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차선을 달리는 차량에 뛰어들고 싶다거나 담배를 물고 있는 베란다에서 몸을, 밑으로 던지고 싶다는 건 아니다. 이건 그저 조금 흐린 날씨같은 거다. 비도 오지 않고 해도 나지 않는 그런, 때론 내가 더 이상 상처받지 않을거란 생각이 든다. 그저 막연히 이제 더 이상 날 상처가 없지 않을까 하는, 치기가 찾아올 때가. 누구의 말처럼 '나는 이미 늙은것'이며 '그저 루머에 지나지 않다'는 생각이. 눈부신 체온을 만나 덥석 다가갔다가 불에 덴 듯 놓아버린 어느 날. 모든 화상이 그렇듯 상처는 눈에 보이는 부위보다 더 크다. 부종에 고인 한심함을 어루만지다가도, 도려내보고 싶기도 하다가도. 그러니까, 이건 그저 조금 흐린 날씨 같은 거다. 영원히 달이 뜨지 않는 그런 밤들인거다.
출처 | 만성적 우울기질과 발작적 폭음이 배를 맞댄 9월의 어느 밤 |