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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건 아니고요. 기묘합니다.
게시물ID : bestofbest_21761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티모하향좀
추천 : 240
조회수 : 54124회
댓글수 : 0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5/08/29 10:44:25
원본글 작성시간 : 2015/08/28 13:54:46
-上-
 
때는 바야흐로 6년전 봄.
 
 
벚꽃이 만개하는걸 보며  ' 그놈의 쪽바리 꽃은 한국에서도 여전히 활짝 피는구나. 재수없게..'  라며 툴툴대던 내게
아버지께서
' '주말에 가족끼리 등산이나가자 ''
라고 하셨다.  나는 꽃을 싫어하는 것도있고, 산을 싫어하다 못해 혐오할 정도였기에
'' 아 , 산은 무슨 산이야 . 집에서 10m만 뒤로가도 큰 산이 있고  집앞은 강이 철철 흐르는데 그걸 꼭 어디까지 가서 봐야해 ? ''  
라며 칭얼댔다.
매사 그래왔듯, 아버지께선 가족 중 누구하나라도 빠진다면 모든 가족행사를 취소 시켰다. 외식, 여행, 영화관람,  등
당연히 이번에도 아버지께선 그럼 가지 말자고했고, 등산을 좋아하던 내 형과 어머니는 내게 구원의 눈빛을 보내왔다.
'' 아 알았어 가면 될거 아냐.''
 그렇게 달마산 이라는 산으로의 등산계획이 결정되었고
그 주 주말 우리는 달마산을 오르기위해 떠났다.
거기서 무슨일이 일어날지는 상상도 하지않은 채...
 산 높이가 높지도 않았거니와, 해발 800m 이하는 산으로 취급안한다는 우리 가족의 기준같은것이 있었기 때문에
그냥 집 뒷산 약수캐러가듯, 아무런 장비도 식량도 없이 출발했다. 오직 '달마산 경치가 넋을 잃게 만든다 ' 라는 아버지 주위사람의
추천으로 갔던 산이였고, 힘들거라던가 위기가 올거라는 등의 생각에는 아예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아침에 등산을 시작해서 3시간 가까이 지나자 산의 정상이 나왔다. 으레 등산객들이 그러하듯 산정상에 오자마자  사진을찍고 경치 좋다며 한껏 흥이나서 들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영 갑갑한 구석이 있었던게  그 경치 좋다는 산의 정상이기도 하거니와 딱 산으로 여행가기 좋은 계절에 , 들인 노력대비
경치가 최고인 가성비 좋은 산인데 .....
 
