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F 사태에 따라 30년간 이룩한 경제건설이 하루아침에 붕괴했다. 집단도산-대량실업에 따라 많은 가정과 개인이 파산했다. 부실기업 정리와 실업구제 대책으로 엄청난 세금을 냈다. 그런데 국가경제가 파탄 났지만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 경제파탄은 김영삼 정권 5년간의 모든 경제-사회정책의 오류가 상호간에 연관되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따라서 김영삼 정권에서 요직을 지낸 정책책임자들은 마땅히 법률적-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져야 했다. 장관이라면 주무부처의 책임자이기 이전에 국무위원이다. 소관업무와 상관이 없더라도 국무담당자로서 경제-사회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시정하도록 노력했어야 한다. 금융-외환위기는 잠재화되었다가 어느 시점에 현재화했을 뿐이지 결코 돌발적 사건이 아니었다.
그런데 군사정권 이래 관료집단은 정책오류-실패에 대해 책임진 사례가 없다. 아무리 정권이 바뀌어도 영원히 바뀌지 않는 권력인 관료집단은 책임의식도 없이 실효성 없는 정책을 남발하더라도 그 결과를 검증받거나 책임진 적이 없다. 관료집단의 기득권은 철옹성마냥 견고하여 어떤 정치적-경제적 변혁에도 침해받기를 거부한다.
관료집단은 무소신-무책임을 방패삼아 출세의 사다리를 타는 데 여념이 없다. 한국의 정당은 정책정당이 아니기 때문에 국가를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모른다. 그 까닭에 관료집단을 차용세력으로 중용한다. 김대중 정권이 IMF 사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도 관료집단에 의존했기 때문에 어떤 고위관료에 대해서도 직간접적인 문책이 없었다.
한국이 IMF 관리체제로 고통 받는 데 반해 고금리-고환율에 따라 미국이 얻은 반사이득은 엄청났다. 수출가격이 하락한 만큼 미국 소비자가 경제적 이득을 보았다고 보아야 한다. 미국의 금융자본은 막대한 이자소득을 누렸다. 하지만 한국경제가 회복불능 상태로 파탄이 난다면 동아시아에 정치-경제불안이 고조되고 이에 따라 미국도 경제적-정치적 타격을 받는다. 경제적으로는 한국이란 시장을 잃고 이와 동시에 정치적 영향력도 감소한다.
정치적으로는 동북아 정세와 맞물려 미국의 안보체제에 타격을 받게 된다. 그 까닭에 미국이 한국정부한테 IMF의 약탈적 구제금융을 수락하라고 강압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IMF는 혹독한 융자조건을 강압적으로 제시했고, 한국정부는 그것을 무조건 수락했을 뿐이었다.
거기에는 어떤 타협도 협상도 없었다. 한마디로 IMF가 경제주권을 접수하고 점령군처럼 행세했다. IMF 구제금융의 금리는 불량채권에 비견할 만큼 높았다. 이런 구제금융을 지급보증 삼아 이자를 더 주고 외채의 만기를 연장했다. 여기에다 통상금리보다 배 가까이 이자를 더 쳐주고 외채를 추가로 도입했다.
▲ 김대중 대통령을 접견하고 있는 미셸 캉드쉬 당시 IMF 총재. ⓒDJ로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