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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급적 꾸준히 쓰려고 노력하는 짧은 글쓰기(8)
게시물ID : readers_2172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R-18
추천 : 2
조회수 : 238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9/13 00:21:23
* 책장에서 책 한 권을 꺼내 53페이지를 펴라.
그 페이지의 첫 문장으로 새로운 글을 시작해보라.

무기바이블 53페이지
'한편 연사로 엄청난 화력을 제공하는 기관총은 너무나 무거워서 혼자서 운용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멀쩡히 작동하는 것으로 보이는 기관총과 대량의 탄약을 그대로 두고 가는 것도 아까운 일이었다.
태민 일행 중 대부분은 이미 군복무를 마친 이들이라 기관총을 들고가자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러나 어딘가에 보금자리를 마련해 둔 것이 아닌 이상, 지나치게 무게가 많이 나가는 기관총과 탄약을 섣불리 들어 옮길 수는 없었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한시라도 빨리 안전한 쉘터를 찾아 몸을 숨기는 것이었다.
강력하지만 무거운 무기를 옮긴다면 필연적으로 기동력이 제한될 수 밖에 없었다.
무자비하고 재빠른 적들이 도사리는 바깥 세상에서 기동력의 저하는 치명적이었다.

태민은 갑론을박 중인 동료들을 향해 말했다.

"기관총은 두고 갑니다. 대신 소총탄이 있는지 찾아보세요. 그것만 회수하고 여길 뜨죠."

그러자 육군 중사 출신인 세호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반발했다.

"당신도 군대 다녀왔으면 이게 얼마나 강력한 무기인지 알 거 아뇨? 그런 걸 여기다 두고 가잔 말요?
일반 소총탄에 끄덕도 하지 않는 놈들도 이것만 있으면 완전 갈가리 찢어 놓을 수 있다고!"

세호의 말에 여자들을 제외한 나머지 남자들은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태민도 그 사실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에게는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을 안전하게 쉘터까지 데리고 가야만 할 의무가 있었다.
강제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는 자신에게 그래야할 책임이 있다고 느꼈다.

태민은 한 번 심호흡을 한 뒤 세호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저도 저 기관총이 강력한 무기라는 건 알아요. 하지만 지금 우리 꼴을 보세요. 적어도 수십 킬로그램은 나갈 저 무거운 총을 들어 옮길 수 있는 상태인가요?
몇 사람이 번갈아 든다고 해도 얼마 못 가 지치고 말 겁니다. 게다가 우리는 제대로 먹지 못한 지도 한참이 지났다구요.
만약 우리 보금자리나 쉘터가 1킬로 밖에 안 떨어져 있다고 하면 당신의 제안을 받아들일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얼마나 더 걸어야 하는지도 모르고 있어요. 그런 상황에서 저 무거운 녀석을 등에 지고 나르겠다는 겁니까?"

태민은 세호의 주장이 터무니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언제 목숨이 날아갈지 모르는 환경에서 더욱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싶어하는 것은 공통적인 본능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었다.

태민의 말은 논리적이었다. 세호는 태민의 얘기를 듣더니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는 평상시 숙련된 군인으로서 상황에 따른 적절한 제안을 해온 사람이었다. 그는 잠시 바닥을 쳐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이번에는 세호 옆에 서 있던 창선이 그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입을 열었다.

"저도 태민씨 말을 듣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세호형 생각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솔직히 저건 너무 무겁잖아요.
이렇게 하는 건 어떻겠어요? 일단 저걸 들어서 근처에 있는 건물에 잘 숨기자구요. 나중에 와서 다시 찾을 수 있게.
 쉘터나 보금자리가 마련된 후에 다시 찾으러오면 되지 않겠어요?"

홀쭉한 얼굴에 안경을 쓴 창선은 생긴 것과는 다르게 온화한 말투로 세호에게 말했다. 그는 동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다툼들을 중재하는 데에 탁월한 재주가 있었다.
세호는 멋쩍은 듯 창선의 얼굴을 한 번 돌아봤다.

세호가 말없이 창선의 제안을 받아들이자 다른 동료들의 의견도 그쪽으로 기울어지는 듯 했다.
그는 강력한 무기를 앞에 두고 흥분한 자신이 부끄러운지 태민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태민은 동료들과 시선을 교환한 뒤 입을 뗐다.

"아까 말씀드린대로 소총탄을 챙겨주세요. 죽은 병사들의 탄입대에 든 탄창이나 탄박스같은 걸 찾아보자구요.
그리고 세호씨랑 창선씨는 기관총을 숨길만한 장소가 있는지 찾아봐 주세요.
남들은 모르게, 그렇지만 우리가 확실히 찾을 수 있을만한 방법도 생각해 주시고요."

태민의 지시에 따라 동료들은 각자 행동에 들어갔다.

몇 분 후 세호와 창선은 특이한 간판이 붙은 카센터의 2층이 적당할 것 같다고 전해왔다. 그들을 포함해 4 명의 남자들이 기관총과 탄통을 봐두었던 장소로 옮겼다.
그들이 돌아온 후, 태민은 멈춰버린 전차 옆에서 동료들과 함께 수거한 물건들을 살펴보았다.

탄약이 가득 든 탄창이 열 한개. 그리고 총열덮개가 파손되었지만 기능에는 이상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소총 한 자루와 군용 대검 두 자루를 얻을 수 있었다.
태민은 새로 얻은 무기를 동료들에게 적절히 분배한 뒤, 그들을 이끌고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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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도배 느낌이 나서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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