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그랬구나... 생명의 소중함을 이제야 알았다...
게시물ID : car_58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홀롤롤로
추천 : 10
조회수 : 1336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1/11/18 20:38:33
등교길. 어김없이 바닐라색 소울이와 함께 둥가둥가 즐겁게 등교중이었어요. 때마침 엔진오일도 갈았겠다 시원하게 밟아주고 싶었지만 비가왔고 저는 아직 초보인 관계로 그럴수가 없었어요. 2차선으로 기어갔어요. 앞에는 시멘트를 섞는 동그란 믹서차가 있었어요. 그 동그란 믹서가 시멘트를 섞는지 아스팔트를 섞는지는 잘 몰라요. 어쨌든 답답했어요. 앞차랑 비슷하게 밟아보니까 시속 30km가 나왔어요. 대형차에 2차선이니까 그런가보다 하고 1차선으로 차선을 바꾸고 들어갔어요. 그런데 믹서차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차가 나왔어요. 35km쯤 되어보였어요. 한마디로 믹서차랑 별 차이가 없었어요. 거기에 사거리를 지나면서 뒤로 차가 줄줄이 따라 들어왔어요. 팔자려니 하고 그냥 가려고 했어요.
 
하지만 1분쯤 지나자 저는 1차선으로 들어온걸 뼈저리게 후회했어요. 후회는 물론이고 눈물까지 나왔어요. 왜냐면 그저 느린가보다 싶던 믹서차가 양옆으로 흔들리기 시작했거든요. 운전미숙의 영역이 아니었어요. 1차선을 자비없이 갈아버릴 기세로 흔들리는 믹서차의 운전자는 술을 먹었던지 졸든지 둘중 하나일거라는 직감이 뇌를 뚫고 지나갔어요. 속도를 늦추자니 전후좌우로 차가 빼곡해서 그럴수가 없었어요. 그렇다고 빨리 밟자니 앞차는 장판파의 장비처럼 1차선을 너무도 당당하게 막고 서 있었어요. 그 차의 앞은 옥스퍼드대를 나온 남자 7호의 미래마냥 너무도 시원하게 쭉 뻗어 있었어요. 하지만 그 차는 당당하게 느렸고 2차선의 믹서차는 흔들렸고 저는 기도를 하고 있었어요. 

무서워서 옆을 볼 수가 없었어요. 엄마가 보고싶었어요. 아빠도 생각났어요. 아직 하드에 남아있을 그렇고 그런 자료들이 생각났어요. 아직 돌도 안 지난 소울이도 불쌍했어요. 살고싶어서 평소 백미러에 비칠 제 모습이 챙피해서 잘 누르지 않던 클락션을 강약약중강약강강강의 세기로 미친듯이 울려댔어요. 옆차든 앞차든 클락션을 듣고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아줬으면 했어요. 앞차는 아 내가 느리게 가서 그러는구나 싶었는지 비상등을 켰어요. 전 비상등을 켤 정신이 있으면 옆으로 비키거나 좀만 더 밟아달라고 애원하고 싶었어요. 눈이 있으면 백미러나 사이드미러를 보라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하지만 앞차는 사정을 봐주지 않았어요. 그러는 사이 믹서차는 더 격렬하게 흔들렸어요.
 
시계 꼬랑지마냥 흔들리는 믹서차 옆에서 달리고 있는 초보운전 거북이딱지 소울을 보셨는지 뒷차분들도 클락션을 울려주셨어요. 빵빵빵 뽕뽕뽕 뿌앙뿌앙 쁑쁑쁑 참 다양했어요. 한국의 온정은 죽지 않았구나 싶어서 눈물이 났어요. 하지만 믹서차 운전자분은 기면증이라도 있으셨나봐요. 클락션을 울려도 그때뿐이었어요. 저는 기면증이 있으시면 운전말고 다른 직장을 알아보라고 권하고 싶었어요. 엉엉 울면서 클락션을 두들겼어요. 아 짧은 인생이 여기서 끝이구나 싶었어요. 이럴줄 알았으면 유서라도 한장 써두는건데 후회했어요.
 
그래도 전 거기서 죽을 팔자가 아니었나봐요. 1차선을 가로막고 있던 차가 드디어 좌회전을 하려는지 옆으로 빠졌어요. 저는 흐엉엉 추하게 울면서 액셀을 밟았어요. 만약 그때 사고가 나서 블랙박스로 정황을 판명하려고 했다면 블랙박스 안에 같이 녹음되었을 제 난리 부르스가 경찰아저씨들에게 다이렉트로 전달되었겠죠. 쪽팔렸을거에요. 어쨌든 시멘트차를 지나쳤어요. 백미러로 보이는것도 불안해서 분노의 질주를 했어요. 그 뒤로 학교까지 어떻게 갔는지 잘 기억이 안나요. 시멘트차 때문에 대학교 졸업도 못해보고 인생 종칠뻔했어요. 뭔가 대처방법이 있을수도 있었겠지만 아직까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요. 누군가 저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셨으면 해요.
 
저는 생명의 소중함과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배웠어요. 운전을 하다가도 그런걸 배울 수 있구나 싶었어요. 부모님과 소울이와 저와 하드디스크의 소중함을 알았어요. 언젠가 오유에서 본 비밀번호를 세번 틀리면 자료가 지워지는 USB를 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1년에 한번 유서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운전 하시는 분들은 알코올을 단 한방울이라도 입에 대셨다면 택시와 버스, 렌트카, 남의차 사지선다 중 하나를 택하셨으면 해요. 직업적으로 운전을 하시는 분들은 그냥 하루 쉬시고 주무셨으면 해요. 도로에서 운전대 잡고있는게 자기 하나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 주셨으면 해요.
 
오늘의 교훈은 술을 마셨다면 차 근처에도 가지 말라는 거에요. 잠이 와도 그래요. 법에도 명시되어 있는거에요. 지키지 않으면 쇠고랑은 물론이고 경찰도 와요. 그러니까 다들 법을 제대로 지켜서 생명의 위기를 느낄 일 없는 아름다운 도로를 만들었으면 해요.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