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초하다. 벌써 정해진 시간에서 10분이 지났다. 그 모습이 평소에 달라서 일까. 옆에 있던 준영이가 나의 안부를 걱정한다. 나는 멋적은 미소를 지으며 준영이를 안심시켰다.
째깍.. 째깍..
어느새 5분의 시간이 더 흘러갔다. 그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혹시 그들의 아내들이 비밀을 알게 된 것은 아닐까? 나는 쓸떄 없는 걱정을 떨치며 스스로를 안심시켰다.
끼이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나는 반사적으로 머리를 돌렸다. "아! 오셨습니까?" "아.. 반갑네" 그들은 조금은 격양된 내 인사에도 차분하게 말을 받았다. 드디어 그들이 도착했다. 평소보다 15분가량 지체되긴 했지만 그들의 실력이라면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언제나 처럼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자리에 앉았다. 그들의 자리는 13과 14 나는 항상 그 두자리를 특별하게 관리한다. 그들이 최상의 실력을 발휘하는데 내 관리가 한 몫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자랑할만 한가. 물론 일반 사람들 대부분은 모르겠지만.. 13에는 커피두잔, 14에는 얼음을 가득 채운 냉수. 나는 능숙한 몸짓으로 그들의 장비셋팅에 방해되지 않게 마실것을 그들의 자리에 올려 놓았다. 평소보다 조금 지체 된 탓일까? 장비를 셋팅하는 그들의 손놀림이 분주했다. 곧 셋팅이 완료되고 그들은 미국서부지역으로 접속를 시도 하였다. 접속은 언제나 처럼 순탄하게 진행되었다. 나는 미리 준비해둔 화이트초콜릿의 봉지를 벗겨 입안에 집어넣으며 여유롭게 그들의 실력을 감상할 준비를 하였다. 역시 시간이 촉박했던 걸까. 그들은 평소와 달리 직접 방을 만들고 상대를 기다리는 여유를 버리고 직접 상대를 찾아나섰다. 곧 그들은 만족할만한 상대를 발견했는지 상대의 방으로 접속을 시도하였다. 방의 제목은 2:2 파이썬 7연승중 #2 경기는 무난했다. 그들은 겨우 8분만에 상대의 gg를 받아내고 프로필에 승리1을 추가하였다. 방제에서 느껴졌던 기세와 달리 상대는 실력은 좋지 않았다. 이들이 하루에 정확히 2경기만을 한다는 것을 아는 나로서는 귀중한 첫경기의 상대가 저런 초보자라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그들은 첫경기를 간단하게 승리했던 탓인지 다시금 평소의 여유를 찾은듯 했다. 그들은 잠시 담배한대를 태우며 휴식를 취하고 있었다. 나는 문득 그들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는 호기심이 일었다. 나는 재빠르게 카운터로 돌아와 그들의 회원정보를 검색하였다. 역시 실력자들 답게 실명과 주소는 알 수 없는 문자들로 채워져 있어 확인 할 수 없었다. 그나마 그들의 나이가 마흔 둘이라는 것과 그들의 닉네임이 민과 진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 만으로 나는 만족했다. 그들의 과거가 어땟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나이에 나는 다시 한번 그들의 실력에 감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들에겐 열정이 있었다. 감성에 젖어 있던 나는 그들의 두번째 경기를 지켜보기위해 재빨리 그들의 자리로 몸을 옮겼다. 두번째경기는 그들이 직접 방을 만들고 상대를 기다렸다. 첫경기 상대가 만족스럽지 못했던 만큼 그들은 상대를 신중하게 선택하였다. 그리고 친구 사이라는 2천승대의 상대가 방에 접속하였다. 2천승대에 패는 500패정도 거기에 친구사이라면 팀플레이가 상당할 것이다. 나의 손에는 땀이 쥐어졌다. 꽤나 오랫 동안 보기 힘든 빅매치가 될 것이다. 경기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경기는 각종 견제가 난무하며 치열하게 진행 되어 가고 있었다. 그때였다. "와아 왕아앙유ㅜㅁ너어ㅏ ㅁㄴ ㅏㅠㅁ칾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놈들이 왔다. 나는 허둥대며 재빨리 시각을 확인하였다. 시침은 11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아직 때가 아닌데? "어서와, 너희들 학교 벌써 끝났어?" "아닌데요. 오늘 놀토인데요 ㅋㅋㅋㅋㅋㅋㅋ" 아.. 잊고 있었다. 이런 초보적인 실수를 하다니 나 답지 못했다. 민과 진의 경기는 이제 클라이막스를 향해가고 있었다 길어야 5분, 최후의 전투를 앞두고 있었다. 그 순간 또 한무리의 초딩들이 닥쳐왔다. "우오만ㅇㅎㅁ나ㅓㅇㅎㅁ너ㅏ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ㄹㄹㄹㄹ" 피시방의 내부가 강남의 모클럽의 그것처럼 울리기 시작했다. "애들아 조용히 하자^^" "아나..-_-?" "뭐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즐" 역시 통하지 않았다. 나는 그에 굴하지 않고 민과 진의 경기에 시선을 돌리렸다. 아무리 초딩들 이라도 처음 10분정도는 게임에 집중하니까 아직 기회는 있었다. 하지만 행운은 여신은 내 편이 아니었던 걸까. 그들은 사방에서 벨을 누르기 시작했다. 1번 3번 10번 다시 1번 나는 정신없이 돌아다니며 그들의 요구에 응해 줘야하만 했다. 바쁘게 라면을 끓이고 음료수와 과자를 가져다 주는 사이 민과 진은 카운터 앞에 와있었다. 아차.. 나는 어느새 그들의 경기를 잊은 것이다. 나는 경기의 결과를 묻고 싶었지만 그들의 굳은 표정을 보며 차마 묻지 못했다. 나는 그들을 위로하고 싶었지만 초딩들은 나를 가만 두지 않았다. "아저씨 단무지 더 줘요. 아나 왜케 느려요?" "커피주세요 커피커피커피커피커핖피피ㅣ피;핗ㅎ" 아.. 초딩들의 신체는 분명 나의 반밖에 되지 않았다. 어떻게 저많은 음식들이 들어가는 걸까.. 나는 그들의 보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명언을 다시 한번 되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