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의 한 대학에서 물리학 시험 답안을 두고 교수와 학생간에 실랑이가 벌어졌습니다. 기압계로 고층 건물의 높이를 재는 방법을 묻는 문제에 학생이 “건물 옥상에 올라가서 기압계에 줄을 매달아 아래로 늘어뜨린 뒤 그 길이를 재면 된다”고 답을 한 것이죠.
중재를 맡은 다른 교수는 그 학생에게 “6분을 줄 테니 물리학 지식을 이용한 답을 써내라”고 했습니다. 학생이 써낸 답은 기압계를 가지고 옥상에 올라가 아래로 떨어뜨린 후 낙하시간을 재 ‘낙하거리〓1/2(중력가속도×낙하시간의 제곱)’ 공식에 따라 높이를 구하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 0점을 주장한 교수는 이 답에 높은 점수를 줬습니다.
중재역 교수는 또 다른 답을 생각하지는 않았는지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학생은 “옥상에서 바닥에 닿도록 긴 줄에 기압계를 추처럼 매달아 흔들어 그 진동주기를 통해 건물 높이를 알 수 있다”는 등 대 여섯가지 답을 제시해 교수를 놀라게 했습니다.
원래 문제의 출제의도는 고도가 높아질수록 기압이 낮아지는 원리를 이용, 기압계로 지면과 건물 옥상의 기압차를 측정해 건물의 높이를 구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학생은 고등학교나 대학에서 늘 같은 답만을 가르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학생이 바로 닐스 보어(1885―1962)입니다. 그는 새로운 원자모델을 만들어 양자역학의 성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공로로 1922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문제는 99학년도 서울대 지필고사에도 출제됐습니다. 보어가 당시 생각해낸 답 중에 스스로 가장 만족한 것은 “기압계를 건물 관리인에게 선물로 주고 설계도를 얻는다”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같은 답을 쓰고 서울대에 입학한 학생이 있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