨 고장난 지하철 안 회색티를 입은 남자의 겨드랑이에 난 땀 자국보다 싫어하지만, 그때는 정말 너무 아파서 가지아니하지 아니할 수 가 없었다. 그런데 내가 다니던 병원이 마침 광복절 샌드위치 연휴가 껴서 문을 닫았었고, 나는 아픈 몸을 질질끌며 맞은편 병원으로 향했는데, 그곳은 할머니, 할아버지 환자들로 이미 대기실 의자가 꽉 차 있었다. 엉덩이 붙일 곳이라도 있었다면 그나마 앉아서 기다릴 수 있었겠지만, 내 엉덩이는 2인분이기 때문......의자가 없었기때문에 나는 다시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홍대 사거리. 쌩쌩 지나가는 차들 틈으로 나는 마치 미국 뉴욕 번화가에 처음가본 서울촌년처럼 병원을 찾아 건물들 간판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00내과 그것을 발견함과 동시에 운명적으로 신호등이 켜졌고, 나는 뛰었다. 신호등 알림 칸이 한칸이 채 줄어들기도전에 병원앞에 도착했고, 긴숨을 몰아쉬며 접수대앞에 쓰러지듯 달려들어 살려달라고 말했다. 간호사언니는 이뭐병..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처음이세요?“라고 물었고, 난 그것이 열때문인지, 쑥스러움때문인지 모르게 양볼에 홍조를 띄우며 “뭐..그런걸 물어보고 그러세요. 아잉” 이라고 말하려다 정신을 차리고는 손을 덜덜덜덜 떨며 간호사 언니가 건네주는 방문카드를 작성했다. 그리고 잠시 후, 한송이씨 들어오세요 라는 말이 들려왔고, 나는 또다시 쓰러지듯 진료의자에 앉아서 다시한번 살려달라고 말했다. 의사선생님께서는 “감기야?” 라고 물으셨다. 나는 “아니요 한송인데요.”라고 말했고, 그제야 내 상태를 파악한 의사선생님은 “감기구만.”이라고 진단을 내리셨다. 그리고... “자네. 사람이 왜 감기에 걸리는 줄 아나?” “네? 저는 그냥 감기에 걸려서 감기에 걸린 것 뿐인데 왜 감기에 걸린 것이냐고 물으시면.” “몸 관리를 안했기 때문이지.” 난 그말에 갑자기 이성을 잃고 “저 이래봬도 24 34 24이거든요!” 라고 말했다면 아마 정신병동에 입원을 해야했겠지. “아....” “감기는 완치라는게 없어.” “네? 그럼 전 어떻게 되는거죠?” “감기에 걸리면 죽을 수도 있어.” “네?”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다 죽지. 하하하하하” ......... 나는 더 이상 진료받기를 거부하고 “약이나 지어주시죠.”라고 말했고, 의사선생님께서는 갑자기 얼굴에 태양초고추장을 바르며 처방전을 건네주셨다. 그 후로는 그 병원에 다시는 가지 않는다. 난 싫은 것을 좋아하는 척 할 수는 있지만, 웃기지 않은 말에 웃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거슨 각박한 현대사회, 무한경쟁구도에서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불치병이 아닐까. 내 상태가 이런 것은 난 지금도 감기에 걸려있기 때문이니 이해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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