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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급적 꾸준히 쓰려고 노력하는 짧은 글쓰기(9)
게시물ID : readers_2173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R-18
추천 : 4
조회수 : 28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9/14 00:5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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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 사람들이 북적이는 토요일 밤.
로맨틱한 레스토랑에서 한 남자가 무릎을 꿇고 프러포즈를 시작하려고 하고 있다.
이 상황을 스포츠 캐스터처럼 라이브로 중계해보라.

프러포즈 제 1단계에 접어듭니다.
남자선수,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자세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오른쪽 무릎을 꿇습니다.
아, 무릎이 땅에 닿기 전에 힘 조절에 약간 실패했군요.
상체가 조금 오른쪽으로 기울었지만 금새 제자리를 회복합니다.

상대 선수는 이미 이 상황을 알고 있었던 듯, 표정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아마도 어떤 암묵적인 상호간의 의사 교류가 있었던 듯 하네요.

남자선수 지긋이 상대 선수의 눈을 바라봅니다.
상대 선수의 눈썹이 약간 누그러집니다.
아무래도 사전에 협의가 있었든 없었든 이런 상황은 심박수를 증가시키기 마련이죠.
천천히 상대 선수의 볼에 홍조가 피어오릅니다.

아! 이게 뭔가요 지금 상대선수~ 남자 선수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는데 왼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남자 선수의 얼굴에 당혹스런 표정이 떠오르네요.
지금 상황을 관람하고 있는 관중들의 표정에도 약간의 의아함이 감돌고 있습니다.

이제서야 상대 선수,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황급히 왼손을 거둡니다.
붉었던 뺨이 한층 더 붉어지네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이런 해프닝은 나중에 가서 재밌는 추억거리가 되기 마련이죠.

남자선수 왼쪽 품 안에 손을 넣습니다.
손을 넣고 빼는 동작 역시 약간의 서투름이 배어나오네요.
이게 단순한 페이크인지 실제로 경험이 부족한 것인지는 프러포즈 결과를 보면 알 수 있겠죠.

남자 선수의 품 안에서 반지 케이스가 나옵니다.
그리고 관중들의 절반 정도가 다시 원래 하던 일을 하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극적인 반전이 일어나는 게 아니면 프러포즈를 끝까지 관람할 이유가 없다는 거겠죠.

남자 선수 반지 케이스를 열고 상대 선수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봅니다.
지금 뭔가 빠진 것 같은데요.
상대 선수는 지금 손을 내밀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 남자 선수 관중이나 상대 선수는 다 알고 있는 사실을 본인만 몰라요!

이 상태로 시간이 너무 오래 흐르게 되면 프러포즈는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게 됩니다.

그제서야 남자 선수, 뭔가를 깨달은 듯 입을 엽니다.
그렇죠, 프러포즈에는 달콤한 사랑의 말이 필수죠!
자 과연 남자 선수는 뭐라고 말을 할 것인지?!

"평생을 함께 할 사람이 되어 주겠어?"

아~ 전통적이네요. 하지만 관중들에게는 이 상황이 별로 흥미롭지 않습니다.
한숨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 하네요.

천천히 상대 선수 왼손이 앞으로 향합니다.
어차피 이 프러포즈는 결과가 정해져 있었어요~
사실 남자 선수가 큰 실수만 안 했으면 결과는 다 같았을 거라는 얘깁니다.
두 선수 모두 오랜 시간 동안 어떤 종류의 공방전을 거쳐왔기 때문에 서로의 호흡에 대해서는 다 안다 이거에요.

무사히 반지가 상대 선수의 왼손 약지에 끼워집니다.

이로서 프러포즈는 종료, 관중들의 흥미로운 시선 한 가운데서 또 하나의 커플이 탄생했습니다.
출처 글쓰기 좋은 질문 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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