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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등록금이 해마다 오르더니, 마침내 1천만 원을 넘어섰다. 등록금은 취업문제와 함께 대학생들의 삶을 막다른 길로 내모는 ‘2대 폭탄’으로 지목되고 있다. 학생들 가운데 15%는 등록금 때문에 휴학을 한다. 일부 학생들은 시중 금리와 다를 바 없는 정부보증 학자금대출을 갚지 못해 ‘20대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있다. 한 여대생이 비싼 등록금을 감당 못 해 자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하늘 모르고 치솟는 대학 등록금, 어디에 어떻게 쓰기에 해마다 오르는 것일까? 등록금을 내릴 해법은 없을까?
고려 의대·연세 예체능 1천만 원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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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8만원. 2007년 고려대 의대의 1인당 연간 등록금 액수로, 전국 최고였다. 고려대 의대뿐 아니라 고려대 공대(1천12만 원), 연세대 예체능(1천58만 원) 계열도 등록금 1천만 원 시대의 맨 앞에 서있다.
지난 1989년 사립대학 등록금 자율화 조처에 이어 2003년 국·공립대학마저 뒤따르면서 등록금 인상을 통제할 뾰족한 수단이 없어졌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01년 477만 원이던 사립대학의 1인당 연간 등록금은 해마다 5~7% 올라 2007년 689만 원까지 치솟았다. 전국 가구의 월평균 수입이 326만 원인 것을 감안하면, 대학생 1명을 가르치려면 두 달치 수입을 한푼도 안 쓰고 고스란히 등록금에 쏟아 부어야 한다는 얘기다. 등록금 상위 10개 대학의 평균이 765만 원(상명대학교)~815만 원(대구예술대)이다. 국공립대학도 상위 10개 대학 등록금 평균이 연간 394만 원(부산대)~543만 원(서울대)이다.
등록금의 폭등은 학생들과 서민 가계의 주름으로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참여연대가 지난해 12월 전국 대학생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15%가 등록금을 마련하려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고, 65%는 교재비나 학원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부업전선에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 30%는 학자금 마련을 위해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이나 시중은행·대부업체로부터 대출을 받고 있었고, 이 가운데 17%는 대출금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 15%는 학비를 마련하려고 휴학을 했고, 20%는 가족이 부업을 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응답자 가운데 70% 이상이 교육의 질에 비해 등록금이 높다(매우 높다. 34.4%, 비교적 높다. 35.6%)고 답해, 등록금에 학생들의 불만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생들 직접 나서 1000km 대장정에 헌법소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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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남 한대련 정책위원은 “교육을 책임져야 할 국가가 책임을 방기하기 때문에 해마다 등록금이 오르는 것”이라며 “학생들이 직접 나서 등록금 거품빼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사립대학 가운데서도 등록금 높기로 소문난 이화여대 학생들은 더 직접적인 행동에 나섰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10월13일 ‘비싼 등록금이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것을 뼈대로 하는 헌법소원을 냈다. 강정주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은 “우리나라 헌법에는 ‘누구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천만 원이 넘는 등록금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생각해 헌법소원을 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화여대 관계자는 “이화여대는 대학 등록금 의존율이 50%밖에 되지 않는다”며 “학생들이 이벤트를 벌이는 것으로 학교가 입장을 밝힐 만한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수입 줄이고 지출 부풀리고…, 재정운영 불투명
사립대학의 등록금이 천만 원대까지 치솟는 이유로 방만한 재정운영과 과도한 적립금이 꼽힌다. 시민단체들은 사립대학이 수입은 축소하고 지출은 부풀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등록금 대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전국 네트워크’(등록금넷)와 한국대학교육연구소가 전국 148개 사립대의 2006년 예결산 자료를 분석했더니 수입은 5010억 원 축소하고, 지출은 7146억 원 부풀린 것으로 나타났다. 축소된 수입과 부풀려진 지출을 합하면 1조 2156억 원에 달한다. 이는 2006년 등록금 수입 증가액 7427억 원의 1.5배가 넘는 금액으로 등록금 인상 없이도 대학 운영이 충분히 가능했으며, 더 나아가 등록금을 내릴 수도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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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사립대학들의 2006년 누적 적립금은 4조 8782억 원으로, 2000년의 2조 1900억 원과 견줘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립대학들의 누적 적립금은 해마다 4천여억 원씩 증가했고, 이는 70%가량의 학생들의 등록금을 면제해줄 수 있는 금액에 해당한다. 등록금넷 쪽은 “사립대들이 적립금을 사용하지 않고 쌓아두면서 등록금만 계속 인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학 당국의 적립금 운영실태를 보면 ‘등록금을 올려 교육의 질을 높이겠다’는 취지와도 어긋난다. 적립금의 대부분을 건축 적립금으로 충당하거나 용도가 불분명하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실이 지난 국정감사에서 내놓은 ‘2007년 주요대학 누적적립금’ 자료를 보면 2007년 사립대학의 누적 적립금은 5조 5833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연구 적립금은 4712억 원, 장학 적립금이 4444억 원에 불과했다. 반면 건축 적립금은 2조 4750억 원, 용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기타적립금이 2조 1034억 원으로 집계됐다. 대학들이 적립금을 학생들을 위해 쓰기보다는 대학 몸집 불리기에 사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입증하는 셈이다.
학생들 적립금 감시…“어디에 쓰는지 공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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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등록금을 위한 제한, 등록금 상한제와 후불제
등록금 문제는 민생과 밀접히 연관돼 정치권에서도 논란거리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지난해 대선 당시 내세운 교육 공약의 핵심은 ‘등록금을 반값으로 내리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대통령은 지난 9월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반값 등록금’ 정책 실현의 의지를 묻는 질문에 “(대통령 자신은) 반값 등록금 정책을 내세운 적이 없다”고 발을 뺐다. 한나라당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값 등록금 정책과 관련해 별다른 정책을 내놓지 않았다. 반면 야당들은 ‘등록금 상한제’와 ‘등록금 후불제’ 입법을 통한 등록금 인하를 지속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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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지난 29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대학생 등록금 부담을 덜기 위해 내년 상반기부터 대학등록금 후불제를 실시하고 등록금 상한제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도 등록금 상한제와 관련해 “서민들의 한 달치 평균 임금 이상을 넘지 않도록 등록금 액수를 책정해야 한다”며 “2008년 현재 등록금 상한선은 220만 원 정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수노조 “‘등록금 후불제’ 추가 재정 없이도 가능”
교수들도 등록금 인하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교수노조는 지속적으로 등록금 후불제의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등록금 후불제는 학생들이 졸업한 뒤 일정한 수준 이상의 소득이 발생하면 정해진 기간 동안 세금(대학지원세)을 내는 제도다. 미국, 영국, 호주 등 선진국에서는 등록금 후불제가 정착해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크게 줄여주고 있다. 그러나 후불제 반대론자들은 추가 예산이 든다는 이유로 도입을 꺼리고 있다. 4년제 대학들의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도 등록금 상한제나 후불제가 “대학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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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등록금 액수 전체를 대학지원세로 충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일반예산에서 부담하는 비율은 정책 입안자의 선택에 따라 결정할 수 있다”며 “극단적으로 예산을 한 푼도 안 들이고 등록금 후불제를 실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출·글/ 박수진 피디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