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 필리가 어렸을 때 일인데, 그 녀석은 숫기가 없었어요.
엄청나게 수줍음을 탔죠. 그런데 어느 날 녀석이 어린 암소를
그레이브스 씨네 황소한테 (교배시키려)데리고 갔어요. 그레이브스 씨네
집에는 그때 엘지 그레이브스만 있었는데, 엘지는 수줍음이라고는
전혀 모르는 애였죠. 윌리는 얼굴이 빨개져서 말도 못 꺼내고 그냥
서 있기만 했습니다. 결국 엘지가 말했죠.
'네가 왜 왔는지 알아. 우리 소는 저 뒤 헛간에 있어.'
둘은 암소를 끌어 헛간에 데려다 놓고, 구경을 하려고 울타리에
앉았어요. 그런데 얼마 안돼서 윌리 녀석이 흥분해 버린 겁니다. 엘지가
윌리를 보면서 모르는 척 물었죠.
'왜 그래, 윌리?'
윌리는 너무 흥분한 상태라 가만히 앉아 있기도 어려운 지경이었죠.
'세상에, 세상에, 나도 저렇게 하고 싶어.'
녀석이 이렇게 말했더니 엘지가 한다는 말이,
'안 될 거 뭐 있어, 윌리? 너희 암소잖아.' 이랬대요.
-고전인데 의외로 재밌게 잘 읽히는 "존 스타인벡의<분노의 포도>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