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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에게
게시물ID : readers_2180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가능한것들
추천 : 10
조회수 : 51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9/20 22:01:27

 https://youtu.be/ZFR5HSwnK3U 모바일


인간은 자연에서 가장 연약한 것갈대에 불과하다하지만 그는 생각하는 갈대다
그를 으스러뜨리는 데 전 우주가 무장할 필요는 없다그를 죽이는 데 한 줌의 증기한 방울의 물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만약 우주가 그를 으스러뜨린다 해도그는 여전히 그를 살해한 그것보다 고귀하리라
왜냐하면 그는 그가 죽는다는 것을 알고우주가 그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다는 걸 알지만
우주는 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이다.
팡세, 파스칼


텅 빈 가슴으로 어슴푸레한 곳을 서성이는 이유가 벗겨낼 수 없는 불행이고 
까닭 모를 불안이며 끝 모를 허무인가요. 
과거는 늘 후회가 가득하고 아련해서 자주 잔인해요. 현재는 매번 만족스럽지 못하죠. 

미래는 깜깜한 터널 속 같아요. 
터널 밖으로 나가도 더 어둡고 황량한 게 삶인지도 몰라요.
만약 그런 지점과 상반되는 곳에 서서 자살을 생각한다면 나는 죽어도 좋다고 생각해요.

그런 당신의 죽음이라면 지지하고 부러워하고 축하할 거에요.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조금 더 살아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직 느껴 볼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더럽게 아름다운 것이 있을지 모르니까.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당신을 위해서요.
차피 모두 죽어요. 물론 자신의 죽음을 선택할 자유가 우리에게 있어요. 
하지만 죽으면 빛은 꺼져요.

우리는 이미 빛나고 있어요. 
보이지 않는 당신이 내뱉는 공기를 누군가가 들이쉬고 다시 뱉어내며 우리가 살아있어요.
세상이 당신을 짓밟고 더럽히고 뒷골목에 버린다고 해도 당신은 세상보다 위대해요.

파스칼이 말했듯 간은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알고, 우주가 자신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다는 걸 알지만, 우주는 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한 점에 불과한 당신이지만 생각의 힘으로 우주를 모두 포괄할 수 있다고 나는 믿어요.

카뮈의 말처럼 참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 자살뿐일지 몰라요. 
저 또한 사이에서 오래 떠돌며 흐느적흐느적 살아가고 있어요.
우리가 채울 수 없는 공간과 시간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하지만 누구도 그럴 수 없잖아요.

세상과 타인이 재단한 행복이라는 틀 안에 자신을 밀어 넣으려 하지 말아야 해요.
우리는 어쩌면 행복하기를 포기할 때 비로소 행복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는지도 몰라요.
죽음은 미지지만 삶에는 빛나는 선물들이 당신을 맞이해줄 거에요.

저 역시 오랜시간동안 우울증과 자살충동을 안고 살았고, 이따금 버거울 때도 있지만
이제 그런 모습을 받아들이고 마주하며 살아가고 있어요. 
가끔 작게 반짝이는 모습이 좋아 보이기도 해요. 

시인 백석의 말처럼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아가도록 태어났는지도 모르잖아요.
많은 책이 있지만 카뮈의 시지프 신화를 시작으로 나는 죽음의 문턱에서 몇 걸음 떨어져 걸을 수 있게 됐어요.
몇 토막 써둘게요. 마음이 동하면 한번 책으로 읽어봤으면 해요.


"문제는 어떻게 그 부조리에서 헤어날 수 있는가, 과연 부조리는 자살로 귀결되어야만 
 하는가를 알아보는데 있다. 
 나의 탐구의 최초의 조건, 그리고 사실상 유일의 조건은 나를 밟아 뭉갤듯이 짓누르고 있는 것 자체를 
 없애버리지 않고 보존하는 일, 따라서 그것 가운데 근본적으로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것을 회피하지 말고 
 존중하는 일이다."