 
우리말고 아무도 없었다. 
나중가서 알게된 사실 하나더 추가하자면, 산을 오르는길에 내려오는 사람 딱 1명만 봤을 뿐, 산을 오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등산을 좋아하던 아버지께선 늘 '' 산을 등산로 코스 길 쫙뚫어 놓은곳으로 다니면 무슨재미냐. ''라며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길로 골라갔었다.
그점을 감안하여 오르는길에 사람을 못봤다 손 치더라도, 그 산의 정상은 모든 길이 모여서 하나로 통합되는 '접점'  과도 같은 곳인데,
우리말고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그때는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게 사진도 찍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이제 슬슬 내려가자는 아버지의 한마디에  우리는 하산을 하기 시작했다.
이때 우리가족이 했던실수는 올라왔던 길로 다시 내려갔으면 될 것을 굳이 다른 곳을 골라서 내려갔던것.
 나는 여지껏 가족 등쌀에 등산을 많이 해봤지만 (그래서 더싫어한다.) 달마산 같은산은 본적도, 들은적도 없었다.
 내려가는 길은 잠시뿐 아무리 걷고 걷고 또 걸어도 길이 평지였다.
산 위의 넓은 평야라고 하기보다는  그 왜 시골에 논에가면 논이 쫘악 펼쳐져있고 가운데 사람이나 소가 다닐 수 있게 길이 있지 않은가. 그 길만 일 자로
둔덕처럼 쌓여져 높이가 좀 있는  그 길 말이다. 굳이 표현을 덧붙이자면,  윗변이 가장 짧은 사다리꼴과 같은 길 이였다.
산이 그런 모양이였다. 우리가 걷는 아주 좁다란 평지 길 말고는 좌 우로는 급경사 내리막길이였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길을 계속해서 걸었다.
몇시간을 걸었는지 이제 슬슬 헷갈릴 때쯤. 마실물은 바닥나고 싸온 식량은 전혀없는데다가 길이 밀린다며 새벽 일찍부터 출발한 탓에 몸은 이미 지칠대로 지쳐있었다. 설상가상으로 해마저 지고있었다.  산의 해는 금방진다는걸 알고있는 우리 가족은 좀만 더 속도내서 걷자고, 후레쉬도 안들고와서 해가 완전히 져버리면 여기서 꼴딱 밤 지새워야 한다며 이동에 속도를 붙였다. 아무리 걷고 걸어도 현재 우리가 위치한 높이가 거의 변화가 없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전에  체감했고  '제발 내리막길만 나와라 ..' 라는 심정일뿐 그 어느곳에도 기댈곳은 없었다. 뭐 그렇다고 히말라야 같은 곳과 비교를 할 바는 아니지만,
험한 산들은 미리 출발전에 철저한 준비와 마음가짐으로 출발하는 반면, 우리 가족은 아무런 준비도 마음가짐도 없었다는 것이 지금 이상황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더 걸었지만 내리막길은 나오지 않고 , 해는 이미 넘어가서 온 사방이 시커먼 어둠쏙에 휩싸였다. 그땐 어려서 그랬는지  어두워 진다기보단
'우리가족이 어둠에게 잡아먹히고 있다.' 라고 느꼈었다. 몸은 지칠대로 지쳤고 마실 물은 한참전에 바닥났으며 전화는 먹통에 무서운 사극에서나 듣던
'밤에우는 새'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오며 우리 가족을 점점 더 조여오고있었다. 이대로 밤을 지새우기엔 미리 말했다 시피 우리는 아무런 장비를 가지고있지않았으며, 이게 다 내탓이라며 더 알아보고 올걸 그랬다며  자책하는 아버지에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말은 아무것도 없었다.
운좋게 전화가 터진다해도 119에 신고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만약에 부상자가 있었다면 그리 했겠지만 길을 못찾아 한 가족이 119에 헬기를 부르는것은 왠지 거미줄을 자르기 위해 전기톱을 꺼내드는 것 처럼 쓸데 없는 과잉처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사람들도 다른일로 바쁠것이다 분명.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없기에 여기서 자야한다는 현실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고,  그 현실을 애써 부정하며 다른 방법이 없을까 한참을 궁리하던 아버지께서 입을 여셨다. 아니 정확히는 입을 여심과 동시에 다른곳에서 낯선 목소리가 크게 들려와 소리가 서로 상쇄되었다.
우리는 사람이 반갑기도했지만 '지금 이시간에 , 해가 진 어두컴컴한 산에서 낯선 이들에게 먼저 말을 거는 사람은 누구인가.?' 라는 의문을 가졌다.
  '' 등산 오셨나봅니다.'' 라고 말을꺼내며 저 멀리서 손에 등불을 들고 다가오는 남자가 있었다. 불빛때문에 정확하게 뭐하는 사람인지 분간은 안갔지만
우리에게 반가운 사람인것 만큼은 확실했다.
''네  누구세요 ? 아니 그보다 저희 여기서 내려가야 하는데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요 ?'' 어머니께선 아직 뭔가 의심하는 눈치였지만.
그런것을 따질 상황이 아님을 알고 계시기에 그사람에게 대답을 해주는 아버지를 말리거나 하진 않았다.
''이거 하나 드십시요 많이 목이 타실겁니다. '' 라며 큼직한 배를 하나 건네주는 사람은 다름아닌 스님이였다.
그것도 나이가 꽤 들어 보이셔서,  같은 동양인임에도 섣불리 그 나이를 추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나이드신  ...한마디로 고승이였다.
그때 먹은 배맛은 어찌나 맛있었는지, 그 이전에도 그리고 현재까지도 그때 먹은 배 만큼 맛있는  과일을 먹어본 적이없다.
''아..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라며 인사를 굽신굽신 여러번이나 하는 아버지를 보고 너털웃음을 지으시며
''이 산이 솟아있지도않고, 산세가 험하지도 않은데 한번 길 잘못들면 내려가기가 무척 까다롭습니다.  일단 오늘은 저희 절에서 주무시고 가시지요.''
 
 
그 절에서, 그리고 그 스님과 앞으로 있을 짧으면서도 강력한 일들이 우리 가족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그땐 아무도 알지못했다.
 
 
 
 
출처 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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