"인생은 살 만한 보람이 없기 때문에 자살한다는 것, 그것은 필경 하나의 진리다. 
 그러나 너무나 자명한 이치이기에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진리다. 
 삶에 대한 이런 모욕, 삶을 수렁에 빠뜨리는 이런 부정은 과연 삶의 무의미에서 유래하는 것일까? 
 삶의 부조리는 과연 희망이라든가 자살 같은 길을 통해서 삶으로부터 벗어나기를 요구하는 것일까? 
 이것이야말로 모든 군더더기를 치워버리고서 밝히고 추적하고 해명해야 할 문제인 것이다. 
 과연 부조리는 죽음을 명하는 것인가."

"이 신화가 비극적인 것은 주인공의 의식이 깨어있기 때문이다. 만약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성공의 희망이 그를 떠받쳐준다며 무엇 때문에 그가 고통스러워하겠는가? 오늘날의 노동자는 
 그 생애의 그날 그날을 똑같은 일에 종사하며 산다. 
 그 운명도 시지프에 못지않게 부조리하다. 그러나 운명은 오직 의식이 깨어 있는 드문 순간들에 있어서만 
 비극적이다. 
 신들 중에서도 프롤레타리아요 무력하고도 반항적인 시지프는 그의 비참한 조건의 전모를 알고 있다. 
 그가 산에서 내려올 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이 조건이다. 아마도 그에게 고뇌를 안겨주는 통찰이 동시에 
 그의 승리를 완성시킬 것이다. 멸시로 응수하여 극복되지 않는 운명이란 없다."


도움과 관심, 위로로는 간신히 순간을 연명시켜줄 뿐인 걸 당신이 잘 알잖아요.
오직 자신만이 스스로를 진지하고 깊게 만지고 두드리고 핥아가며 살아갈 수 있는지 몰라요.
남들처럼 되어보자는 게 아니에요. 낙천적이고 합리적으로 삶을 긍정하고 계획하며 살아가자는 게 아니에요.
불행은 종종 거기서부터 시작되잖아요.

하나, 억지로 들뜨려 할 필요도, 축 처지려 할 필요 없이 차분히 있는 그대로 보기 위해 감은 눈을 떠야 해요.
둘, 현재를 받아드리고 자기연민으로 치우친 생각 덜 하고 행동은 더해야 해요.  
셋, 병적으로 찾아다니는 자극으로부터 조금씩 멀어져야 해요.
넷, 지나치게 의존하고 타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마음의 모서리들을 천천히 조금씩 깎아나가야 해요.
다섯,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쟁취하기 위해 삶을 정제하고 투쟁해야 해요. 

여섯, 일곱, 여덟, 아홉 그리고 열.
골고루 살아가는게 힘들고 지칠 거에요. 자주 실패하고 실망하겠죠.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별하고 믿었던 관계는 허물어지고 버림받을지도 모르죠. 
도무지 다 쓸 수 없는 아니꼽고 더럽고 메스껍고 치사할 삶이지만,

때로는 기쁠 거에요. 힘도 나겠죠. 사랑받고 사랑하며 미련없이 입 맞출 수 있겠죠. 
새로운 관계를 쌓게 되고 그들과 희로애락을 나누고 공감하고 위로하게 될 거에요
그렇게 뒤섞여 살다가 느닷없이 찾아올 죽음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떠날 수 있다면 
죽음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물인지도 몰라요.

세상에는 헤아릴 수 없는 빛나는 모든 것이 존재할 뿐인지도 모르죠.
작은 한 방울의 물이 떨어져 어떤 파문을 만들고 솟아오르고 사라지는지를.
미소와 여유만이 아니라 하잘것없이 스쳐 가는 순간, 한 줌의 아름다움이 어떻게 반짝이는지를.

행복하기 위한 죽음은 없어요.
행복한 죽음의 가능성만이 있을 뿐이죠.
존재는 존재일 때 빛날 뿐이에요.
나는, 당신은 그래야만해요.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 이상, 날개



남루한 말들을 들어줘서. 정말 고마워요. 


peter-doig7.jpg

Peter Doig




 https://youtu.be/32XgV32ywhM 모바일 
 https://vimeo.com/9235113 두번째필름


 생명의 전화 
전국공통 상담전화 24시간
 1588-9191 
http://www.lifeline.or.kr/index.asp                                                                                   
                                           You stay to be alright
                                                                               
                                                                                                      thanks  mj, js, gy, 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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